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채권 비중 높이고 부동산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2023. 12. 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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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고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 전망…주식 비중 높이는 시기는 상반기 이후가 적합

(시사저널=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를 돌아보고 또 다른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다. 국회는 2024년 예산안을 놓고 씨름하고 있고, 정부는 새로운 인물들로 개각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임원인사를 진행하면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 가계도 수입과 지출, 자산과 부채를 점검하고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자산 관리 관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024년을 20여 일 앞두고 자산 관리 관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홍보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의 한 주민이 부동산중개소에 붙은 안내문을 유심히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자산 관리 전략

우리 가계의 자산 구성부터 살펴보자. 최근 발표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경우 실물자산 76.1%, 금융자산 23.9%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 중 거주주택 비중은 전체 자산의 43.5%, 실물자산의 57.1%를 차지한다. 2022년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매우 큰 비중이다. 우리 가계의 부동산 선호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소득 증가 또는 여유자금 발생 시 주된 운용 방법은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 50.4%, 부동산 구입 23.9%, 부채 상환 21.6% 등이다.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은 예금 88.8%%, 주식 8.7% 등 순이다. 부동산 투자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52.7%에 달한다. 예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향한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의 주된 목적은 내 집 마련 35.7%, 가치 상승 19.4%, 임대수입 17.4% 등 순이다. 선호하는 운용 방법은 아파트 61.2%, 비주거용 건물(상가·오피스텔 등) 17.6% 순이다. 내 집 마련 외에 자본이득 또는 투자소득을 위해 부동산이 선호된다는 것은 해당 목적의 금융자산이 외면받는 현실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결국, 가계의 자산 관리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202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후 거주지역 주택 가격 전망에 대해 가구주의 42.7%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17.0%는 '상승할 것이다', 18.6%는 '하락할 것이다'고 답했다. 소폭이지만 하락 전망 가구가 더 많아졌다. 2022년 조사 때는 각각의 수치가 37.8%, 31.2%, 8.9%로 나타났었다.

먼저 살펴볼 것이 있다. 올해 부동산 가격은 2022년 조사 결과대로 과연 상승했을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매매가격지수(계절조정)에 따르면, 전년 말 대비 종합주택지수는 –3.5%, 아파트는 –5.2%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9월이 최근 값으로, 3.7% 상승했다. 종합지표 기준으로는 기대와 달리 하락했는데, 고금리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2024년에는 올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대로 하락할까, 아니면 기대와는 반대로 상승할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하반기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크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차입 여력이 작다고 보기 때문이다.

향후 부동산 규제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보면, 현재의 고금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가 가장 큰 변수다. 달리 말하면, 중앙은행이 언제부터 얼마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내년 하반기 한 차례(25bp), 시장 참가자들은 세 차례(75bp)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내년 하반기 두 차례(50bp)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2.0%포인트에 달하고, 11월말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으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 네 명의 추가 인상 가능성 견해를 밝혔다는 점이 변수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말까지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곳은 은행신탁(58.9조원), MMF(41.4조원), 은행정기예금(33.9조원)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리 수준이 높고, 채권의 경우 향후 금리 하락, 즉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식의 경우 12월6일 현재 코스피지수 기준 12.1% 올라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국내 주식은 보합세로 외국인 매수세가 컸고, 일본(닛케이평균, 30.1%)과 미국(S&P500, 19.4%)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상승세이고, 반도체 사이클이 본격 개선된다면 올해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미래에셋증권의 2024년 자산배분전략에 따르면, 채권 강세 예상 속에 주식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연착륙과 경기 침체 시나리오는 5대 5로 상정되고, 채권과 주식에 반반씩 배분하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금리와 경기 사이클에 부합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주식 프리미엄이 낮은 것, 즉 주가 수준이 높다는 점은 다소 부담이다.

운용 기간에 따라 자산 관리 전략 달라져야

요약하면, 2024년 가계의 자산 관리 전략은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는 전제하에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보고 경기 사이클에 중립적인 포지션을 갖는 게 적절해 보인다. 다시 말하면, 현시점에서는 예금과 채권 비중을 높게 가져가되, 2024년 상반기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부동산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어디까지나 운용 기간을 2024년, 1년으로 상정한 접근이다. 만약 가구주가 2030이라면, 4050이라면, 또는 60대 이상이라면, 그리고 단기 유동성 관리 목적인지, 연금자산인지, 연금 외 투자자산인지 등에 따라 자산 관리는 달라져야 한다. 2030의 연금자산이라면 금리와 경기 사이클에 관계없이 위험자산 중심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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