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조성진, 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 되다…이게 무슨 의미냐면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3. 12. 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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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쇼팽콩쿠르 우승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
조성진 협연 베를린 필 내한공연(2023) / 사진=빈체로 제공


지난달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뉴스가 발표됐습니다. 바로 조성진이 내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 필)의 상주음악가가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상주(常駐)음악가(Artist-in-residence)'는 보통 1년 단위로 바뀌는데, 공연장이나 공연단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그 해의 '간판' 역할을 하는 음악가를 말합니다. 조성진은 베를린 필 2024-2025*시즌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게 됩니다. 한국인이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가 된 건 처음이죠. 베를린 필은 아시아 연주자로는 일본의 피아노 거장 우치다 미쓰코에 이어 두 번째라고 밝혔습니다.

*공연장이나 공연단체가 1년 단위로 전체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하는 것을 '시즌'이라 부릅니다. 여름휴가가 긴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보통 여름휴가철이 끝난 9월부터 다음 해 5~6월까지를 한 시즌으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시즌 이름에 두 연도가 들어가는 겁니다. 새 시즌 프로그램이 발표되면 관객들은 미리 관람 계획을 짜게 됩니다. 공연단체들은 시즌에 따라 회원제를 운영하고 여러 공연들을 묶어 패키지 상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시즌제가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한국의 공연 시즌은 연초에 시작합니다.

조성진, 한국인 최초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

베를린 필 안드레아 지츠만 대표는 조성진이 '1~2차례 악단과 협주곡을 협연하고 단원들과 다양한 실내악 활동을 펼치며 베를린 필의 젊은 음악인 양성 기관인 카라얀 아카데미와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음 시즌 상주음악가는 아직 유럽에서는 발표되지 않은 '극비 사항'인데 한국에서 처음 발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성진의 상주음악가 선정 발표와 더불어, 베를린 필이 한국 시장에 공들이는 모습이 뚜렷한 것도 특기할 만합니다. 베를린 필의 내한 공연 주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겠다고 했고, 베를린 필 카카오톡 한국어 채널 개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지털콘서트홀 대표 한국 방문과 인터뷰 등이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 https://pf.kakao.com/_zSxnxlG/posts ]디지털콘서트홀 홈페이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로도 볼 수 있게 돼 있었습니다.
[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ko ]

오케스트라나 공연장의 '상주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상주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그 무대에서 여러 번 공연한다는 것 이상을 뜻합니다. 일반적인 공연 기획은 기획자가 프로그램을 짜면서 그에 맞는 연주자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상주음악가는 기획 단계 초기부터 협력해 자신의 의사를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게 됩니다. 상주음악가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아티스트는 공연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공연단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핵심 콘텐츠를 확보하며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올해의 음악가' '인 하우스 아티스트' 등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상주음악가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2013년 한국 공연장 최초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도입한 금호아트홀의 2023 상주음악가는 피아니스트 김수연입니다. 김수연은 올해 '화음:그림과 음악'을 주제로 다섯 번의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피아노 리사이틀뿐 아니라 테너 김세일과 함께 한 가곡 리사이틀, 다넬 콰르텟이 함께 한 피아노 5중주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구성했습니다.
 

최정상 베를린 필과 '파트너'가 된다는 것

조성진 협연 베를린 필 내한공연(2023) / 사진=빈체로 제공

조성진이 베를린 필의 상주음악가가 되는 건 쇼팽 콩쿠르 우승만큼, 아니, 어쩌면 쇼팽 콩쿠르 우승보다 더 중요한 '성취'입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의 말을 들어볼까요.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거죠. 콩쿠르 우승 후에 경력을 충분히 이어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연주자도 많은데, 조성진은 차근차근 발전해 왔습니다. 코로나 기간 거치면서 더 성숙한 느낌이고요. 그간 꾸준하게 노력해 온 것에 대한 보상 혹은 성과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콩쿠르 우승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콩쿠르는 그 이후가 더 중요하죠. 쇼팽 콩쿠르 우승이 본격적인 커리어의 출발점이었다면,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가 된 것은 조성진이 기성 연주자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곧바로 거장, 대가가 되는 건 아닙니다. 콩쿠르는 연주 경력을 쌓는 데 '디딤돌'로 유용하지만 콩쿠르 우승 후에 별볼일없이 사라지는 연주자도 많습니다. 또 콩쿠르 경력 없이도 잘 나가는 연주자도 많고요. 그러니 '콩쿠르 1등'에 쏟아지는 관심을 조금만이라도 연주자들의 평소 활동과 무대에 돌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조성진의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 선정 의미를 짚어보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베를린 필과 조성진의 '특별한 관계'

베를린 필의 상주음악가는 이전에 베를린 필과 협연을 통해 실력은 물론이고 악단과 '합'이 맞는지,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을 만한지, 검증이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베를린 필은 음악감독을 단원 투표로 뽑는 악단입니다. 객원 지휘자나 협연자를 처음 초청해 연주한 경우, 재초청 여부도 단원 투표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지츠만 대표는 조성진이 '무척 직관력이 뛰어난 음악가이자 우리 악단과 특별한 관계를 지닌 피아니스트'라고 밝혔는데요, 조성진과 베를린 필의 '관계'는 2017년 시작됐습니다. 조성진은 부상으로 공연을 취소한 피아니스트 랑랑의 '대타'로 베를린 필 무대에 데뷔해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으로 찬사를 받았고 아시아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0년에는 무관중 온라인 공연에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습니다. 세 번째 만남인 이번 아시아 투어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했습니다. (▶조성진 베를린 필 데뷔무대 보러 가기)
[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ko/concert/51066 ]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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