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든 뜨아든 ‘껍데기’ 없이는 못먹지…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hong.sungyun@mk.co.kr) 2023. 12. 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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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간단한 발명품이지만, 컵 슬리브의 등장은 1908년 미국의 휴 무어가 종이컵을 발명한 이래 무려 80여 년이 지나고서야 이뤄졌다.

매일 사용하는 일상 속 사물이지만 "일반적인 문제에 대한 훌륭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이자 감탄할 만한 디자인과 기능성을 갖춘 걸작품"이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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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5] 뜨거운 커피컵 감싸는 골판지 종이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누군가의 고통은 인류를 위한 발명으로 이어진다. 컵 슬리브가 그렇다. [사진 출처=뉴욕 현대 미술관]
명사. 1. 컵 슬리브(cup sleeve) 2. 컵 홀더, 커피 코지, 컵 재킷, 커피 칼라(collars), 커피 클러치, 페이퍼 자르프(zarf) 【예문】컵 슬리브 없는 뜨거운 커피는 훌륭한 고문 도구다.

컵 슬리브다. 커피 컵의 중간 부분을 감싸는 위아래가 뚫린 원통형 종이로, 뜨거운 음료가 담긴 컵을 손으로 들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간단한 발명품이지만, 컵 슬리브의 등장은 1908년 미국의 휴 무어가 종이컵을 발명한 이래 무려 80여 년이 지나고서야 이뤄졌다. 이전까지는 컵 두 개를 포개서 쓰거나 음료가 닿지 않는 윗부분을 조심스럽게 잡는 수밖에 없었다.

1991년 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자 제이 소렌슨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주문한 뜨거운 커피를 무릎에 쏟고 말았다. 그는 뜨거운 종이컵을 안전하게 들고 마실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고안하다가 컵 슬리브를 발명했고 2년 뒤 ‘자바 재킷’이란 이름의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은 완벽했다. 뜨거운 음료를 안전하게 들고 마신다는 목적에 부합했고, 사용하기 전엔 접어둘 수 있어 공간을 덜 차지했으며, 기존 종이컵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저렴했다.

컵 슬리브의 아버지 제이 소렌슨. 약주 한잔하신 것처럼 보인다. [사진 출처=Negocios y Emprendimiento 유튜브]
1993년 특허 출원돼 1995년 승인된 제이 소렌슨의 ‘컵 홀더’ 특허. [사진 출처=구글 특허·자바 재킷 홈페이지]
제이 소렌슨이 처음부터 컵 슬리브를 떠올린 것은 아니다. 그는 처음엔 종이컵을 대체할 수 있는 절연 소재의 컵을 구상했다. 하지만 단가가 비쌀 뿐만 아니라 커피숍에서 판매되는 모든 음료가 단열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구상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했고, 시행착오 끝에 컵 슬리브를 완성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들고 스타벅스를 찾아갔다. 하지만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여겼던 스타벅스는 특허권을 포함한 독점적 권리를 다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제이 소렌슨은 직접 컵 슬리브를 생산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그 방향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지역 커피 가맹점을 첫 고객 삼아 시작한 작은 사업은 이제 커피 산업에서 일회용 컵만큼이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자바 재킷은 해마다 1500여곳 이상의 고객사에 10억개씩 판매되고 있다.

예상했겠지만 스타벅스는 자본주의 본령의 대표 브랜드답게 ‘자바 재킷’의 특허권을 교묘히 피해 가는 방식으로 ‘커피 클러치(Coffee Clutch)’라는 자체 컵 슬리브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공고한 위상을 확보한 자바 재킷의 점유율을 흔들지는 못했다.

컵 슬리브를 지칭하는 말 중 페이퍼 자르프는 튀르키예의 전통 컵 홀더인 ‘자르프(zarf)에서 온 말이다. 13세기부터 커피를 즐겨온 튀르키예에서는 손잡이가 없는 작은 컵(fincan)에 커피를 따라서 마셨는데 컵째로 들고 마시기 어렵다 보니 금속이나 목재 등으로 만든 화려한 컵 받침 자르프를 이용했다. 목적이나 생김새가 컵 슬리브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19세기 오스만제국 시절에 만들어진 자르프.
컵 슬리브는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2004년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 ‘하찮은 걸작(humble masterpiece, 국내 전시 명은 ‘디자인, 일상의 경이’)’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열렸다. (엄밀히 말하면 SAFE: Design Takes On Risk 전시회의 일부) 컵 슬리브는 포스트잇부터 일회용 반창고 등과 함께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매일 사용하는 일상 속 사물이지만 “일반적인 문제에 대한 훌륭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이자 감탄할 만한 디자인과 기능성을 갖춘 걸작품”이란 이유에서다.
컵 슬리브를 예술 작품으로 전시한 뉴욕 현대 미술관. [사진 출처=뉴욕 현대 미술관]
  • 다음 편 예고 : 막힌 변기 뚫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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