[기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안전성 넘어 다양한 시도 필요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지난 3년은 감염병에 취약하거나 반복적 처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부터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육아맘, 바쁜 직장인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7.8%가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논란 끝에 겨우 불법이 안 되도록 시범사업이라는 형태로 불씨는 살려두었지만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관점에서는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시범사업 기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 맞는 실효적인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비대면진료에 있어서만큼은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현재 OECD 38개국 중 비대면진료를 금지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비대면진료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만성질환 등의 지속적인 관리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만성질환이나 장애를 지닌 환자들에게 주기적인 상담과 처방, 검사결과 확인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교통혼잡이나 이동의 어려움, 감염 우려, 시간의 제약으로 의료시설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많은 편의성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5개월간의 시범사업을 지켜보면, 엄격한 기준 때문에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기존 시범사업은 환자가 대면진료를 받은 질환과 동일한 질환에 대해서만 비대면진료가 가능하고, 동일 질환 여부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이후에 판단할 수 있다. 현실과 맞지 않은 이러한 기준은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안전성에 우려가 있거나 이미용 등을 제외하고 의료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것도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시범사업은 비대면진료 제도의 기틀 마련을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험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연령 및 세대, 도시농촌 등 지역, 질병 여부, 성별, 소득 등 다양한 상황 차이에 따른 변화에 대해 그룹을 만들고 그에 따른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면 국민의 편의성 증진과 함께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환자의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는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를 원칙으로 하되, 비대면진료를 실시할지 여부에 대해 의사의 판단이 충분히 존중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시범사업도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 시행하도록 했으나, 의사가 환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14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고 시범사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한편,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완방안을 발표했고, 이 보안방안에 따라 시범사업이 보다 의료접근성을 제고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앞으로도 정부는 이해관계자 눈치를 보기보다는 국민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을 보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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