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인공지능, 팔레스타인 민간인 겨누다

한겨레 입력 2023. 12. 10. 09:05 수정 2023. 12. 1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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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서재정의 한반도 한세상][한겨레S] 서재정의 한반도, 한세상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
AI ‘하브소라’, 목표물 급속 산출
하마스 연관 확인 없이 공격 유도
민간 대형 건물·사원 타격 공식화
팔 사망자 중 어린이·여성이 70%
지난 10월2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칸유니스를 공습한 뒤 팔레스타인 아이가 건물 잔해에서 구조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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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인명 살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7일(현지시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습격하여 1200명을 살해한 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침공해 지난 5일 현재 1만6015명을 살해한 것으로 공식 발표됐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희생자 수는 가자의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발표한 이 숫자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여 발표하는 보건부의 통계에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희생자들은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병원과 의료 기반시설도 공격받아 의사와 유엔 및 팔레스타인 담당자들의 사망이 급증하면서, 사망자 확인조차 어려워지고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군이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

인구 23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자지구에서 두달 사이에 이렇게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도 놀랍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민간인의 희생 규모이다. 임시 휴전이 시작된 지난달 23일까지 살해된 팔레스타인인 1만4800명 중 어린이가 6천여명, 여성이 4천여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7%에 달했다. 이후 지난 5일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의 70% 정도가 어린이와 여성이었다. 지난 10월26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팔레스타인 보건부 보고서를 분석한 의료전문지 ‘랜싯’ 논문이 자세한 연령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사망자의 42.8%가 19살 이하의 연령층이었다. 사망자 중 0~4살 아이가 11.5%, 5~9살 11.5%, 10~14살 10.7%, 15~19살 9.1%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특히 0~4살 남자아이 사망 비율은 30~34살 남성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왜 가자지구에서는 이토록 많은 어린이와 여성이 죽임을 당하고 있을까? 팔레스타인인 1만1천여명이 사망했던 지난달 11일 시점에서 10명 이상의 구성원을 잃은 가족이 312가구를 넘을 정도의 ‘가족 몰살’이 왜 대규모로 자행되고 있을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언한 대로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강철검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의의 피해’일까?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요원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적으로 보며 의도적으로 살상과 파괴를 자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독립 매체인 ‘+972매거진’의 분석 보도는 그 답을 찾을 실마리를 제시한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인 ‘하브소라’(히브리어로 ‘복음’이라는 의미)를 이용하여 공격 목표를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인간이 수동으로 하던 작업이 자동으로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대량 살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2019년 신설된 이스라엘의 ‘목표물 관리국’은 하브소라를 이용하여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로 공격 목표를 생산해내고 있다. 과거에는 목표물 50개를 선정하는 데 1년이 걸렸다면 현재는 하루에 새로운 목표물 100개를 생산해낼 수 있어, 이스라엘방위군의 공격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브소라는 하마스 하급 요원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가정집을 대규모 공격의 목표물로 설정하기도 한다. 장교가 근무하는 부대가 아니라 그의 가정집을 공격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쟁에 가담하지 않는 민간인들이 공격을 받는 것이다. 그 결과 가족이 하마스 요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가족이 몰살당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하마스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몰살당한다. 하브소라는 인간과는 달리 세심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하마스와는 상관없는 가족들을 공격하도록 유도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마스 요원이 회합을 했거나 지나가기만 했더라도 그 장소가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가자의 모든 곳이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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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 분리’하겠다며 민간인 공격

이스라엘방위군이 인공지능을 장착한 ‘킬링머신’이 된 배경에는 민간인 피해를 의도하는 이스라엘 독트린이 있다. ‘다히야 독트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비교되지 않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민간 시설과 정부 기반시설을 공격해서 민간인들이 하마스에서 이반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민간인을 게릴라에서 분리하는 것은 오래된 반게릴라 작전이지만, 다히야 독트린은 민간인을 분리해서 전략촌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이 살고 있는 거주 지역 등을 대규모로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방위군은 공격 목표를 전술 목표물, 지하 목표물, ‘파워 목표물’, 민간 목표물 4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파워 목표물은 하마스의 군사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큰 충격을 줄 시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격에서는 대형 건물과 정부 시설, 사원 등 파워 목표물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또한 민간 거주지도 무차별로 타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기자의 가족이 사는 집을 폭격하여 그 가족 21명을 몰살하기도 했다.

올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 이스라엘 정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대응을 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리고 네타냐후 총리가 나서서 ‘하마스 박멸’을 선언했다. 이러한 방침을 반영하여 10월9일 이스라엘 국방부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방점은 파괴에 찍혀 있지, 정확성에 있지 않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다히야 독트린을 개발한 가디 아이젠코트 전 합참의장은 네타냐후 내각의 일원이다. 그보다도 더 위험할 정도의 극우적 인사들을 포함한 현 이스라엘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이스라엘방위군은 민간인 살상에 매우 ‘관대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과거에는 민간 시설을 공격하더라도 사전에 경고를 발신해 민간인들이 피신할 시간을 주었다면 이제는 사전 경고 없이 민간 시설과 거주 지역을 공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월25일에는 가자시티에 있는 12층 아파트를 사전 경고 없이 폭격하여 주민 120여명이 붕괴된 아파트 잔해에 깔려 압사당했다. 심지어는 난민 캠프마저도 공격하여 국제앰네스티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현재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대량 살상은 하브소라라는 인공지능과, 다히야 독트린, 현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와 방위군을 지원하고 키워온 미국과 서유럽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972매거진’에 실린 유발 아브라함의 기사에 많이 의존했음을 밝힌다. 원문에는 가자지구의 피해 상황 사진 여러장이 있다.)

서재정 |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시카고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국제관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반도와 국제관계에 대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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