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없으니 여유만만…'K팝스타' 이미쉘, 음주측정 두 번 한 사연[르포]
9일 저녁 10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 강변북로 방향의 진입로.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홍대와 가까운 이곳에서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들 9명이 차로를 통제했다. 경찰은 차를 한 대 씩 세우며 음주 감지기를 운전자의 입에 갖다 댔다. 도주 차량을 대비해 인근 도로에 순찰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단속이 시작된 지 15분 만에 첫 번째 음주 운전자가 적발됐다. 흰색 BMW 승용차 운전자인 60대 여성 A씨는 경찰 지시에 따라 차에서 내린 뒤 음주 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었다. 그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31%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측정 결과에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에게 "합정동에 있는 한 숯불갈비 전문점에서 가진 동창회에서 소주는 안 먹고 딱 맥주 1병 마셨다"며 "오후 5시에 먹어도 잡히냐"고 말했다. A씨는 "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에서 2시간 동안 시간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분해 속도가 다르다"고 설명하며 A씨에게 대리기사를 부르라고 안내했다. 만약 이날 A씨가 단속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100km가 넘는 거리를 술에 취해 운전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두 번째로 검거된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 오후 10시50분쯤 적발된 K5 승용차 운전자 40대 남성 B씨는 차에서 내릴 때부터 술 냄새를 풀풀 풍겼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보다 2배 높은 0.17%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게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서 모임을 하면서 소주 1병을 마셨다"며 "청량리역으로 귀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음주단속에 처음 걸렸는지", "음주운전을 왜 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체념한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대리기사를 호출한 뒤 조수석에 탑승해 귀가했다.
밤 11시15분쯤에는 자녀를 태우고 운전하던 엄마가 검거됐다. 흰색 폭스바겐 차량을 운전한 40대 후반 여성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4%로 조사됐다. C씨의 차량에는 자녀 2명과 반려견이 타고 있었다.
C씨는 "합정동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자녀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5시간 전 혼자 집에서 맥주 2잔을 마시고 잠을 잔 뒤 나왔다"며 "감기약을 먹어서 (알코올이) 분해가 안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측정 오인 사례도 있었다. 당사자는 기아 K5 승용차를 운전한 가수 이미쉘씨(32·여)였다. 이씨는 오디션 프로그램 'KPOP스타'로 이름을 알렸으며 미국인인 아버지와 한국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씨는 이날 오후 11시23분쯤 비접촉 감지기에서 알코올 반응이 나와 호흡측정기로 2차 검사를 실시했다. 이씨는 검사 전 경찰이 입 헹굼 용도로 물을 주자 웃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경찰청 교통단속처리지침에 따르면 단속 경찰관이 음주운전 의심자의 호흡을 측정할 때 잔류 알코올을 헹궈낼 수 있도록 물 200㎖를 제공해야 한다.
측정 결과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였다. 이씨는 "성악가들이 먹는 독일산 캔디를 먹고 왔다"며 "(캔디의) 화학 성분 때문에 걸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인들과 공연을 보고 집에 귀가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음주운전 특별단속에서 총 3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모두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돼 처벌받을 예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일 경우 1년~2년의 징역이나 500~1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0.2% 이상일 경우 2년~5년의 징역이나 1000~2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은 연말연시(12월~1월)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평소(2월~11월)보다 70% 가까이 느는 만큼 앞으로도 수시로 단속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11월 서울에서 월평균 1.5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지난 1월에는 월평균 2.5건으로 대폭 상승했다.
지상배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안전 1팀장은 "서울경찰청에서 11월 27일부터 내년 2월 4일까지 연말연시 집중 음주단속을 시행하고 있다"며 "음주 자리에는 차를 가져가지 않는 게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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