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울보' 김정은? 대놓고 '최고 존엄'의 눈물 공개하는 북한 의도는

김혜영 기자 입력 2023. 12. 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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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3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리일환 노동당 비서의 대회 보고를 듣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는 그의 모습에, 관중석에 앉아있던 참석자들도 덩달아 울었습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우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을 참배하면서 펑펑 울어서 눈이 충혈된 모습을 보인 걸 시작으로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코로나에 태풍까지 혹독했던 한 해를 이야기하다가 울컥해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2020년 10월 10일)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연설을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군인, 주민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김정일 체제의 군부 핵심이자 자신의 '후계 수업'을 맡았던 현철해 인민군 원수가 숨졌을 때는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울먹이더니, 묵념 뒤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지난해 12월 신년경축대공연에서도 눈물을 흘리더니, 올해 7월에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열병식에서도 그는 북한 국가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고 울었습니다.

북한에서 '수령'으로 불리는 그의 우는 모습을 북한 관영매체가 그대로 대중에 공개하는 데는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그의 눈물로 가리려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김정은의 '눈물', 어머니에 대한 회한?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눈물'을 두고, 어머니 고용희에 대한 그리움이나 어머니를 우상화하지 못하는 데 대한 자괴감 등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유환 ㅣ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고용희가 (김정은의) 어머니이지만, 지금도 그 어머니 존재를 북한 사회에 공개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북한에서는 '후지산 줄기'라고 하는, '백두혈통'에 조금 비껴있는 인물이 자기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회한도 거기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거예요." 

단순히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당정청 고위 간부들을 겨냥한 메시지도 담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영환 ㅣ 통일부 장관 특보 
"자기가 정권을 잡아서 11년이 됐는데도 아직 (어머니인 고용희를) 우상화를 못하잖아요. 당정군 간부들한테는 왜 뭔가 신통한 수를 너네가 발견 못하고 있는가,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를 하지 못하는 그런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다목적 선전 프레임이 있는 것 같아요."
 

'김정은 눈물' 공개하는 북의 노림수

김정은 위원장이 우는 행위 그 자체가 설령 순수하게 감정이 북받친 결과라고 하더라도, 북한 관영매체가 그의 우는 모습을 그대로 주민들에게 전달한 건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 장면을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공개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북한 최고위급의 정무적 판단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김성경 ㅣ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도자가 만약에 눈물을 흘리더라도 그런 모습을 좀 안 보이게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고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선대와는) 다른 모습을 구축하려는 그런 의도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지도자도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 있고 어머니의 노고를 이렇게 (치하)하고 있는데 우리도 더더욱 이제 뭔가 열심히 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눈물을 보인 행사 '전국 어머니 대회'는 북한의 낮은 출생률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여성동맹 등 어머니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행사였습니다. 올해 유독 잦은 사회적 동원으로 힘들었던 그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선물을 주고, 또 눈물로 호소하며 불만 여론을 잠재우려 한 것입니다. 
박영자 ㅣ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적 동원이 엄청났거든요. 특히 농업 분야의 동원들이 많았는데, 이런 사회적 동원을 주도한 게 인민반하고 여맹(여성동맹)이었습니다. 근데 인민반장이나 여맹위원장은 100% 여성들이고 어머니들입니다. 많은 동원 속에서 힘들었던 어머니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더 독려하는..." 

그 눈물의 진정성 여부라든가 실제 의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적어도 그 모습을 관영매체의 전파와 지면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다다르게 한 것은 북한의 선전선동, 특히 김정은 체제의 우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박영자 ㅣ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을 공식적으로 수령화하고 있는 작업이 이제 본격화됐습니다. '사회주의 대가정'을 유지하는 '어버이의 수령'으로서 일상생활을 챙기는 어머니들을 돌보고, 수령으로서 김정은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데 이번 어머니 대회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성을 차단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독재의 선동술'



북한 선전선동의 핵심은 이성과 합리성이 아닌 감성·감정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당과 수령의 교시에 즉각적인 감동과 집단행동을 유발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독재의 선동술로 대중의 이성적인 사고를 차단하고, 김정은에게로의 무조건적 충성을 유도하는 것, 결과적으로 통치자와 자신의 희망을 일체화시키고 자발적인 신민이 되도록 하는 것은 파시즘의 선전선동술로 히틀러의 책사였던 괴벨스에 의해 정형화된 기법이기도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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