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김민기

기자 2023. 12. 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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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내년 문을 닫는다. 자신들의 모태였던 학전을 사랑하는 가수와 배우가 릴레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누가 뭐래도 학전의 시작과 끝은 오롯이 김민기(사진)의 것이다. 그는 1991년부터 콘서트, 뮤지컬, 연극과 아동극을 무대에 올리며 척박했던 시장을 개척해왔다. 덕분에 수많은 무명가수와 연극배우가 세상 밖으로 나왔고, 이 땅의 뮤지컬과 아동극이 밀도를 더하면서 풍성해졌다.

김민기가 우리 시대의 암구호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작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향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그가 만든 ‘황혼’은 불편부당한 세상을 노래한 곡 중의 하나다.

“서산마루에 시들어지는 지쳐버린 황혼이/ 창에 드리운 낡은 커튼 위에 희미하게 넘실거리네…/ 밤거리에는 낯선 사람들 떠들면서 지나가고/ 짙은 화장의 젊은 여인네들이 길가에 서성대네/ 작은 별들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하늘 끝으로 달아나/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원래 제목이 ‘기지촌’이었던 곡으로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 때문에 제목이 수정돼 1974년 포크 가수 윤지영의 2집 앨범에 수록됐다. 당시 김민기가 윤지영과 함께 이태원의 여관방에서 작업하면서 만든 곡이다. 이 노래는 1970년대 말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가 부르면서 알려졌고, 1993년 발매된 김민기 앨범에 원제목을 되찾으며 한영애와 함께 불러 수록됐다.

‘공장의 불빛’ ‘금관의 예수’ ‘꽃피우는 아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김민기는 노래를 통해 세상과 맞서온 투사였다. 그로 인해 김민기는 끊임없이 ‘불온한 가수’로 낙인찍혀 탄압을 받았다. 영화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되는 1979년에도 활동을 재개했지만,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금 많이 아프다. 하루빨리 쾌차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만날 수 있기를 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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