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으로 5년 이내 50% 목숨 잃는데… '일반 진료 질병군' 분류돼 제대로 된 치료 어려워

권대익 입력 2023. 12. 9. 17:32 수정 2023. 12. 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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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대한심부전학회, '전문 진료 질병군'으로 상향 조정돼야
게티이미지뱅크

심부전(心不全ㆍheart failure)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이 온몸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숨 차고, 붓는 증상이 나타나고 반복적으로 입원하면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중증 질환이다.

심부전 환자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20년에 10만 명당 15.6명이 이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심부전이 발병하면 2년 이내 20%, 5년 이내 50%가 사망한다. 이 때문에 심부전은 '심장 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이처럼 치명적인 중증 질환이지만 심부전은 질병 분류 체계에서 A군(전문 진료 질병군), B군(일반 진료 질병군), C군(단순 진료 질병군) 가운데 B군으로 분류돼 있다. 경증부터 중증까지 범위가 넓은 심부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단일 진료군으로 묶어 놓은 셈이다.

전문 진료 질병군(A군) 환자를 많이 볼수록 병원 위상이 높아지고,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 전문병원, 재활의료기관 지정에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이는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의료 수가에도 영향을 미쳐 일선 병원에서는 전문 진료 질병군(A군) 환자를 중심으로 인력·시설·장비 등의 지원과 투자를 우선하게 된다.

따라서 당연히 일반 진료 질병군(B군)으로 분류된 심부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심부전 환자는 중증일 때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심부전 환자가 급증하면서 심부전 환자 사망률도 증가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에 대한심부전학회(회장 강석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국회보건의료발전연구회(회장 정재훈)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 질환 대국민 인식 제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상호 대한심부전학회 정책이사(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 등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암에 이어 2위이지만 단일 장기로는 가장 중증도가 높은 게 심장병”이라며 “심부전 유병률이 2002년 0.77%에서 2020년 2.58%로 18년 새 3배가량 늘어났다”고 했다.

조상호 이사는 “심부전의 10만 명당 사망률이 2010년 7.2명에서 2020년 14.1명으로 10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며 “다른 형태의 심장병이 10년 새 증가율이 많게는 70%, 적게는 3% 증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심부전 유병률 2배 증가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인데, 이는 수명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상호 이사는 특히 “50대까지는 많지 않다가 70대를 넘어가면서 급격히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2025년 이후에는 대재앙이 닥쳐와 환자는 물론 사회적 비용도 굉장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조상호 이사는 그러나 “심부전의 경우 70년대 A군(전문 진료 질병군), B군(일반 진료 질병군), C군(단순 진료 질병군) 등 질병군별로 환자를 분류할 당시엔 환자가 많지 않아 말기 심장병임에도 B군에 포함돼 있다”며 “이는 심부전이 적절한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고 생존이 가능한 질환임에도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심부전에 대한 국민·정부적 관심이 절실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대재앙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질환 중증도 상향이 매우 필요하다”며 “일시에 반영하기 어렵다면 HCMP·DCMP·RCMP 등 희소 난치 심근증 질환이나 폐부종을 동반한 심부전 등 응급 치료·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거나, 고가 약제 복용이 필요하거나 등 일부 중증 심부전 환자의 분류 체계라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은 “심부전은 5년 내 사망률이 폐암과 비슷한 50%에 이를 만큼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기에 적절한 관리·치료가 중요한데 전문 진료 질병군(A군)에 속하지 않아 치료·관리에 불리하다”고 했다.

강석민 회장은 “고령 인구 증가로 심부전 선행 질환인 고혈압·당뇨병 등이 덩달아 늘면서 중증 심부전 환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상급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에서는 심부전이 일반 진료 질병군(B군)으로 지정돼 있어 인력 지원 등이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심부전 환자는 입원을 반복적으로 하기 마련인데 내년 1월부터 입원 가산료와 심장 초음파검사 가산료가 삭제된다”고 했다.

강석민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질환자를 많이 볼수록 정부 지원금이 나오므로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B군에 속한 심부전 치료 인력이나 인프라 등 지원에 소극적이기 마련”이라며 “조만간 심부전 진료 체계가 초토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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