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오한승,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교수

조성진 기자 2023. 12. 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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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실용보컬가이드북’ 저자
부모‧누나‧삼촌까지 모두 ‘교육자 집안’
前 SM 보컬트레이너…시아준수, 슈퍼주니어, 수영(소녀시대)
창민(2AM), 천상지희 등등 다수 트레이닝
특히 기억에 남는 제자는 창민(2AM), 안다은(디에이드)
동방 실용음악과에 ‘보컬디렉팅’ ‘보컬스타일링’ 개설
학생들에게 콜라 같은 청량감 있는 노래 하라고 강조
“기악과는 달리 보컬 레슨은 동영상으로 하면 안돼”
“실용음악과 보컬, 여성 대 남성 3:2로 여성 많아져”
“최근 10년간 돋보이는 가수는 샘킴‧자이언티‧크러쉬”
“태연, 오래들어도 귀 피곤치 않은 이상적 소리 구사”
취미는 강아지와 산책하기, 15년째 동물구호단체 후원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지난 2008년 발간된 '실용보컬가이드북'이란 단행본은 실용음악 보컬 책자 중에선 흔치 않게 10쇄나 찍을 만큼 반응이 좋았다. 저자는 이에 앞서 2001년 김영사를 통해 '나도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책을 낸 바 있지만 '실용보컬가이드북' 만큼 반향이 크진 않았다.

2022년엔 '보컬스타일링과 이지싱잉'이란 또 다른 보컬 책을 발간했다. K팝 시대에 맞는 보컬튜닝과 보컬스타일링을 중심으로 다룬 이 책은 자신이 학교에서 강의하던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다.

저자 오한승(51)은 현재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부터 동아방송예술대 강단에 선 그는 2006년 전임교수가 된 이래 현재까지 해당 학과의 중견 교수로 많은 제자를 배출하고 있다. 전공 교수뿐만 아니라 입학처장으로서도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는 90년대만 해도 흔치 않은 버클리 음대(보컬 전공) 유학파이기도 하다. 연세대(경영학)-버클리음대-동덕여대 실용음악(석사)-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 등 남 못지않은 이력을 자랑하는 오한승 교수를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만났다.

몇 년 전 명 베이시스트 구본암은 내게 "동아방송예술대는 너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학생들만의 소도시 또는 작은 왕국처럼 그들끼리 새벽까지 음악 작업에 몰두하는 데, 오히려 그러한 환경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립된 지리적 여건이 오히려 재학생들의 음악적 역량을 더욱 향상시킨다는 의미다.

오한승 교수도 같은 견해였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실용음대 중에서 동아방송예술대가 제일 불리한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경기권이라곤 하지만 차로 10여 분만 가면 바로 충청북도죠. 우리 학교는 경기 남부의 가장 밑입니다. 또한 다른 실용음대와는 달리 유일하게 지하철이 연결되지 않은 곳이기도 해요. 이러다 보니 학생들 대부분 학교 근처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통학, 즉 집에 가질 않고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합주한다거나 작업을 하는 등 자기 정진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서로 더욱 끈끈해지는 계기이기도 하죠."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는 2017년까지 서울대 음대 성악과 출신의 김미선 교수가 학과장으로 있으며 보컬과의 틀을 다졌다. 여기에 오한승 교수는 버클리음대 및 SM엔터테인먼트 보컬트레이너 등 여러 경험을 토대로 실용음악 분야로서의 보컬과에 다양성을 더해갔다. 커리큘럼에 '보컬 디렉팅''보컬 스타일링' 수업을 처음 만든 장본인이다.

"보컬디렉팅, 보컬스타일링 수업은 우리 학교에만 있는 커리큘럼입니다. 이처럼 국내 실용음악 대학 중에선 보컬 교육과정이 가장 세분돼 있다는 게 동아방송예술대의 강점 중 하나죠. 버클리처럼. 음악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중엔 보컬과가 이미 서울예대를 넘어섰거나 동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근래 실용음악은 공연보다 프로듀싱쪽으로 더 많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컬 프로듀싱 역량 강화 차원에서 보컬디렉팅 수업을 개설한 것이죠. 보컬스타일링은 창법 수업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보컬 외에 다른 스타일 보컬도 익힐 수 있게 하기 위함이죠."

"근래 실용음악 보컬의 가장 큰 문제는 흥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보다 계산되고 의도된 끼가 넘쳐나고 있다는 겁니다."

오한승 교수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중학교 도덕 선생,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 이외에 큰누나(초교 미술선생), 고모(중학 선생), 큰아버지(대학교수), 작은아버지(일본 대학교수) 모두 교육자였거나 재직 중일 만큼 흔치 않은 '교육자 패밀리'.

어릴 때부터 노래(성악)에 재능을 보인 그는 학교에서 1~2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모범생이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대학 3학년 무렵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던 홍대 '스테레오파일' 클럽 오디션에 지원해 해리 코닉 주니어의 곡을 멋지게 불러 클럽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클럽에 와서 아들이 노래하는 걸 보고 그제야 (실력을 인정하고) 음악의 길로 가겠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졸업쯤에도 그는 경영학 동기들이 취업 준비에 한창일 때 노래하는 데에만 전념했다. 재즈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 1997년 버클리음대 유학길에 올라 99년 졸업했다.

버클리음대에 재학 중일 때도 오한승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유학 생활하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언어 문제다. 하지만 오한승은 연세대 재학 중일 때도 영어 동아리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큼 어학 실력이 탁월했다. 외국곡을 부를 때 제기되는 가장 큰 난제인 발음 문제도 그에겐 별 어려움이 없었다. 버클리 대학에서 매년 가장 큰 규모로 여는 축제 때에도 전 세계에서 온 많은 학생을 제치고 그가 밴드 보컬로 무대에 설 정도였다.

외부에서 어떤 트렌드 변화가 있다면 버클리는 그걸 바로 과목으로 개설해 학문적으로 접근할 만큼 유연성이 뛰어나다. 자료상에 의하면 '컨템포러리 뮤직'을 학술적으로 처음 정의하고 수업화시킨 최초의 대학도 버클리다. 이외에도 버클리음대가 커리큘럼을 통해 처음 접근한 사례들이 많다.

"버클리 재학 중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중의 하나로 '록음악 화성 분석'을 꼽고 싶어요. 전설적인 록그룹의 곡을 들려주며 코드명을 나열해보라고 주문한 후 그에 따른 설명을 하는 강의였는데, 제겐 충격적인 수업이었죠. 담당 교수가 도어스(The Doors)'Light My Fire'를 틀어주며 코드를 나열해보라고 했는데, 저는 그 수업 시간에 이 곡의 인트로가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쉬운 코드로 예측하기 힘든 신선한 코드 진행이 정말 대단했거든요."

오한승밴드 시절

버클리 졸업 후 한국으로 온 오한승은 서울재즈아카데미(SJA) 보컬 강사로 2년간 일했다. 이어 동덕여대, 경희대, 백석예대, 단국대 등등 여러 대학 실용음악학과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또한, 2000년대 초반까지 SM엔터테인먼트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했다. SM 보컬트레이너로 일하면서 HOT, 동방신기(시아준수),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수영), 2AM(창민), 천상지희(선데이) 등등 많은 아이돌을 지도했다. 이외에 JTL, 포지션, 장나라, 디바 등등.

"시아준수는 특히 춤을 잘 췄어요. 춤이 엄청 파워풀하고 락킹한 게 돋보였죠. 노래할 때도 이러한 파워가 많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어 좀 더 유연하게 하는 쪽으로 트레이닝을 했던 것 같습니다."

"포지션(임재욱)'뽕필'이 있었는데 재욱이는 이걸 없애고 싶어 했죠. 팝과 재지한 스타일 등 좀 더 음악적으로 확장하고 싶어했고 그쪽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오한승 교수의 많은 제자 중 유명 스타가 된 첫 사례는 2AM의 이창민이다. 창민이 아이돌 스타가 되기 전 동아방송대에 입학하며 오한승 교수가 지도하게 된 것.

"창민을 처음 봤을 때 남다른 끼가 대단했죠. 흥이 정말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이미 기본기가 잘 돼 있었지만, 거기에 디테일을 갖추게 해주려고 했죠. 자신만의 창법, 자기 색깔, 유연성 등."

2AM 창민에 이어 안다은(디에이드)도 기억에 남는 제자다. 매우 감성적인 보컬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고.

"앙상블 수업 때 선우정아도 잠깐 가르친 적이 있는데, 이미 그때부터 선우정아는 노래를 자유분방하게 부르는 자신만의 창법이 있었어요."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수업 중인 오한승 교수.

자신만의 교수법(티칭)

"'진단을 잘하자'입니다. 현재 그 학생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해 그에 맞는 걸 찾아 교육하려고 합니다. 진단을 잘하면 짧은 시간의 레슨이라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먼저 노래를 들어보고 보완점을 발견해 이러한 '결점'을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교정/보완하도록 합니다."

"동영상으로 노래 지도하는, 즉 동영상 보컬 레슨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악 레슨 영상은 그 영상을 보고 따라하며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지만, 보컬은 그렇지 않아요. 동영상 보컬 레슨은 호흡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노래할 때 어떤 부분에선 어떤 속도로 얼마만큼의 양으로 호흡하고 쓰는지 그리고 그 호흡의 압력은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은 영상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죠."

"아이유는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다 잘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심지어 연기까지 잘하니까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죠. 일종의 '사기캐릭터' 같은. 아이유는 음색이 예쁘고 칼칼한 느낌, 아이유 특유의 주파수대랄 수 있는 소리톤이 있습니다. 청량감이 있다고 할까요?"

"태연도 대단한 가수입니다. 아이돌 음악을 할 땐 트렌디하고 감각적으로 부르지만 OST, 발라드 등에선 더욱 애절하면서 우아하게 연출하죠. 존재감이 대단한 보컬, 태연이야말로 장시간 들어도 귀를 피곤하게 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구사합니다."

"학생들에게 청량감이 있는 노래를 해야 한다란 말을 자주 합니다. 대중가요의 가장 주된 목표, '실용음악' 즉 쓸모가 있다란 의미로 볼 때 대중음악의 쓸모는 감상이 아닙니다. 클래식 음악은 감상, 몰입된 환경에서 감상하는 것. 영화도 뮤지컬도 연극도 그렇죠. 그러나 이제 현시대 대중음악은 배경음악이나 기분전환이 주목적이 됐어요. 청량음료, 콜라 같은. 기분전환이 되기 위해선 음악을 들었을 때 캐치해야 합니다. 귀에 꽂혀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음악도 점점 자극적으로 되어가고 있어요."

오한승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오한승 밴드'를 이끌기도 했다. 동아방송예술대 기악 전공 출신자 중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결성했다. 그러나 1집 발매 후 2집 준비 중 오 교수가 서울대 박사과정에 들어가며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보니 더 이상 밴드 활동을 병행할 수 없게 됐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수업 중인 오한승 교수. 

그는 남자 아이돌그룹으론 BTS, 여자 아이돌그룹은 블랙핑크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했다.

"역시 BTS. 완전체 BTS도 대단하지만 멤버별 솔로 활동도 집중하며 들을 수 있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블랙핑크는 일단 각 멤버별 음색 구분이 잘돼서 좋습니다. 블랙핑크에 이어 뉴진스도 좋아합니다. 고음을 돋보이게 담당하는 메인보컬 등 팀마다 파트가 있는데, 뉴진스의 노래는 그런 구분이 없게 들려서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현 보컬 트렌드는 허스키하고 두꺼운 보이스가 불리한 상황이죠. 주류 대중음악이 산뜻한 쪽으로 가다 보니까. 그럼에도 보컬 전공 남학생들이 우상으로 생각하는 가수는 여전히 임재범, 박효신입니다. 박효신, 김범수, 나얼 등을 많이 레슨하고 있죠. 여자가수론 예전엔 거미, 에일리 등이었는데 요즘은 아델, , 권진아 등을 많이 카피하는 경향입니다."

"실용음악과 보컬 지원자가 점점 여성이 많은 추세로 가고 있어요. 예전엔 남녀 성비가 비슷했는데 최근 5년간 추이는 여성 대 남성이 3:2로 여성이 많아요. 기악, 작곡, 프로듀싱은 남자 쪽이 많은 경향이지만 보컬/노래는 남자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최근 10여 년 돋보이는 가수 음악인을 꼽는다면

"먼저 샘킴입니다. 작사작곡 등 작품 역량도 좋고 보컬 감성도 남다르죠. 한국 감성과 글로벌한 감성의 만남이랄까요. 샘킴 공연을 보며 제 턱이 내려갈 정도로 감탄한 게 기억에 선합니다. 이외에 자이언티, 크러쉬도 꼽고 싶어요."

강아지와 산책하는 게 유일한 취미인 오한승 교수는 15년째 동물구호단체 후원 및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오한승 교수는 오랫동안 외길을 걷다 보니 별다른 취미도 없다. 기르고 있는 강아지고양이와 시간 보내기. 강아지와 산책하는 게 유일한 취미다. 그는 현재 진돗개 등 4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모두 유기견을 데려온 것이다. 15년째 동물구호단체 후원 및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기상하자마자 강아지와 산책, 그리고 학교 출근이 오랫동안 변치 않는 그의 일상이다.

올해로 결혼 20주년을 맞이했다. 2003년에 결혼하며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20년이 지나 다시 가보고 싶어 20주년을 몰디브 여행으로 정했지만 여러 여건상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실용음악과) 4년 교육과정은 길다고 봐요. 동아방송예술대는 2년제에서 3년제로 바뀐 지가 12년쯤 됐습니다. 3년제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가장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목(교육과정)을 최대한 전공별로 잘 개설할 수 있었던 것도 전문대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학교 측의 적극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데이터에 의하면 경기 남부권 전문대 중에서 학교 전체경쟁률 10:1이 넘는 대학이 계원예대, 서울예대, 동아방송예술대 등 3개 학교입니다, 이 데이터는 특성화가 된 학교들, 특히 예술 분야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기도 해요.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졸업 후 학생들이 이 분야에서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트렌드를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고 우리 학교 또한 이 점에 더욱 많이 신경 쓰고 싶습니다."

"가수보다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제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정년)퇴직 후에도 보컬 관련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게 제겐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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