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보다 진한 경영권” 한국타이어 ‘4남매 잔혹사’ 2R, 이번엔 누가 웃을까 [비즈360]

입력 2023. 12. 10. 06:31 수정 2024. 2. 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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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차남’ vs ‘장녀·장남·차녀 3남매’
2021년 조현식 고문 일선 퇴진으로 일단락
장남 공개매수 선언으로 ‘형제의 난’ 재점화
조현범 회장, 지분 8%만 확보해도 과반지분 확보
한국앤컴퍼니 기업 지배구조 현황 그래픽.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경영권을 두고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2021년 장남 조현식 고문의 경영 일선 퇴진으로 일단락될 줄 알았던 ‘형제의 난’이 조 고문의 지주사 지분 공개매수 선언으로 재점화하면서 오너 일가의 기업 지배구조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10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5일 조 고문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그룹 사업형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조 고문 측이 꼽은 공개매수 결정 배경은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이지만, 업계에서는 ‘아버지와 차남’ 대 ‘장녀·장남·차녀 3남매’ 구도의 조씨 일가 경영권 분쟁이 다시 촉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타이어의 형제의 난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6월 조양래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한국앤컴퍼니는 국내 최대 타이어 제조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롤로지(한국타이어)를 주력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다. 그룹 후계 구도가 한순간에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 회장 쪽으로 정리되자 장남인 조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크게 반발하면서 형제의 난 1라운드가 시작됐다.

포문을 연 쪽은 조 이사장이다. 그는 주식 양도가 이뤄진 이튿날 바로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의심스럽다. 자발적 의사에 따라 양도가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조 고문 역시 같은 해 8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건강 상태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가족 일원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과 조 이사장 간 잡음도 불거졌다. 조 명예회장은 장녀의 성년후견인 개시심판 청구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도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것이라면,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경기도 분당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제공]

한 치의 양보 없는 조씨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2021년 조 고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같은 해 12월 조 회장이 부친에게 받은 지분을 기반으로 한국앤컴퍼니 회장에 오르면서 일단락됐다. 여기에 2022년 조 이사장이 제기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마저 기각되면서 ‘조현범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나 조 회장이 지난 3월 회사 자금 2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시장에서는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다른 형제들이 공세를 펴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이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데다 결심까지 최소 1~2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조 고문 측은 최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주주들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개매수의 명분을 거듭 강조했다.

형제의 난이 재점화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조 고문은 18.93%, 조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는 10.61%, 조 이사장은 0.81%를 각각 보유 중이다. 조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합산 지분율은 30.35%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의 50.0∼57.0%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조 회장은 우호지분을 8%만 추가 확보하면 과반지분을 가질 수 있다. 공개매수에 맞불을 놓는 대신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도 방어가 충분한 상황이다. 아울러 전체 회사 지분의 27%에 이르는 물량을 조 고문 측이 단기간 내 사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이미 공개매수 가격을 웃돌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공개매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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