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모양 성기가 발견됐다고?...반전 매력 뽐낸 ‘이 동물’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입력 2023. 12. 1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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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18] 지구상 가장 예쁜 성기 대회가 열린다면, 우승자는 이 동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크고 묵직한 무지막지한 놈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남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기 때문입니다.

버섯, 작은 침, 거대 몽둥이 등등 각양각색 성기 가운데에서 이 동물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문둥이 박쥐’ 이야기입니다. 이 녀석의 성기는 다름 아닌 하트 모양. 이토록 독특한 생김새이니, 학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하트를 받아주오 하하” 1920년 영국에서 묘사된 문둥이박쥐.
하트 모양의 성기로 어떻게 성교를?
문둥이박쥐는 연구대상 1순위였습니다. 하트 모양의 성기로 행해질 ‘교미’가 궁금했던 것이지요. 박쥐는 알다시피 포유류. 모든 포유류는 삽입으로 성교를 하지요. 하트 성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암컷의 질 또한 ‘묘한’(?) 모양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제 걸 쉽게 보여드릴 순 없어요”독특한 성기 모양을 자랑하는 문둥이박쥐. [사진 출처=mnolf]
문둥이박쥐 성기 크기도 문제적(?)이긴 마찬가지지요. 성기가 1.4cm에 불과하지만 몸길이가 평균 7c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신체에 22%에 해당하는 수치. 성인 남성 평균 신장 173cm에 빗대면, 37cm나 되는 셈이지요. (모르긴 몰라도) 이같은 크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은 없겠지요.

하지만 박쥐는 야행성에다가 암행의 귀재로 유명한 동물입니다. 이들의 교미를 보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지요. 과학자들의 궁금증은 계속됩니다 .“문둥이박쥐 암컷은 어떻게 괴상하고 큼직한 성기를 받아들였을까.“

문둥이박쥐 수컷의 성기. 충격적이게도 하트모양이다. [사진 출처=니콜라스 파셀]
포유류 최초 비삽입 교미하는 문둥이박쥐
스위스에서 최근 이 비밀이 밝혀집니다. 문둥이박쥐가 포유류에서 최초로 비삽입성 교미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포유류에서 삽입하지 않고 교미하는 최초의 종이라는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조류에게는 일반적인 번식 방법입니다.)

스위스 로잔 대학 진화생물학자 니콜라스 파셀 교수의 연구결과였지요. 네덜란드 박쥐 애호가 얀 주켄씨가 오래된 교회 다락방에서 교미하는 문둥이박쥐를 발견하고 찍은 비디오를 분석한 것입니다. (교회에서 그러면 안돼, 이놈들아!)

“제 신체에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1774년 묘사된 문둥이박쥐.
오스트리아 빈 대학 진화생물학자 미카엘라 파블리체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유류의 짝짓기에서 성기 삽입 없이 정자를 옮기는 종은 이전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관찰은 박쥐의 독특한 생태적 특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장 12시간 교미하는 사랑둥이들
자 이제 이놈들의 사랑법을 묘사할 시간입니다. (18세 미만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시길) 따스한 바람이 부는 5월 말, 오래된 교회 다락방입니다.

윤기가 흐르는 털이 매력적인 숫놈이 제법 상기된 표정으로 암컷을 찾아 헤맵니다. 짝짓기 시즌을 맞은 암컷들이 군집을 이룬 채 놈의 접근을 기다리지요. 수컷 문둥이박쥐는 아담하고 화사한 암컷 한 마리가 마음에 드는 눈치입니다. 놈은 당당히 암컷에 다가갑니다. 등을 잡고 목덜미를 살짝 깨물지요. 암컷도 싫지 않아 보입니다.

“사랑을 찾고 있다네.” 1910년 발간된 영국 포유류의 역사에 수록된 문둥이박쥐 삽화.
수컷은 이제 본격적인 ‘거사’를 치를 준비를 시작합니다. 발기된 성기를 꺼냅니다. 하트(♡)가 불그스레 빛나고 있었지요. 녀석은 자신의 마음 아니 성기를 암컷의 꼬리막 주위 외음부에 갖다 댑니다. 삽입없이 성기의 끝을 단단히 붙인 채 짝짓기를 이어가지요.

깊은 합체(?)가 없다 하여 무시해서는 곤란합니다. 이들의 사랑은 격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커플은 무려 12시간 넘게 성기를 붙인 채 뗄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요. 너무 예외적인 사례 아니냐고요? 평균적으로 봐도 이들의 교미는 53분간 지속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사랑의 몸짓을 이어갑니다. 관계가 끝난 암컷의 배는 흥건히 젖어있지요. 수컷이 남긴 정액입니다.

“오래된 건물만 오면 야릇한 생각이 들어요. ” 18세기 유럽에서 묘사된 문둥이박쥐.
문둥이박쥐 암컷은 몇 달 동안이나 정자를 자궁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박쥐들의 사랑법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모두 놀라움으로 가득하지요.

저 먼 대륙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국 남부부터 대한민국까지가 문둥이박쥐의 서식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말, 아주 오래된 교회 건물을 가보는 건 어떠신지. 아주 아름다운 하트(?)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연이 만든 위대한 경이입니다.

<세줄 요약>

ㅇ대한민국에서도 서식하는 문둥이박쥐 수컷은 하트 모양의 성기를 지녔다.

ㅇ이놈들이 포유류 중에서 최초로 ‘비삽입성’ 교미를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ㅇ그럼에도 53분이나 사랑한다. 최장 기록은 12시간이다. (모양만 예쁜 게 아니었다...)

<참고문헌>

ㅇ니콜라스 파셀 외, Mating without intromission in a bat, 커런트바이올로지,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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