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7억달러’ 오타니

차준철 기자 2023. 12. 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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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오타니 쇼헤이가 10일 LA 다저스와 10년·7억달러 계약에 합의했다는 뉴스를 전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mlb.com 캡처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1895~1948)의 1930년 연봉은 8만달러였다. 그 당시 연봉 2위가 1만7500달러였으니, 엄청난 거액이었다. 당시 미국 허버트 후버 대통령 연봉은 7만5000달러. 대통령보다 많이 받아도 되느냐는 비난성 질문이 나오자 루스는 이렇게 응수했다. “내 성적이 그보다 낫지 않았나요.” 루스는 야구 위상을 높여 메이저리그를 미국 최고 스포츠로 만든 아이콘이다. 슈퍼스타 루스의 연봉은 야구 인기의 척도였다. 팀 동료 웨이트 호이트는 “모든 선수들이 ‘루스에게 행운이 있기를’이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수·타자 겸업으로 한 시즌 10승·10홈런을 달성한 루스의 1918년 기록을 104년 만에 깬 선수가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29)다.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역대 최초로 2차례나 만장일치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고, 야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올 시즌 후 LA 에인절스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그가 10일 또다시 전인미답의 빅뉴스를 만들어냈다. LA 다저스와 10년·7억달러(약 9240억원) 계약에 합의한 것이다.

총액 6억달러대도 가능하다는 말이 앞서 나왔는데 실제 계약 규모는 그 이상이었다.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사상 처음으로 몸값 7억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2017~2021 바르셀로나와 계약한 6억7400만달러를 넘어섰고, 미국프로풋볼 패트릭 머홈스의 10년·4억5000만달러와 미국프로야구 마이크 트라우트의 12년·4억2650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연평균 액수 7000만달러(약 924억원) 또한 역대 최고치다. 빅리그 한 시즌 162경기로 따지면, 오타니는 한 경기당 5억7000만원씩 버는 셈이다.

다저스는 일본 NHK와의 중계권 계약, 일본 업체와의 야구장 광고 계약 등을 통해 사상 최고액 지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입장권·기념품 판매 수익과 관광 수입까지 늘어나면 투자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조던(농구)이나 타이거 우즈(골프)가 걸었듯이, 오타니는 이제 경제 창출 효과가 분석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외려 스포츠 전체 역사를 흔들고 스포츠 경제학을 상상 초월의 영역으로 이끄는 건 오타니가 더 위에 있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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