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조국, 박근혜의 최경환…2기 내각에 드러난 역대정권 철학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입력 2023. 12.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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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일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다수를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의 사퇴압박에 물러난 지 닷새 만인데요.

윤 대통령은 이번 인선을 통해 자신의 미디어 정책방향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재차 천명한 셈입니다. 검사 출신인 김 후보자를 임명하는 데 민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죠.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가장 존경하는 선배”라 표현한다는 일화까지 감안하면 2기 내각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2기 내각에서 정권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과거 정부의 2기 내각 주요장관들을 살펴보고 관련된 당시 대통령들의 발언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성장·경기부양 정책 위해 최경환 임명
박근혜 “경제 불씨 살려 경제재도약”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2014년 7월에 신임 장관 5명과 장관급 4명을 임명하며 2기 내각을 출범시켰습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인사는 역시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데요. 최 전 부총리는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 등에 근무한 이력이 있고, 정계에 진출한 뒤에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인물입니다. 명실상부한 실세 부총리가 등판한 셈이죠.

최 전 부총리가 취임하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색깔이 더욱 선명해졌는데요. 대선 과정에서 분배를 강조하는 등 중도적 경제노선을 표방했던 박 전 대통령은 최 전 부총리를 내세운 뒤로는 본격적인 성장·경기부양 정책을 시작합니다.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와 기업투자 촉진정책들이 대표적인데, 최 전 부총리의 성을 따와 ‘초이노믹스’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2기 내각을 임명하며 “경제의 불씨를 살려 경제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국가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진다는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고 한 것도 이같은 노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권력기관 개혁 앞장 조국 임명
문재인 “위법행위 확인 안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3년차인 2019년 9월에 장관 4명과 장관급 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2기 내각을 출범시켰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바로 2기 내각의 일원이었는데요.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권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 그를 지명하고 임명하는 과정과 이후 정치판에 끼친 영향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분들께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2019년 2기 내각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식 연설에도 당시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국민께 먼저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도 여섯 명의 인사에 대해 인사청문 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한 채 임명하게 됐습니다”라며 연설을 시작합니다.

연설문 중반에 이르러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경우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습니다”라며 본격적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대목이 등장하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이어서 “저는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인사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입니다”라고 강행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여론 반발이 엄청났던 조 전 장관을 굳이 임명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내세웠던 권력기관 개혁과제때문인데요. 문 전 대통령은 “저는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았습니다”라며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저를 보좌하여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과 각종 기록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90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물을 구독하시면 매주 정치현안에 대한 흥미있는 기사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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