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미디 로얄’, 자극과 가능성 사이[봤다 OTT]
지금 방송가에서 드라마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는 예능이다. 웃음을 기반으로 비교적 드라마에 비해 캐스팅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예능은 요즘처럼 방송사의 예산이 빠듯한 시기 오히려 드라마를 제치고 편성의 주류를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코미디 콘텐츠는 갈수록 외면을 받았다. 방송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 사라졌다 최근 KBS ‘개그콘서트’만이 부활했으며, tvN의 ‘코미디빅리그’도 사라졌다.
이러한 혼란기 넷플릭스에서 ‘코미디 로얄’을 론칭했다. 지난해 공개된 ‘송은이 사단’ 컨텐츠랩 비보의 ‘셀럽은 회의 중’에 이어 두 번째 코미디 오리지널 콘텐츠다. 이른바 ‘모르모트PD’로 불리는 권해봄PD가 박현석PD와 함께 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미디 로얄’은 코미디쇼가 가지는 한계를 노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시즌, 더 확장된 세계관을 예고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OTT 콘텐츠가 갖는 위치를 어디로 둘 것인가 하는 질문과도 맞닿는다.
‘코미디 로얄’은 ‘개그의 대부’ 이경규를 비롯해 탁재훈, 이용진, 문세윤, 정용준 등 다섯 명의 마스터가 ‘영건’으로 불리는 희극인들을 팀당 3명씩 대동하고 대결을 벌인다. 이 중 이긴 팀은 넷플릭스 코미디 단독쇼를 론칭할 수 있다. 3라운드를 거치는데 탈락팀은 해체하고 멤버들은 나머지 팀에 흡수병합된다. 거기서도 선택을 받지 못하면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첫 라운드는 보통 희극인이라면 거치는 공개 코미디 코너 제작이 과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명 ‘로스팅’으로 불리는 상대 디스(Diss) 개그 대결이다. 3라운드는 각자의 부캐릭터를 가지고 한 공간에 집결해 불특정의 상대를 웃기고 퇴장시킨 후 최후까지 생존하면 되는 ‘배틀로얄’ 형식의 대결이었다.
첫 번째는 많이 본 경연이니 제쳐놓고, 2라운드의 디스 배틀 등 프로그램 전반에서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높은 수위의 개그가 펼쳐졌다. 누군가는 이를 더럽거나, 징그럽거나 혐오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도 있었다. OTT의 콘텐츠는 심의에서 자유롭고 이 점이 창작자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 가치는 좀 더 논의돼야 할 듯하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의 대결은 부캐릭터의 아이디어나 상황에 따른 웃음보다는 ‘웃음 참기’의 대결로 변질됐다. 초반 짜놓은 개그가 바닥나자 출연자들은 모두 시각적 충격에만 기대는 ‘단타’ 개그에 몰두했으며 자극성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최후의 참가자 둘은 한 시간 동안 공간에 머무르며 의미 없는 웃음참기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이 ‘배틀로얄’의 형식은 형식과 규칙을 조금 손보면 새로운 지평의 웃음대결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마스터나 참관단이 웃음의 크기만큼 점수를 부여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더라도 그전에 쌓아놓은 포인트에 따라 순위에 영향을 주는 형식이 있었다면 대결의 양상은 조금 바뀌었을지 모른다.
‘코미디 로얄’은 우승팀의 단독쇼 론칭에 이어 자연스럽게 시즌제의 논의를 열어놨다. OTT 플랫폼 코미디 콘텐츠 부재의 시대에서 ‘코미디 로얄’의 존재가 과연 그 가능성을 인정받는 마중물이 될지, 제작진과 출연진 고민의 몫이 커졌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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