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로 떠나는 윤석열·이재용 보며 일본이 칼 가는 이유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81번째 이야기]
한국과 네덜란드가 이 같은 강한 유대감을 갖게 된 건 삼성과 ASML 간 끈끈한 관계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빌렘 국왕과 벨트호벤에 위치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L 본사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SK하이닉스를 이끄는 최태원 SK 회장도 동행하죠.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사용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공급하는 곳입니다. 삼성과 SK의 미세공정 반도체는 이 ASML의 EUV 장비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죠.
반도체에 그려지는 집적회로는 나노 시대로 들어오면서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그릴 수 없기 때문에 레이저로 회로를 ‘조각’하는 방식을 쓰게 됐습니다.
우선 빛에 반응하는 감광액을 미리 정해진 패턴을 따라 도포한 뒤 이 위에 특정 주파수의 빛을 쬐어줍니다. 이를 ‘노광’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 감광액이 뿌려진 패턴대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가 그려지죠.
기본적인 원리가 프린터와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니콘과 캐논과 같은 일본 기업들도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노광장비 3대 기업은 니콘과 캐논, ASML 3사였죠.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7nm 이하 미세공정을 위해 기존보다 더 정밀한 레이저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이때 등장한 게 극자외선(EUV)입니다. ASML은 EUV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단행했지만 다른 두 기업은 소극적이었죠. 이 판단의 차이는 2020년대가 되면서 ‘ASML의 독점 시대’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노광장비 시장에서 91%(니콘 6%, 캐논 3%)의 점유율로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니콘과 캐논이 사용하는 불화아르곤 레이저는 파장의 길이가 193㎚ 수준입니다. 반면 ASML의 EUV는 13.5㎚로 기존의 ArF보다 1/14 미만으로 아주 짧죠.
이 기술의 핵심은 레진을 미세하게 분사해서 회로 밑그림을 만든 뒤에 이를 마치 판화처럼 찍어낸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기술이 고안된 건 20년도 더 됐습니다. 다만 분사 방식으로 미세회로를 만든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죠. 하지만 캐논은 본인들이 프린터에서 쌓아온 잉크젯 방식을 미친 듯이 파고들면서 극도로 미세화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나노임프린트 방식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캐논은 이 NIL 기술을 활용해서 2nm 공정까지도 제조가 가능하다고 공언합니다. 심지어 가격은 3000억원대 EUV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자신했죠. 더 나아가 EUV 방식과 달리 세정 작업 등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공정 시간도 단축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일본의 반도체 자존심 키옥시아나 EUV 확보가 막힌 중국 기업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한방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조커’가 되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내고 있지요. 이 같은 기대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캐논의 장비가 실제로 공급되는 내년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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