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대규모 인적쇄신'에 담긴 의미

강민경 2023. 12. 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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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부회장 승진 없이 50대 CEO로 대거 물갈이
오너 책임경영 강화…최창원 구원투수 등판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그룹 위기감 반영, 신규 임원 대폭 축소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올해 재계 인사는 '안정'과 '혁신'을 위한 미래 준비에 집중된 듯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도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인데요.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SK그룹입니다. 가장 파격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죠.

SK그룹 임원인사 주요내용./그래픽=비즈워치

SK그룹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나섰습니다. 그룹을 이끌던 부회장단 4인이 일선 후퇴하고, 7개 주요 계열사·자회사 신임 대표에는 50대 젊은 리더들이 배치됐습니다. 이번에 선임된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5세입니다. 큰 폭의 변화를 통해 경영 위기를 돌파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복안이 깔렸습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 CEO 세미나에 참석해 '서든데스'를 언급, 대대적 쇄신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에도 서든데스를 말하며 경영 위기를 강조했었는데요. 그해 말 SK그룹은 공격적 인사를 단행했었죠. 이번에도 서든데스의 해법은 인적 쇄신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SK그룹 내 위기감이 고조된 것은 사실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한파가 강하게 몰아쳤고 기대가 높았던 배터리 사업의 수익 안정화도 예상보다 더뎠습니다. 일부 비효율적인 투자와 기업공개(IPO) 난항이 겹치기도 했습니다. 

SK그룹 내 부회장 승진자가 단 1명도 없었다는 점 역시 이러한 그룹의 사정을 반영한 듯합니다. 임원 승진 규모도 대폭 줄었습니다. 올해 신규 선임 임원은 총 82명입니다. △2023년도 145명 △2022년도 165명 △2021년도 107명 등 최근 3년간 대비 현저히 축소된 규모입니다.

사촌경영 최창원, '구조조정' 칼 빼들까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그래픽=비즈워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등판입니다. 이번 인사에서 최 부회장은 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으로 선임됐는데요. 

수펙스 의장은 부회장급이지만 실질적 입지는 '그룹 2인자'로 통합니다. 최 회장 취임 이후 25년만 "사촌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고(故) 최종건 창업주의 3남인 최 부회장은 그간 SK케미칼·SK가스·SK바이오사이언스 계열 중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를 이끌어 왔습니다.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SK그룹과 지분 관계가 정리된 곳입니다. 

1973년 최종건 창업주가 별세하자 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았고,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죠. 이후 최신원 전 회장이 SK네트웍스를,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를 각각 맡아 경영하는 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사실상 최 부회장은 그룹의 중심에선 물러나 있었던 셈입니다.

SK그룹 가계도./그래픽=비즈워치

최 회장이 전문경영인 대신 그를 수펙스 의장 자리에 앉힌 까닭은 오너경영인을 중심으로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단 의지로 해석됩니다. 특히 최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최 부회장은 '사업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립니다. 사업 기획 및 재편, 추진력이 특출하다는 평가입니다. 오너 일가 내에서도 사업 수완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졌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그는 2007년 SK케미칼 경영을 맡으며 대대적 사업재편을 단행했는데요. 당시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섬유사업을 과감히 접고, 친환경·헬스케어·바이오 위주 사업으로 조직을 재정비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그간 최 부회장이 조직 효율화에 강점을 보여온 만큼 그룹 내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그룹의 실적 둔화 기조를 돌파하기 위해 사업 및 인력 부문서 ‘효율성’이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최 회장은 1996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에서 기획 업무를 맡으며 국내 최초 명예퇴직제를 도입했는데요. 당시 그는 인력의 3분의 1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 이후 SK상사(현 SK네트웍스)·SKC·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등에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수펙스 신임 의장 임기는 2년입니다. 경영 난제 극복을 위해 SK그룹이 꺼내든 사촌경영. 그 시너지가 어떻게 발휘될지 여러분들도 지켜보시죠.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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