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서 버젓이 불꽃놀이·낚시… 쫓겨나가는 멸종위기종 [이슈 속으로]

강은선 2023. 12. 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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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생물보호구역 유명무실
국내 395곳 지정… 부산은 한곳도 없어
간척사업·도로 건설 등 탓 서식지 단절
일부 구역엔 등산로 설치 ‘발걸음’ 잦아
전문가 “보호구역 재분류 등 필요” 강조
단절 생태계 연결 ‘비오톱’ 조성도 필수
#1.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충남 당진시 우강면 부장리. 지난 추석 즈음, 부장리 소들쉼터 일대 풀숲과 나무가 고사했다. 우강면이 소들공원 일대에 유채꽃밭을 조성하기 위해 제초제를 살포한 것. 이곳엔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당진시 야생생물보호구역 관리 조례에 따르면 야생생물 보호에 유해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당진시는 유채꽃밭 조성 계획을 철회하고 생태 복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2. 지난 4월 말,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어곡천은 하천공사가 한창이었다. 2020년 수해 당시 하천이 범람한 어곡천 폭을 넓히는 재해복구 공사로 2021년 6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진행됐다. 어곡천 10㎞ 구간 중 공사구간인 심곡리 3.86㎞는 ‘묵납자루’ 집단 서식지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묵납자루는 몸길이 5~7㎝ 크기로 4~5월에 산란하고 남한강 등 물이 완만하게 흐르는 곳에 산다. 지느러미와 몸통이 짙은 검은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가득했던 수변식물은 공사로 모두 뽑혔고 하천 둑은 콘크리트로 덮였다. 묵납자루는 더 이상 이곳에 서식하지 않는다.
 
대전 보문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하늘 다람쥐.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기후변화와 난개발로 야생생물과 생물다양성은 줄고 있다. 역설적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개체 수는 그만큼 늘어간다. 지방자치단체가 야생생물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야생생물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 있으나 마나 한 야생생물보호구역이다.

◆개발에 밀려 사라지는 야생생물 서식지

야생생물보호구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또는 기타 야생생물 등의 보호와 번식을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집단 서식지·번식지로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지역, 집단도래지로서 학술적 연구 및 보전 가치 큰 곳 등이다. 환경부장관이 법에 따라 지정·고시한다. 보호구역에선 건축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수 없다. 흙과 돌 채취는 물론 취사나 야영행위도 금지된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야생생물보호구역은 394곳이다. 야생생물특별보호구역은 경남 진주 진양호 수달서식지 1곳이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86곳, 273.53㎢ 규모로 가장 많이 지정돼 있다. 부산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나 보호받아야 할 야생생물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야생생물 서식지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림면적은 2011년 634만8000㏊에서 2020년 628만6000㏊로 지속해서 줄고 있다. 갯벌 면적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간척 사업 등으로 갯벌은 최근 5년간 5.2㎢ 감소했다. 각종 도로 건설로 서식지 단절은 증가하고 있다. 국내 도로는 10년간 약 7000㎞ 늘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야생생물 보호관리를 위해 정례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대전 야생생물보호구역은 총 1.30㎢이다. 서구 월평공원(0.46㎢)과 도솔산 주변(0.39㎢), 가수원동 산(0.12㎢), 대덕구 황호동 대청호 주변(0.33㎢) 등 4곳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대구 4곳(3.18㎢), 광주 4곳(5.2㎢), 울산 5곳(3.7㎢) 등 각 지자체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규제를 시행 중이다.

대전시에서는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10년 단위로 조사하고 있다. 주요 야생생물 서식지 12곳을 정해 매년 4개 지역씩 3년 단위 모니터링 중이다. 그 결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 대청호 추동습지와 유등천, 갑천에서 발견됐다. 갑천에선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도 확인됐다. 계룡산국립공원 내 수통골 금수봉에서는 멸종위기 2급인 삵과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도 발견됐다. 유등천에서는 대전시 깃대종(한 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식물)인 감돌고기가, 갑하산에서는 이끼도룡뇽이 살고 있었다.
금강하천의 재두루미 흑두루미
◆보호되지 못하는 야생생물보호구역

최근 천연기념물인 큰소쩍새가 포착된 대전 월평공원. 인근엔 야생생물보호구역인 갑천습지가 있다. 그러나 이곳엔 등산로와 체육시설이 설치돼 주민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갑천습지에선 여전히 낚시가 행해진다. 일부 주민이 습지의 수풀을 걷어 밭을 일구면서 야생동물을 위한 공간은 쪼그라들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길고양이 먹이주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지지만 지도단속은 전무하다. 이곳은 필지 단위로 작게 보호구역을 지정해 토지구획선에 관계없이 야생동물이나 식물군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필지단위로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생물의 이동로를 단절시키는 실정이다.

생태보호구역인 대구 달성습지에서는 지난 9월 불꽃놀이가 열렸다. 달성습지엔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삵 등 법정보호종 10종이 산다. 환경단체는 “달성습지는 수많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야생동물들의 보고”라며 “불꽃놀이는 습지에 사는 야생생물에 치명적으로, 행위 자체가 생태적 무지”라고 비판했다.

이은재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은 “야생생물보호구역 내에도 주민들의 침입이 잦아 야생생물이 안전하게 서식하기 어려운 구역이 많다”며 “출입과 행위제한을 하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필지단위 구역 설정 재편 선결과제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선 야생생물보호구역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선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 30%를 복원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보호구역 재분류와 보호구역별 지정요건 차별화 필요성을 제시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나 습지보호지역 등 다른 보호구역의 경우 야생생물보호구역처럼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 여부가 요건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보호구역별 지정 목적에 맞는 차별화된 지정요건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호구역 중복 등 공간적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부는 자연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특정도서, 야생생물보호구역을 지정·관리하고 있고, 산림청은 백두대간보호구역 등을 지정·관리하는데 중복지정이 발생해도 이를 관리하는 방안은 부재하다.
실효성 있는 정기 평가 관리체계를 위한 정보시스템 마련도 제언했다. 대전에선 10년마다 자연환경조사를 하고 있으나 대전 전역의 전반적인 동물상 현황 파악에 그치고 있다. 대전 내 주요 서식지의 야생생물 변화 양상을 파악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은재 연구위원은 “보호구역별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생물상의 변화 및 원인 분석, 관리방안을 갖춰 보호구역 신규 지정 및 해지 등에 활용해야 한다”며 “보호구역 정보시스템 구축으로 정부 및 관리 주체 간 보호구역 정보 불일치 문제 해소 및 지정요건·관리지침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비오톱(biotope) 조성도 필수요건으로 제시된다. 비오톱은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도움되는 숲, 가로수, 습지, 하천, 화단 등의 작은 생물서식공간이다.

이 연구위원은 “도시생태현황지도의 비오톱 등급이 높은 지역 중 공적 규제가 없고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을 선별해 공유지가 많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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