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서 버젓이 불꽃놀이·낚시… 쫓겨나가는 멸종위기종 [이슈 속으로]
국내 395곳 지정… 부산은 한곳도 없어
간척사업·도로 건설 등 탓 서식지 단절
일부 구역엔 등산로 설치 ‘발걸음’ 잦아
전문가 “보호구역 재분류 등 필요” 강조
단절 생태계 연결 ‘비오톱’ 조성도 필수
#2. 지난 4월 말,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어곡천은 하천공사가 한창이었다. 2020년 수해 당시 하천이 범람한 어곡천 폭을 넓히는 재해복구 공사로 2021년 6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진행됐다. 어곡천 10㎞ 구간 중 공사구간인 심곡리 3.86㎞는 ‘묵납자루’ 집단 서식지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묵납자루는 몸길이 5~7㎝ 크기로 4~5월에 산란하고 남한강 등 물이 완만하게 흐르는 곳에 산다. 지느러미와 몸통이 짙은 검은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가득했던 수변식물은 공사로 모두 뽑혔고 하천 둑은 콘크리트로 덮였다. 묵납자루는 더 이상 이곳에 서식하지 않는다.

◆개발에 밀려 사라지는 야생생물 서식지
야생생물보호구역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또는 기타 야생생물 등의 보호와 번식을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집단 서식지·번식지로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지역, 집단도래지로서 학술적 연구 및 보전 가치 큰 곳 등이다. 환경부장관이 법에 따라 지정·고시한다. 보호구역에선 건축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수 없다. 흙과 돌 채취는 물론 취사나 야영행위도 금지된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야생생물보호구역은 394곳이다. 야생생물특별보호구역은 경남 진주 진양호 수달서식지 1곳이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86곳, 273.53㎢ 규모로 가장 많이 지정돼 있다. 부산은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야생생물 보호관리를 위해 정례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대전 야생생물보호구역은 총 1.30㎢이다. 서구 월평공원(0.46㎢)과 도솔산 주변(0.39㎢), 가수원동 산(0.12㎢), 대덕구 황호동 대청호 주변(0.33㎢) 등 4곳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대구 4곳(3.18㎢), 광주 4곳(5.2㎢), 울산 5곳(3.7㎢) 등 각 지자체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규제를 시행 중이다.

최근 천연기념물인 큰소쩍새가 포착된 대전 월평공원. 인근엔 야생생물보호구역인 갑천습지가 있다. 그러나 이곳엔 등산로와 체육시설이 설치돼 주민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갑천습지에선 여전히 낚시가 행해진다. 일부 주민이 습지의 수풀을 걷어 밭을 일구면서 야생동물을 위한 공간은 쪼그라들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길고양이 먹이주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지지만 지도단속은 전무하다. 이곳은 필지 단위로 작게 보호구역을 지정해 토지구획선에 관계없이 야생동물이나 식물군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필지단위로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생물의 이동로를 단절시키는 실정이다.
생태보호구역인 대구 달성습지에서는 지난 9월 불꽃놀이가 열렸다. 달성습지엔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삵 등 법정보호종 10종이 산다. 환경단체는 “달성습지는 수많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야생동물들의 보고”라며 “불꽃놀이는 습지에 사는 야생생물에 치명적으로, 행위 자체가 생태적 무지”라고 비판했다.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선 야생생물보호구역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선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 30%를 복원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보호구역 재분류와 보호구역별 지정요건 차별화 필요성을 제시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나 습지보호지역 등 다른 보호구역의 경우 야생생물보호구역처럼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 여부가 요건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보호구역별 지정 목적에 맞는 차별화된 지정요건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호구역 중복 등 공간적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재 연구위원은 “보호구역별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생물상의 변화 및 원인 분석, 관리방안을 갖춰 보호구역 신규 지정 및 해지 등에 활용해야 한다”며 “보호구역 정보시스템 구축으로 정부 및 관리 주체 간 보호구역 정보 불일치 문제 해소 및 지정요건·관리지침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비오톱(biotope) 조성도 필수요건으로 제시된다. 비오톱은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도움되는 숲, 가로수, 습지, 하천, 화단 등의 작은 생물서식공간이다.
이 연구위원은 “도시생태현황지도의 비오톱 등급이 높은 지역 중 공적 규제가 없고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을 선별해 공유지가 많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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