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공포에 떨었던 날이 찾아왔다"…에인절스 떠나 다저스와 '7억 달러' 계약, 에인절스는 씁쓸한 이별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에인절스 팬들이 수년간 공포에 떨었던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오타니 쇼헤이가 LA 에인절스를 떠난다. 오타니는 10일(한국시각)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LA 다저스 이적 소식을 전했다. 계약 규모는 10년 7억 달러(약 9240억 원)다.
에인절스는 2018시즌을 앞두고 오타니 영입에 성공했다.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활약했던 오타니는 5시즌 동안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진출을 타진했고 에인절스와 계약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6시즌 동안 뛰었다. 마운드에서 86경기 38승 19패 481⅔이닝 608탈삼진 평균자책점 3.0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8, 타석에서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428득점 타율 0.274 OPS 0.922로 맹활약했다.
지난 2021시즌에는 투수로서 23경기 9승 2패 130⅓이닝 54사사구 156탈삼진 평균자책점 3.18 WHIP 1.09, 타자로서 138안타 46홈런 100타점 103득점 타율 0.257 OPS 0.964를 기록하며 생애 첫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2022시즌에는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에게 MVP 트로피를 넘겨줬지만, 올 시즌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5패 132이닝 167탈삼진 평균자책점 3.14 WHIP 1.06, 151안타 44홈런 95타점 20도루 타율 0.304 OPS 1.066으로 두 번째 MVP를 차지했다. 만장일치로 두 차례 이상 MVP를 수상한 선수는 오타니가 최초다.
개인 커리어는 훌륭한 길을 걸었지만, 팀 커리어는 좋지 않았다. 6시즌 동안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오타니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자 구단은 물론, 야구팬들의 많은 이목이 쏠렸다. '친정팀' 에인절스를 비롯해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오타니와 연결됐다.
계약이 발표되기 전날(9일) 오타니가 토론토와 계약하기 위해 토론토행 비행기를 탔다는 오보까지 나왔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오보를 전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튿날 오타니가 다저스와 손을 잡았다. 그는 SNS에 "팬 여러분과 야구계 관계자 여러분,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하다. 나는 다음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에인절스는 에인절 스타디움에 있던 오타니의 대형 사진을 제거하며 그를 떠나보냈다.
미국 매체 '산 베르나르디노 선'의 제프 플레처는 "에인절스 팬들이 수년간 공포에 떨었던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며 "분명히 오타니의 공백은 타선에 구멍을 남길 것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1904타석에 나와 OPS 0.964를 기록했다. 그 기간 동안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고, 내구성도 뛰어났다"고 했다.
오타니의 이탈은 구단 수익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타니는 에인절스의 팬들이 경기장으로 찾아오게 했다. 에인절스는 일본 회사들의 후원과 야구장에서의 상품 판매로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떠났다. 에인절스는 이제 새로운 구성을 통해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플레처는 "에인절스는 이제 지명타자로 다른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며 "에인절스가 오타니 없이 우승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미래에 대한 미련 없이, 그들은 이제 그들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했다.
오타니는 "지난 6년간 응원해 주신 에인절스 관계자 여러분과 팬 여러분 그리고 이번 협상에 나선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특히, 나를 응원해 주신 에인절스 팬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은 내게 이 세상을 의미했다. 에인절스와 함께한 6년은 영원히 가슴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고 에인절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리고 모든 다저스 팬 여러분, 저는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선수생활 마지막 날까지 다저스뿐 아니라 야구계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며 "글로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은 추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말 고맙다"고 밝혔다.
한편, 오타니는 오는 2024년 3월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3월 20~21일 이틀 동안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서울 시리즈'가 오타니의 다저스 데뷔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팬들에게도 큰 기회다. 다저스는 '코리안특급' 박찬호, '몬스터' 류현진이 활약했던만큼 많은 한국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과 트리오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샌디에이고에는 김하성이 있다. 김하성은 이번 시즌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잊지 못할 한 시즌을 보냈다.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에서 다시 한번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또한,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정후도 샌디에이고와 연결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메이저리거들이 한국에서 맞붙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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