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 논란에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결국 사임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를 분명히 규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아 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결국 사퇴했다.
스콧 복 유펜 이사회 의장은 9일(현지시간) 이 대학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반유대주의’ 논란이 미 대학가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 총장이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길 총장은 지난 5일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유대인 제노사이드’를 주장하는 일부 학생들의 발언이 대학 윤리 규범 위반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답해 논란을 불렀다. 매길 총장이 ‘유대인을 학살하자’고 주장한 학생에 대한 징계 여부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그런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면 괴롭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로스쿨 교수이기도 한 매길 총장은 이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토록 훌륭한 기관의 총장으로 섬길 수 있어 특권이었다”는 요지의 말만 남겼다. 복 의장도 한 시간쯤 지난 후 사퇴 의사를 밝혔고, 북미유대인연맹 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줄리 플라트 부의장이 임시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매길 총장의 전격적인 사퇴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를 놓고 분열된 미 주요 대학들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매길 총장은 청문회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지난 7일 영상을 통해 “당시 나는 표현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학의 오랜 정책에 집중했지만, ‘유대인 제노사이드’ 주장이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최악의 폭력이라는 반박의 여지 없는 사실에는 집중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사과했다. 하지만 거액 후원자의 기부 철회,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상원의원 등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대학 총장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측의 표현의 자유와 반유대주의 요소가 담긴 언어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했지만, 매길 총장이 청문회에서 보인 “변호사적인 접근”이 특히 공격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매길 총장과 함께 청문회에 출석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과 샐리 콘블러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 역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연방의원 70명 이상은 이들의 해고를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청문회장에서 이들 총장들에 집중 공세를 벌인 엘리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옛 트위터)에 “한 명은 날아갔고 두 명이 남았다”고 적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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