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주 출고가 낮춘다..."그래봤자 식당 소줏값 안 내려감"[김용훈의 먹고사니즘]

입력 2023. 12. 10. 10:03 수정 2024. 2. 2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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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참이슬 등 잇따라 가격 인 '9개월 만에 최대'
정부, 주류에 ‘기준판매비율’ 도입...소주·위스키 출고가↓
여론은 "그래봐야 식당 판매가 안 떨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직장 후배들과 평소 소맥을 즐겨 마시던 김기한(41·가명) 팀장은 요즘 식당에 가면 고민이 많아진다. 마음 같아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맥을 마시고 싶지만 부쩍 오른 소주와 맥주 가격 때문에 선뜻 주문하기가 망설여진다. 김 씨는 “팀 회식에서 술값을 걱정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소맥 마시자고 소주, 맥주 한 병씩 주문하면 1만4000원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술값 상승률 9개월 만에 최고

11월 맥주, 소줏값이 크게 올랐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맥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2.45로 작년 11월과 비교해 5.1% 올랐습니다. 이는 올해 2월(5.9%) 이후 9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작년 10월 7.1%를 기록했던 맥주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올해 4월 0.7% 수준으로 둔화됐지만, 올해 11월 다시 5%대로 대폭 올랐습니다. 소주라고 다를까요. 지난달 소주 물가 상승률은 4.7%로 올해 2월(8.6%)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이 수치는 2월 8.6%에서 3월 1.4%로 뚝 떨어진 뒤 4∼10월에는 0%대를 유지하다가 다시 껑충 치솟았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11월 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주류가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

맥주와 소주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은 주류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오비맥주는 지난 10월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6.9% 인상했습니다. 이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부터 소주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렸고 테러와 켈리 등 맥주 제품 출고 가격도 평균 6.8% 인상했습니다.

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류비도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토로합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연초부터 소주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6% 오르고 신병 가격은 21.6%나 인상되는 등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제조 경비 등 전방위적으로 큰 폭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내년부터 주류에 기준판매비율 도입

고물가 행렬에 술값이 한 몫 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주세법 시행령’과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 1일 출고분부터 국산주류 제조장 가격에서 제조자의 판매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주세를 신고·납부토록 했습니다.

국내 증류주는 과세 대상의 원가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 대상입니다. 국내 증류주엔 제조자의 판매관리비와 이윤 등에도 주세가 과세되는 반면, 수입 주류에는 국내 수입통관 시에 과세가 이뤄져 수입업자의 판매관리비와 이윤 등이 과세 표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국내 제조 주류의 세 부담이 수입산 주류보다 높은 셈입니다.

개정안에는 국내에서 제조한 주류의 제조장 판매가격에서 주류의 종류별로 유통 관련 판매관리비, 이윤 등에 상당하는 금액을 기준판매비율로 차감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국내 제조 주류의 과세기준액이 낮아지는 만큼 소주·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의 가격 인하가 기대됩니다. 국내 맥주와 탁주 등은 현행 주세법에 따라 주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량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식당들 한번 올리면 절대 안내려"
[출처: 보배드림]

하지만 정부가 국내 생산 주류에 ‘기준판매비율’ 도입해 출고가를 낮춘다는 소식에도 반응은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정부 발표를 보도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그래봤자 식당 주류가격 안 내려감", "소매가격 100원 오르면 식당에서 1000원 올린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아니고 소주에 삽겹살 한점 해야 하는 시대"라는 등 한번 오른 외식 술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들이 하는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실제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맥주와 소주 물가는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맥주(외식) 물가 등락률은 올해 2월 10.5% 올랐다가 이후 둔화세를 보이며 9월 4.4%까지 낮아졌지만, 지난 10월 4.5%, 11월 5.0%로 커졌습니다. 소주(외식) 물가 상승률도 2월 이후 9월(4.4%)까지 7개월 연속 둔화했다가 10월과 지난달에 각각 4.7%로 높아졌답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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