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큰절에 이어 전광훈 기도회까지...원희룡에게 유독 엄격한 걸까? [와이즈픽]
2007년 새해 전두환 연희동 집 찾아 '큰절'
17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인 2007년 1월 2일. 당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연희동에 있는 전두환 씨 집을 찾았습니다. 전 씨에게 세배를 올렸습니다. 한복을 차려입은 전두환 씨 앞에 큰절하는 그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연희동 집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많이 겪으셨는데 아주 밝으시고, 나라 걱정 많이 하시네요. 여러 가지 조언 들었습니다." 상당히 밝은 표정으로 언론 앞에 섰는데, 이런 그의 행동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셌습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선 "변절자", "배신자", "제주에 다시는 내려오지 말아라"라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결국 그는 큰절 이후 이틀 만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국회 기자회견까지 열어 "과거의 상처가 아직 너무나 생생하고, 이를 받아들일 여건이 안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오해를 불러일으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비판 여론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텐데 그는 왜 전두환 씨를 직접 찾아가 세배까지 했을까? 이와 관련한 답변도 있었습니다. "갈등과 증오의 역사를 녹여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찾아간 것"이라는 게 그의 해명이었습니다.
그해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결국 보수 대선 후보의 양대 산맥이었던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크게 밀렸습니다. 그 당시 원 의원은 남경필·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개혁 보수', '소장파'라는 평가가 따라다녔습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음모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전두환 씨에게 한 큰 절이 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후임 장관 지명 날 첫 행보는 전광훈 목사 중심 기도회
최근 이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후임 장관 지명이 이뤄진 지난 4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정치 재개 첫 행보로 찾은 곳은 경북 경주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였습니다. 강성 보수의 한 축이자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는 전광훈 목사 중심의 보수 기독교 집회로, 전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했습니다.
원 장관은 이날 기립 박수를 받고 연단에 올라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습니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처음 일정"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습니다." 참석자들이 열광했습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습니다.
전 목사는 원 장관과 한 무대에 서진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원 장관이 내려간 뒤 연단에 올라 "와따, 원희룡 간증 잘하네. 내가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내가 아주 쏙 빠지게 하네. 쏙 빠지게 해"라며 원 장관을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때도 그렇고 이전부터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 안 만났다"…'전 목사 찾았다' 반박 보도
어쨌든 전광훈 목사 중심 기도회 참석 논란이 커지자 원 장관은 이번에도 적극 해명했습니다. 먼저 기도회 참석 이틀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저의 소신은 보수의 혁신과 통합, 그리고 중도 외연 확장"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주장은 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이뤄졌습니다. "(보수통합 대상에 전광훈 목사 같은 분들도 포함이 되는 걸까요?) 전혀 아닙니다. (전광훈 목사와 만났나?) 만나지도 않았고요. 경상북도 장로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기독교인, 그리고 장관으로 초청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간 것이지, 다른 해석은 저의 뜻과 벗어나…"
그는 전 목사 중심 기도회에 참석한 건 맞지만 직접 만나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CBS노컷뉴스는 확보한 영상을 통해 "간증을 마치고 강연장을 빠져나온 원 장관은 건물 밖으로 나가기 전 주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전 목사 대기실을 찾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확보된 영상은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현장 노동자에서 개혁 보수, 그리고…차기 대선 꿈꾸는 원희룡
<숟가락 공장 출신 원희룡 장관은 왜 노조와 싸울까?> 지난 5월, 원 장관이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계속 비판하며 싸울 때 쓴 기사 제목입니다. 여기서 그의 노동운동 이력과 정치 입문 과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원희룡 장관에게는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입학 전체 수석, 사법시험 수석이란 타이틀로 이른바 '천재 이미지'가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대학 때 위장 취업으로 인천 숟가락 공장에 투입될 정도로 노동운동에 매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노동 현장을 누빈 그는 "구로공단은 최고의 인생 대학"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힐 정도입니다. 그는 엄연한 현장 노동자 출신입니다.
이러던 그가 사법시험 수석에, 짧게나마 검사 생활까지 한 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그를 영입한 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였습니다. 보수정당 내 젊은 개혁 인사라는 타이틀이 걸렸지만 이후 진보정당으로부터 '배신자'란 꼬리표로, 보수정당 안에선 '색깔론'으로 계속 시달렸습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건 보수정당이니 진보 쪽보단 보수 쪽 확장이 더욱 절실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2007년 처음으로 대권 도전에 나섰을 때 전두환 큰절 '소동'이 있었습니다.
원 장관은 엄연한 차기 대선 주자입니다. 국민의힘 안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의 과거 노동운동 경험과 이전 정치 이력으로 봤을 땐 이들보단 왼쪽에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러니 당내 경선을 위해선 보수 쪽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애매하게 중도를 표방할 경우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 정치 지형에선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욕먹기 딱 좋은 게 한국 중도 정치 세력의 현실입니다.
원 장관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습니다. 유독 그에게만 엄격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 전두환 큰절에 전광훈 목사 중심 기도회 참석까지, 왜 그가 하면 논란이 커지고 비판이 거셀까? 원 장관이 기도회 참석 논란과 관련해 "다른 해석은 자신의 뜻에서 벗어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살아온 '길'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주욱 지켜 본 국민들의 인식과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정치인 원희룡'은 여전히 강경 보수보단 개혁적 이미지가 더 강해서 일 것입니다. 그게 바로 그가 직접 사회·정치 이력에 뿌려 놓은 경험의 씨앗입니다. 아직은 그게 유효해 보입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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