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프로 세계’ 6년 동안 영웅 대접→결별→벽화 철거…에인절스는 지금 오타니와 헤어지는 중
[OSEN=이후광 기자] 역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오타니 쇼헤이(29)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 원) 잭팟을 터트린 가운데 지난 6년 동안 오타니를 영웅 대접한 LA 에인절스가 ‘오타니 지우기’ 작업에 돌입했다.
북미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샘 블룸 기자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오타니의 벽화가 공식적으로 해체됐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에인절스의 홈구장인 에인절스타디움 사진 두 장을 게재했다.
사진은 에인절스 구단의 오타니 벽화 해체 작업을 담고 있다. 구단이 크레인을 이용해 오타니 벽화 해체에 돌입했고, 이내 오타니 사진이 자리 잡고 있던 경기장 한편이 말끔해졌다. 에인절스 구단이 오타니의 다저스행이 확정된 순간 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 복수 언론은 이날 새벽 “오타니가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240억 원)에 계약했다”라고 보도했다. 오타니 본인도 자신의 SNS에 다저스와의 계약 소식을 직접 전했다.
오타니는 이번 계약으로 북미 스포츠 사상 역대 최고 몸값의 사나이가 됐다. 종전 기록은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 10년 4억5000만 달러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LA 에인절스의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 12년 4억2650만 달러에 최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오타니는 2018년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투수로 통산 86경기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타자로 716경기 타율 2할7푼4리 171홈런 437타점 OPS .922를 남겼다. 2021년에 이어 올해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거머쥔 현 시점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다.
에인절스의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온 오타니는 단연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대어였다. 지난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소 5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 점쳐졌고, 2억 달러를 더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팀 다저스의 선택을 받았다. 오타니는 2024시즌 타자에 전념한 뒤 2025시즌 투타겸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오타니의 다저스행을 가장 착잡하게 바라보는 팀은 ‘친정’ 에인절스다. 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에 마이크 트라웃을 품고도 2018년부터 6년 동안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고, 이는 우승 열망이 커진 오타니와의 결별이라는 새드 엔딩으로 이어졌다. 에인절스 또한 오타니의 차기 행선지 가운데 한 팀이었지만 머니 파워와 우승 도전이라는 다저스 메리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블룸 기자는 “오타니는 최근 3년 동안 구단 역사상 엄청난 재능을 보유했다. 그럼에도 77승 85패, 73승 89패, 73승 89패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이는 오타니가 다저스로 떠난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라고 에인절스의 거듭된 성적 부진을 꼬집었다.
'축구 종가' 영국의 일간지 '더 미러'도 에인절스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매체는 “에인절스는 FA 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를 빼앗기며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동료이자 메이저리그 올스타 마이크 트라웃은 스타 팀메이트를 잃었고, 에인절스는 리빌딩에 돌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오타니 또한 6년 동안 동고동락한 에인절스 프런트, 선수단, 그리고 팬들을 향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오타니는 “지난 6년간 응원해주신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분들과 팬분들, 그리고 이번 협상에 함께해주신 다른 구단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을 보내주신 에인절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은 내게 온 세상과도 같았다. 6년의 시간을 영원히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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