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 새벽·휴일근무 강요, 채용거부는 부당”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2023. 12. 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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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에게 새벽과 공휴일 근무를 강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육아기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상 인정되는 초번,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채용 거부 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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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소송 끝 결론…“일·가정 양립 위해 사업주가 배려해야”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대법원 ⓒ연합뉴스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에게 새벽과 공휴일 근무를 강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도로관리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어린 두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 A씨는 2008년부터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했다. 기존 용역업체는 A씨의 출산·양육을 배려해 통상 매월 3∼5차례인 오전 6시∼오후 3시의 초번 근무를 면제했다. 아울러 A씨를 포한한 일근제 근로자들이 공휴일에 연차 휴가를 사용해 쉴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2017년 4월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오고 수습 기간을 3개월로 정한 근로계약이 새로 체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새 업체는 A씨의 항의에도 초번·공휴일 근무를 지시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두 달간 초번·공휴일 근무를 하지 않았고 회사는 A씨의 근태를 이유로 그해 6월 채용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회사가 불복하면서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2심은 회사의 손을 들었다. 그리고 4년 가까운 심리 끝에 대법원은 회사의 채용 거부 통보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A씨가 채용 거부 통보를 받은지 6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은 "육아기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상 인정되는 초번,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채용 거부 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업소의 여건과 인력 현황 등을 고려해 보면 회사가 공휴일 근무 관련 육아기 근로자인 A씨에 대해 일·가정의 양립을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수년간 지속한 근무 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그렇게 할) 회사의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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