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막고 아침밥 챙겨준 日 이토추상사…'출산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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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6명이던 이토추상사의 사내 합계특수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21년 1.97명으로 뛰었다.
이토추상사는 매일 오전 6시30분~8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토추상사가 이른 출근을 유도하는 것은 2013년부터 시작한 '아침형 근무제도'와 '110 운동'과 관계가 있다.
아침형 근무를 선택한 직원은 이르면 오후 3시부터 퇴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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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근무하면 오후 3시 퇴근
수당은 야근보다 1.5배 더 줘
12년간 노동생산성 5.2배 늘어
삼성처럼 회식 1차만 하고 끝내
칼퇴문화로 가정 돌보기도 수월
2012년 0.6명이던 이토추상사의 사내 합계특수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021년 1.97명으로 뛰었다. 10년 만에 일본 3대 종합상사의 출산율이 세 배 넘게 뛴 현상을 일본 사회도 ‘기적’이라고 부르며 놀라워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 프레스투어를 통해 기적의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2021년 사내 출산율 1.97명
이토추상사는 매일 오전 6시30분~8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자회사인 패밀리마트의 인기 메뉴들이다. 고바야시 후미히코 이토추상사 최고행정책임자(CAO·부사장)는 “일본 기업 가운데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토추상사가 이른 출근을 유도하는 것은 2013년부터 시작한 ‘아침형 근무제도’와 ‘110 운동’과 관계가 있다. 아침형 근무제란 야근을 다음날 새벽에 하는 제도다. 이토추는 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대신 오전 5~8시 근무를 심야근무로 인정해 일반 야근 수당의 1.5배를 지급한다. 대부분의 야근은 상사의 눈치를 보며 남아 있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아침형 근무를 선택한 직원은 이르면 오후 3시부터 퇴근할 수 있다. 팀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근무는 집중 근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에 처리한다. 현재 전체 직원의 54%가 아침형 근무제도를 선택하고 있다. 입사 2년 차인 오니시 리나 인사·총무부 직원(25)은 “아침형 근무제도를 선택하면 (할증 야근수당 덕분에) 급료가 25% 오른다”며 “일찍 퇴근하고 남은 시간은 자격증 공부나 취미 활동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형 근무제도 도입 3년 후인 2016년 자체 평가 결과 밤 8시 이후 퇴근자 비율은 30%에서 5%로 줄었다.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도 회사의 월 비용은 6% 줄었다. 잔업수당이 10%, 야근 택시비가 30% 줄어든 덕분이다.
노동생산성 다섯 배 향상
아침형 근무제와 함께 운영하는 제도가 ‘회식은 밤 10시까지 1차로 끝낸다’는 ‘110운동’이다. 삼성그룹이 2012년 도입한 ‘119 캠페인’(한 가지 술로, 술자리는 1차만 하고, 9시 전에 끝내는 회식 문화)을 일본 현실에 맞게 수정했다. 이케하다 마사토 이토추상사 홍보실장은 “일본은 폭탄주 문화가 없어 ‘한 가지 술로’를 뺐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토추상사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시작한 이후 12년간 노동생산성은 5.2배 늘었다. 주가는 7.6배, 배당은 8.9배 증가했다. 직원 평균 연봉은 1254만엔에서 1830만엔으로 올랐다.
이토추상사는 아침형 근무제도가 저출산 대책이 아니라 노동생산성 향상 대책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생활·소비용품이 주력인 이토추는 자원 개발 등 중후장대형 사업이 주력인 경쟁 종합상사보다 직원 수가 30% 적다. 더 적은 인력으로 보다 나은 성과를 내야 경쟁사와 맞설 수 있다. 이토추상사가 노동생산성 향상에 목을 매는 이유다.
출산율 상승은 이 과정에서 동반 상승한 수치였다. 이토추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침형 근무가 일과 육아의 양립을 가능케 하는 제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이토추 여성 사원들은 거의 매일 정시에 퇴근하는 대신 다음날 오전 5시에 일어나 자녀가 일어나는 시간까지 전날 남은 일을 처리한다.
입사 10년 차인 이와사키 겐타 경영기획부 사원은 “처음엔 ‘설마’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13년 동안 제도를 시행한 덕분에 이제는 문화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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