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특종은 [미디어 리터러시]

이상민 2023. 12. 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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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특종 아닐까? 그런데 의외로 기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는 데 인색하다.

기존의 주된 관념이 있으면, 그 관념과 반대되는 사실은 의외로 기사화가 안 된다.

첫 번째 단계의 단독은 '과거 주된 관념 자체를 부정하는 사실을 전하는 특종'이다.

그러나 현재 넘치는 단독 기사들은, '이미 존재하는 관념에 복무하는 새로운 사실을 전하는 단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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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좋은 언론'을 향한 갈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매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곧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 언론의 방향을 모색합니다.
11월13일 정부 각 부처 관계자들이 2024년도 예산안 관련 회의를 위해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실 앞에 모여 있다.ⓒ연합뉴스

기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특종 아닐까? 그런데 의외로 기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는 데 인색하다. 기존의 주된 관념이 있으면, 그 관념과 반대되는 사실은 의외로 기사화가 안 된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은 예산 철이다. 이즈음 예산 관련 기사에서 가장 흔한 두 가지 기사의 신화와 진실을 알아보자.

첫째, 예산 기사의 가장 흔한 유형은 ‘연말 보도블록 교체’다. 올해 지출할 돈이 남아서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한다는 기사는 매년 이맘때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 모든 예산 항목별로 이미 예산 금액이 정해져 있다. 다른 예산 사업에서 남는 돈을 보도블록 교체에 전용해서 쓰는 일은 사실상 없어졌다. 물론 연말에 여기저기서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다. 그러나 이는 올해 보도블록으로 편성된 예산이 11월에 집행되는 것이다. 다른 사업에서 남는 돈을 집행하는 것은 아니다. 보도블록 교체는 6월에도, 10월에도, 11월에도 지속해서 진행된다. 연말 보도블록 교체 관행은 최소한 20여 년 전에 없어졌다.

둘째, 국회 예산심의 보도의 가장 흔한 유형은 ‘쪽지예산’이다. 국회의원들이 쪽지나 카톡 등을 통해 지역구 예산을 증액했다는 기사는 매년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진실이 아니다. 쪽지예산은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언론에서 주장하는 쪽지예산은 쪽지예산이 아니라 국회발 증액 예산이다. 쪽지예산과 국회발 증액 예산은 무엇이 다를까? 국회는 예산을 심의 확정하는 곳이다. 국회는 공식적으로 감액도, (정부 동의 시) 증액도 할 수 있다. 다만, 쪽지예산은 비공식 국회 증액 예산이다. 공식적인 서면질의를 통한 증액이 아닌 ‘갑툭튀’ 증액 예산인 ‘쪽지예산’은 현재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2020년 정성호 전 국회 예결위 소위 위원장은 “중간에 증액 요구를 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지 오래다. 과거의 쪽지예산이 국민 인식 속에 남은 데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문화의 변동을 언론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의원이 국회 출입기자를 두고 ‘문화지체’라는 강한 표현으로 훈계(?)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과거 주된 관념 자체를 부정하는 사실을 전하는 특종

단독 기사에는 두 단계가 있다. 첫 번째 단계의 단독은 ‘과거 주된 관념 자체를 부정하는 사실을 전하는 특종’이다. 두 번째 단계의 단독은 ‘기존 관념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추가하는 특종’이다. 나는 기자가 추구해야 할 단독은 과거 주된 관념 자체를 부정하는 반론을 전하는 특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넘치는 단독 기사들은, ‘이미 존재하는 관념에 복무하는 새로운 사실을 전하는 단독’에 불과하다. 기존 관념을 전하는 기사는 위험성이 없다. 그래도 기자들이 편견을 버리고, 논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첫 번째 단독에 도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예를 들어, 전 정부는 적극재정을 옹호하고 현 정부는 건전재정을 옹호한다는 신화가 과연 현실에 부합한지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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