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덫에 갇힌 동료 구하는 돼지

박건희 기자 입력 2023. 12. 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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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궁금한 표정으로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는 소의 얼굴을 실었다.

몇 분 후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돼지들이 상자 주변으로 모여들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처음에 돼지들은 문을 열고 상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돼지 한 쌍이 문을 밀고 상자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돼지 여러 마리도 상자 주변으로 몰려들어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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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6675호 표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로 궁금한 표정으로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는 소의 얼굴을 실었다. 함께 적힌 문구는 '호기심'. 이번 주 사이언스는 '동물은 생각할 줄도, 느낄 줄도 모른다'는 과학계와 대중의 오랜 편견을 깨고 가축의 인지능력을 보여주는 내용의 르포 기사를 소개했다. 

독일 두머스토프에 위치한 '가축 생물 연구소(FBN)'는 염소, 돼지 등 가축의 '마음'을 조사하는 연구센터다. 이곳 연구자들은 수천년 간 인간과 함께 살아 온 가축의 정신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삶의 모습을 탐구한다.  

사이언스는 최근 '가축은 우둔하며 과학적 관심을 받을 가치가 없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10년 간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밝혀진 연구에 의하면 돼지는 공감의 신호를 보낼 줄 알며 염소는 개와 비견될 수준의 사회적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젖소는 배변 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인지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FBN에서 근무하는 생태학자 리즈 모스코비츠는 최근 돼지의 공감능력에 대해 실험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먼저 돼지 축사 안에 작은 창문과 문이 달린 상자를 놓았다. 몇 분 후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돼지들이 상자 주변으로 모여들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처음에 돼지들은 문을 열고 상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돼지 한 쌍이 문을 밀고 상자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돼지 여러 마리도 상자 주변으로 몰려들어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이 상자는 사실 덫이다. 돼지 한 마리가 들어가면 문은 닫혀버린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돼지들이 '동료' 돼지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돼지들은 20분 내에 상자 안에 갇힌 돼지를 구했다. 

또 상자가 비어있을 때보다 누군가 안에 갇혀있을 때 상자 문을 열 가능성이 높았다. 또 상자 안에 갇힌 동료 돼지를 응시하는 시간이 긴 돼지일수록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자를 열고자 하는 행동이 단순 호기심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같은 동물 행동 연구 결과에 대해 크리스토퍼 크루페니예 미국 존스홉킨스대 심리학자는 "동물 행동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놀랄만큼 많은 공통점을 보여줬다"며 "동물들이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기 시작했을부터 자기 자신을 길들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성의 진화에 대한 통찰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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