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나라

강현철 2023. 12.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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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신문총괄 에디터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의 반영 비율을 높이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과, 내년 총선 때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에 든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상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권리당원인 '개딸'의 투표권을 높이고, 당 대표의 공천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이재명 대표의 장기집권 체제를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런 결정은 민주당이 '이재명 개인당', '개딸당'이 됐다는 뜻이다.

정치의 최종 목표는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것(안민·安民)이지만, 정치 리더로서 이재명 대표의 행보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코앞에 닥친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회피하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관여 의혹, 위증 혐의 등 7가지 죄목에 10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2년 3월 치러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패배한 이재명은 이런 사법 리스크를 국회 원내 진출과 야당 대표직 장악을 통해 회피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2022년 6월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데 이어 그해 8월 민주당 당권을 손에 거머쥐었다. 지난 3월에는 총선 부적격자 기준에서 '뇌물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보자' 조항을 삭제, 대장동 특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도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변호사 출신답게 치밀한 두뇌로 생존전략을 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당헌·당규 개정안의 의결은 그 최종판으로,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私黨化)' 틀을 완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요즘 민주주의의 '3권 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사법부는 물론 행정부까지 전방위로 간여하는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큰 하자가 없는데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35년만에 처음 부결시켜 사법부를 무력화시킨 데 이어 자신의 혐의를 수사한 검사 개인에 대한 탄핵 결의를 주도했다. 2024년 정부 예산안 국회 심의에선 원자력 생태계 복원 등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은 대거 삭감하는 대신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 사업을 대거 증액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다. 시중 일각에선 "대통령은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엄격한 개인 수양을 거쳐 집안을 잘 다스린(수신제가·修身齊家) 후에야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고 했다. 이 대표는 이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법인카드로 초밥, 샌드위치, 과일까지 관사나 자택으로 사오게 하는 등 혈세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오죽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국민들 보통의, 평균의 도덕성은 갖고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을까.

1863년 11월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라는 연설은 민주주주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당으로 변질돼 가는 중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행태에 대해 "대의원 권한을 축소하고 권리당원 권한을 늘리는 건 '직접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며, 직접 민주주의가 정치 권력과 결합할 때 포퓰리즘과 정치권력의 결합으로 독재권력이 된다"며 "민주당 꼴이 나치당을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살해한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총통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국민들이 투표로 뽑아줬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냉전이 끝난 후 민주주의 붕괴는 대부분 군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뤄졌다"며 "오늘날 민주주의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내년 총선에서 나의 한 표가 특히 중요한 이유이다. 신문총괄 에디터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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