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데뷔골' 즈베즈다, 홈 122경기 무패→ 레알 누르고 세계 신기록 달성
[스포탈코리아] 주대은 기자= 황인범이 데뷔골을 넣었다. 소속팀은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축구 역사상 최장 리그 홈 무패를 달렸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10일(한국 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위치한 라지코 마틱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18라운드에서 믈라도스트 루카니를 상대로 3-1 승리했다. 즈베즈다는 승점 43점을 기록하며 리그 1위에 올랐다.
선제골은 즈베즈다의 몫이었다. 전반 5분 황인범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팔에 맞으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알렉산다르 카타이가 왼쪽 구석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루카니도 반격했다. 전반 10분 우로스 스렘체비치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돌려놓으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전반전은 1-1로 끝났다.
후반전은 즈베즈다의 무대였다. 후반 23분 상대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블라디미르 루치치가 터치했고, 요반 미야토비치가 잡아 중거리슛으로 연결하며 앞서갔다.
경기 막바지 즈베즈다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주인공은 황인범이었다. 후반 44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날린 강슛이 골대 맞고 들어갔다. 세르비아 무대 데뷔골이었다. 즈베즈다의 3-1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경기 후 황인범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황인범은 패스 성공률 92%(58/63), 키패스 3회, 롱패스 성공률 100%(2/2), 볼 터치 82회 등 팀 공격을 이끌었다.
황인범이 세르비아 무대에서 데뷔골을 넣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황인범은 대전하나시티즌(구 대전시티즌)에서 데뷔하자마자 핵심 멤버로 등극하며 주목받았다. 불운이 있었다. 프로 1년 차에 발가락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됐다.
2년 차 징크스는 없었다.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이 이어졌다. 2016시즌 K리그 챌린지(현 K리그 2)에서 35경기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이듬해에도 32경기 4골 4도움을 올리며 2년 연속 베스트 11에 뽑혔다. 기록 자체는 약간 떨어졌지만 오히려 플레이가 좋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황인범은 남들보다 빠른 입대를 결정했다. 아산 무궁화에 입단 후 프로 세 번째 시즌을 보내던 중 행운이 찾아왔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축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조기 전역이 확정됐다. 대전에 복귀한 황인범은 세 시즌 연속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국가대표팀 핵심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당시 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가 황인범을 적극 기용했다.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로 뛴 황인범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전 경기 출전하며 한국 16강행에 크게 공헌했다.
시즌이 끝나고 여러 팀이 그를 노렸다. 독일, 포르투갈 등 유럽 클럽들이 그를 노렸지만 황인범의 선택은 미국 MLS였다. 이유가 있었다. 최근 MLS에서 유럽으로 진출하는 선수 사례가 늘었기 때문에 실력을 키우고 유럽에 도전한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두 시즌을 보낸 후 황인범은 러시아 루빈 카잔으로 이적했다. 당시 카잔의 감독이 직접 황인범을 원하기도 했다. 카잔이 러시아 무대에서 나쁘지 않은 전력을 갖췄기에 경험과 실력 향상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활약이 길지 않았다.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 여파로 러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퇴출당했다. 결국 황인범은 FA(자유 계약)신분으로 K리그 1 FC 서울과 단기 계약을 맺었다. 황인범은 서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후 다시 유럽 진출을 노렸다.
황인범의 행선지는 그리스 최강팀 올림피아코스였다. 황인범은 2022/23시즌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며 올림피아코스 ‘올해의 선수’로 꼽혔다. 올림피아코스 유니폼을 입고 40경기 출전 5골 4도움을 올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올림피아코스와 계약 당시 황인범은 기본 1년에 옵션으로 2년이 연장되는 계약으로 알고 합의했다. 그런데 올림피아코스 측은 3년 계약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올림피아코스 법무팀이 소송을 준비하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계약 기간 문제로 인해 이적이 지연됐다. 그 사이 빅리그 이적 시장이 종료되며 황인범이 그대로 그리스에 남는 듯 보였다. 튀르키예 리그 팀들이 그를 노린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협상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이탈리아 아탈란타도 황인범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이내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즈베즈다가 황인범 영입에 나섰다. 외신 ‘sportal’에 따르면 즈베즈다는 이적료로 550만 유로(한화 약 78억 원)를 제시했고, 올림피아코스가 받아들였다. 이적료는 3년 분할로 지급될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4년이다.
즈베즈다 구단 역대 최다 이적료였다. 즈베즈다의 테르지치 회장도 황인범 영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을 통해 “황인범은 지난 30년간 클럽 최고의 선수다”라고 말했다.
황인범은 입단 당시 “90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준비가 돼야 한다고 했다. 수비 말고 공격도 해야 한다. 난 팀을 도울 준비가 됐다. 개처럼 뛸 준비가 됐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즈베즈다는 축구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세웠다. 구단에 따르면 즈베즈다는 리그 홈경기에서 6년 5개월 동안 패배가 없었다. 2017년 4월 30일부터 지난 경기까지 110승 12무를 기록했다. 이는 축구 역사상 가장 긴 리그 홈 무패 행진이다. 직전 경기까지 레알 마드리드와 동률이었지만, 승리하면서 세계 기록을 만들었다.
사진=즈베즈다, 올림피아코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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