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멘터리] "서울의 봄"은 이렇게 편집됐다

이주형 논설위원 입력 2023. 12. 10. 10:24 수정 2023. 12. 10. 12: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주형 기자의 씨네멘터리 #92

[문제1] 다음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엽기적인 그녀, 왕의 남자, 건축학개론, 베테랑, 택시운전사, 서울의 봄

[문제2] 다음 영화들의 공통점 2개를 쓰시오 
공동경비구역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1번 문제는 난도가 너무 높고, 2번 문제는 한 개는 맞히기 쉬운데 한 개는 어렵습니다. 먼저 2번 문제부터 풀어보시죠. 정답 중 한 개는 모두 박찬욱 감독 작품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1번과 2번 문제의 공통 정답은 바로 '대한민국 편집의 선생님'("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의 표현) 김상범 편집 감독이 편집한 영화들이라는 것입니다.

전두광과 이태신이 처음 만나는 복도씬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과 이태신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인 복도 씬은 꼭 지금 그 자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씬이었습니다. 이 복도 씬을 빼고 전두광이 정상호 총장을 좇아와 수경사령관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앞 씬과 욱참총장 공관에서 정상호 총장이 이태신에게 수경사령관을 맡기는 다음 씬을 바로 연결해도 내용상, 편집상,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두광 패거리와 이태신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복도 씬이 이 두 씬 사이에 자리잡음으로써 앞뒤 씬의 의미가 강화됐고 특히 뒤 씬의 긴장감이 배가됩니다.

이태신이 넘어지고 엎어지며 바리케이드를 뚫고 전두광에게 가는 마지막 장면은 당초 지금보다 길게 편집됐습니다. 하지만 이 씬이 너무 길면 관객들이 이태신을 '불쌍하게' 느끼는 감정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판단으로 지금의 분량으로 줄였습니다.

영화에서 편집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영화 제작의 핵심 요소일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장치입니다. 단 몇 프레임 차이로 감정선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1초도 안되는 그 순간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바로 편집 감독입니다.

"서울의 봄"을 편집한 김상범 편집 감독 / 김태훈

"개봉 첫날 혼자 극장가서 봤는데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서울의 봄' 상황을 아는 세대는 적어도 5,60대 이상이거든요. 그런데 젊은 여성 분들, 어린 학생들처럼 대부분 관객들이 그보다 훨씬 젊은데도 우리가 의도했던 것을 다 받아들이는 걸 보면서 '야, 이 영화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인터뷰 직전 "서울의 봄"이 관객 5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들은 김상범 편집 감독은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책상 위에는 27인치 정도 돼 보이는 편집용 모니터 두대, 바로 옆에는 2인용 소파, 앞 벽면에 커다란 프로젝션 스크린 걸려있는, 넓이에 비해서는 다소 썰렁한, 치장이라곤 거의 없는 편집실. "왕의 남자(2012)", "변호인(2013)",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등 2년 마다 '천만 영화'를 편집한 장인의 사무실치고 검박해보였습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1998)"으로 마흔 넘는 나이에 늦깎이 데뷔한 김상범 편집 감독은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국내 최고(령) 편집 감독입니다.

"서울의 봄"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영화는 연기와 편집의 힘으로 움직이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긴 분량의 교차 편집과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곳곳의 점프컷이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이것은 통화인가,영화인가?'라고 할만큼 많은 통화씬과 대화씬으로 가득찬, 어찌보면 정적인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김성수 감독이 굉장히 많이 찍어 놨죠. 하지만 저는 (편집 감독으로서) 시간적인 제약이 있지 않습니까? (그림을 편집해서) 버릴 때마다 김 감독과 제가 뼈를 깎을 정도로 아까워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제일 중요했던 것은 '이 사이즈감(샷의 크기)이 관객한테 무엇을 줄 것이냐'와 '이 길이감(컷의 지속 길이)에서 관객들을 얼마만큼 집중시킬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걸 놓고 김성수 감독과 예를 들어서 바둑에서 상대 심리를 탐색하듯이 작업을 했죠…. 불과 몇 시간 동안에 벌어진 이야기에 관객을 동참시키자. 그런 생각으로 편집을 했습니다."

인터뷰 하는 김상범 편집감독 / 김태훈

전두광과 이태신이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대는 복도씬을 굉장히 흥미롭고 긴장감있게 봤다
하나회 떼거리가 전두광을 보좌하면서 오고 이태신은 혼자 모든 걸 대면하듯이 오는 이미지가 영화 마지막 부분과 연관이 돼서 내가 참 좋아하는 씬 중 하나다.

그런데 정상호 총장은 바로 앞 씬에서 전두광에게 '인사는 내가 한다'고 하고, 뒤 씬은 정총장이 이태신을 공관으로 불러 수경사령관 임무를 맡기는 씬이기 때문에 복도 씬이 없어도 드라마 흐름은 좋다. 그렇지만 하나회 집단과 이태신이 대립하는 부분이 가장 명확하게 보여지는, 서로 피할 수 없는 공간에서 찍은 복도 씬이 들어감으로써 앞뒤 씬의 연결감이 굉장히 좋아진다.

교차 편집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육참총장공관-국무총리 집무실-30경비단-연희동 전두광 사택-육군본부 벙커-수경사령부 등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을 긴박하게 돌린다. 교차 편집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그 작업할 때 굉장히 어려웠다.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쉬운데 처음 본 관객은 같은 군복, 같은 아군이라 처음에 (누가 이쪽 편이고 누가 저쪽 편인지) 직관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보안사 군인들은 정총장을 연행하러 가고, 전두광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찾아가고, 이태신은 연희동으로 가고, 그 시간으로 찍은 분량이 굉장히 길다. 처음 편집했을 땐 '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나가지? 와, 끔찍하게 길구나.' 생각했다. 전두광이 대통령실에서 나와 도망치는데까지 굉장히 큰 시퀀스인데 영화 속에서 이 시퀀스가 차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한정적이고, 한정적이라는 건 아차 잘못 편집하면 관객이 구분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제일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다.

예를 들어 총장 공관에서 정총장을 연행하러 온 보안사 군인 2명은 응접실에 앉아 있고 다른 2명은 또 저쪽에 앉아있고 이런 것까지 다 신경을 쓰면서 시간 배분을 해야 했다.

소위 '데모찌(들고 찍기를 가리키는 업계 은어)의 영화'라고 느낀 대목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정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총장과 이태신의 공관 마당 대화씬에서도 카메라는 계속 움직인다. 심지어 부감샷에서도.
사실 그 부분 촬영본에서 픽스샷이 있는지 찾아봤다. 한번 붙여 보고 픽스샷에서 오는 느낌과 비교를 해보고 싶었다. 특히 이태신과 정총장이 있을 때는 좀 안정적이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있었고. 그런데 원본에 픽스샷이 아예 없었다.

심리적으로 볼 때 정총장 같은 경우는 그 자리가 그렇게 안정적인 자리가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적당한 정도의 움직임이 있는 샷들을 찾아서 붙였다.

"서울의 봄"에는 많은 통화 씬이 나온다 / 플러스엠 엠터테인먼트

대화나 통화 장면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데, 12.12. 군사 쿠테타 9시간을 그린 영화에 대해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편집에 대한 고민이 컸겠다
농담으로 그랬다. 12.12. 군인들 나오는데 '야, 우리는 뭐 전쟁 영화가 말로만 다 싸우네'(웃음)

편집을 할 때 사실은 '내가 해내겠다'고 하기보다 상대방을 믿는다. 황정민 배우와 정우성 배우, 그들이 어느 정도 이 역할을 소화하느냐가 중요했다. 김성수 감독은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촬영 초반에 김성수 감독과 통화를 많이 했다. 나는 "촬영본 보니 느낌이 좋으니까 황정민 씨한테 너무 잘한다고 좀 알려줘", "정우성 씨도 잘하고 있어" 그렇게 현장과 소통을 했다.

노태건이 전두광 집에 왔을 때 전두광이 방석을 던져주고 노태건이 앉으면서 '야 우리 여기까지 왔으면 많이 왔어. 너 가서 정총장한테 잘못했다고 빌어라' 할 때 전두광이 씩 웃는데 그 눈빛과 마지막 미소까지 전체 영화(에서의 편집점들)보다 약간 시간을 더 줬다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 에너지는 관객이 받아볼 때는 더 준 길이가 아니다. 김성수 감독이 배우한테 캐릭터에 대해 요구한 부분이 있고 배우들이 그걸 잘 소화했다. 그런 걸 믿고 편집을 하는 거다.

정총장이 이태신에게 "지금 수경사령관 거절하시는 겁니까?"하자마자 바로 컷해 이태신이 집에서 아내와 밥먹는 씬으로 넘어가고, 정총장과 대화를 해보면 어떻냐는 부하의 말에 전두광이 "그 답답한 양반하고 무슨 말을 해"하자마자 정총장과 전두광이 마주 앉은 씬으로 바로 컷하는 등 점프 컷으로 사건을 빠르고 압축적으로 전개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영화에 리듬을 만들고 관객들의 주의도 환기시킨다
(미소지으며) 내가 못된 버릇이 하나 있다. 관객은 물론 대단하다. 그런데 시간을 내고 표를 사서 객석에 앉은 관객들이 편안하고 느긋하게 보면,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뭔가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라면서) 화면에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약간 좀 거칠게 느끼더라도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되지?' 이러면서 보게끔 하고 싶은 게 내 편집 스타일이다.

어느 영화든지 시나리오를 50번 이상 읽는다. 그리고 제일 먼저 시퀀스가 어떻게 나눠지는지 분석을 한다. 시나리오에서 시퀀스가 나눠진 부분이 과연 옳은가? 왜냐하면 관객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싶어하고 감정적인 부분에 몰입하기 때문에 큰 작업 들어가기 전에 시퀀스를 미리 정리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작업할 때 '아, 여기보다 시퀀스를 한번 더 가볼까'하거나 오히려 어쩔 때는 '관객이 뭘 기대하는데 살짝 기대치를 죽여볼까'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찾는다.

"서울의 봄"은 전부 컷 편집인데 딱 한 컷만 디졸브를 썼더라. 전두광이 "이 문 닫히면 전두광이랑 끝까지 가는 겁니다"하며 반란군 무리를 압박하는 씬인데 한영구 중장(안내상) 컷을 디졸브로 넘겼다
요즘 기법에서는 디졸브를 잘 안쓴다. 문학, 음악, 연극 등은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달라지는데, 이제 100년 조금 더 된 영화 역사에서 옛날 거 그런 거 없다. 고작 몇 십년 전에 쓰던 게 왜 옛날 건가?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는냐의 문제다.

반란군 무리가 고민하는 모습을 한영구의 디졸브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뭐 이 사람 저 사람 얼굴 컷으로 나열한다고 고민이 잘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심리적인 흐름을 디졸브로 보여준 거다. 그 부분은 김성수 감독도 "형님, 우리 이런 거 안 썼잖아요"했는데 내가 "이게 효과적일 것 같아" 그 말 한마디로 서로 이견없이 프레임도 안 만지고 갔다. 김성수 감독도 그런 부분에 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 거다.

"서울의 봄" 홍보 영상 캡처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화면 분할 장면도 적잖이 썼다. 어떻게 보면 만화적인 편집인데 실화 바탕의 진중한 영화에서 영화가 가볍게 느껴질 우려도 있다
노태건이 "이러면 우리 다 죽는다. 혈연,지연,학연 다 동원해서 막아!"하는 장면은 컷으로 나누면 더 번잡할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전화하는 모습, 그 표정을 일일이 볼 것도 아니고. 얘네들이 그때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화면분할 장면도 컷,컷,컷해서 짧게 들어가면 출동하고 철군하는 모습과 지휘관의 고뇌의 느낌을 동시에 살리기 쉽지 않은데 화면 분할로는 할 수 있었다.

자막도 많이 썼다
대개 영화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약간 노이로제가 있냐 하면,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것과 자막으로 설명하는 거, 그건 가능한 피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우리가 자막을 어느 정도 쓸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첫 작업을 할 때 생각은, '가능한 자막은 최소화하자.' 그런데 우리도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봐야한다. 젊은 세대, 또 (군에 익숙치 않은) 여성 분들을 감안했을 때 과연 이해도가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좋은 놈과 나쁜 놈과 우유부단한 놈, 이 세 집단의 얘기다. 쿠테타를 일으킨 집단과 이걸 혼자 힘으로 막으려는 사람, 책임감도 없는 육본의 별들, 그 구분이 쉬울 것 같아 자막을 최소화해도 될 것 같았는데, 군인들이 워낙 많이 나오고 군복을 입으니까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모니터 조사를 해서 자막을 많이 썼는데 사람들이 이게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까봐 사실은 개봉 첫날 혼자 극장가서 볼 때 그 부분에 신경이 쓰였는데 관객들이 그런 이야기가 없어 '어휴, 이건 참 선택을 잘했구나' 생각했다.

전두광이 짚차타고 나가는 부감샷을 비롯해서 반란군과 진압군이 대치하는 광화문 엔딩 시퀀스가 인상 깊었다. 김성수 감독도 이 부분을 굉장히 여러 번 편집했다고 말했는데
그 씬에서 수정을 많이 했던 건 사실 드라마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편집하다보니 러닝 타임이 늘어났는데, 이태신이 바리케이드를 타고 넘어가는 씬이 길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부분이 과연 긴가?' 생각했지만, 우리는 상대방이 왜 길게 느꼈는지를 봐야지 무조건 우리가 옳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딱 줄여놓고 보니까, 이태신이 그 많은 바리케이드를 넘어갈 땐 어떤 마음이었을까? 넘어가면서 긁히고 헐떡이는 것보다 전두광 앞에서 한마디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사는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왜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지하며 반성도 했다. 거기서 길게 편집해서 관객이 이태신을 보면서 '어우 저 사람 불쌍하네, 어떡해' 이런 느낌까지 넘어가면 안되는 거거든.
 
 * * *

김상범 편집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공동경비구역JSA"부터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와 "박쥐", 그리고 지난해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 감독이 한국에서 만든 모든 영화를 도맡아 편집했습니다.

전작 두 편의 흥행 실패로 충무로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했던 박감독에게 "공동경비구역JSA"의 시나리오를 함께 읽고 연출해보라고 권유했던 것도 그라고 합니다.

김상범 감독은 지난해 씨네21과 인터뷰에서 "박감독은 매 작품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래서 나도 예전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봄"은 기본적으로 '다른 편집'을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큰 상업영화에서도 편집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은 건 없었냐고 물어봤습니다.

"서울의 봄" 김상범 편집 감독 / 김태훈

"편집자가 제일 갖춰야할 부분이 뭐냐면 '편집적으로 이런 걸 보여줘야지'하는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감독이 이 영화를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떻게 표현을 할까를 극대화시켜서 관객한테 보여주는 겁니다. 저는 그게 편집자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편집자가 감독의 생각을 저버리고 '아, 이건 내가 한번 이렇게 튀어보면 멋있을 거야, 관객은 분명히 알 거야'하는 그런 시도는 잘못된 자세 같아요."

"연세가 적지 않으신데 대중 상업 영화를 편집하려면 감각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비결이랄까 주로 보시는 영화랄까 그런 게 궁금합니다"

"저는 젊은 감독들이나 기존 감독들한테 참 많이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너무 자기 세계에 있지 말아라. 그리고 항상 (영상)문법, 문법 너무 자꾸 이야기하지 말아라. 나는 그걸 깨뜨린다고 해서 관객이 '저거 영화도 아니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 같아요. (물론 김 감독도 영상 문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디즈니,왓챠,넷플릭스 같은 OTT 영화나 시리즈를 습관적으로 봐요. 근데 모든 영화를 다 보는 게 아니라 새롭고 좋은 감독 거는 찾아보고 그럴 게 없으면 예전에 좋았던 영화를 되풀이해서 보면 배우는 게 있어요.

어떤 씬을 찍을 때 이쪽에서 찍고 저쪽에서 찍고 위에서 찍고 투샷으로 찍고 풀샷으로 찍으면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진짜 코미디거든요. 그런 관습적인 부분을 깨뜨리고 있는 그런 집단들을 찾아봐야 해요."

일산에 있는 김상범 편집 감독 작업실의 최대 장점은 저멀리 구부러져 흐르는 한강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편집하다 잠깐 쉴 때, 일산대교와 김포대교 사이의 장항습지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 보는 "저녁놀이 정말 좋다"고, 김 감독은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창가 커튼을 제치니 마침 늦은 오후였습니다. 높은 층의 '김상범 편집실'에서 보는 '한강 뷰'는 한강에 바짝 붙은 건물에서 보는 서울 시내 여느 한강 뷰와는 좀 달랐습니다. 한강까지 직선 거리로 3km, 앞에 이렇다 할 높은 건물도 없어서 왠지 아이맥스로 큰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편집이란, 영화 전체를 조망하면서 큰 그림을 보는 작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로 스크롤하면 씨네멘터리 칼럼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90여 편의 영화 이야기들이 독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Copyright©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