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反유대주의에 모호한 입장` 美 유펜 매길 총장 사임

미국에서 '반(反)유대주의'는 단 한 치도 설 곳이 없다는 점이 재확인됐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반유대주의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결국 사임했습니다. 미국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집요하고 강력하게 투사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동부 명문대학들을 일컫는 아이비리그 일원인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은 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매길(사진) 총장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그가 학교의 '케리 로스쿨' 종신 교수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매길 총장은 지난 5일 하원 교육 노동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가 반유대주의를 결코 옹호한 것이 아니지만, 왜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특히 매길 총장은 유대인 제노사이드(genocide·소수집단 말살)를 부추기는 게 유펜 행동 강령에는 위배되지 않느냐는 말에는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는데, 이것이 더 큰 문제로 비화했습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유펜의 거액 후원자인 스톤릿지 자산운용의 로스 스티븐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총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기부 철회의 뜻을 밝히면서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스티븐스는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기부를 철회하겠다면서 총장이 교체되면 결정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매길 총장은 7일 대학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은 "발언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미국 헌법에도 부합하는 우리 대학의 오랜 정책에 집중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는 입장도 밝혔지만 결국 재임 2년차에 총장직을 잃게 됐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에도 매길 총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전인 9월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인사들이 출연한 팔레스타인 문학·예술 축제의 학내 개최를 학교가 허용한 일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습니다. 이규화기자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