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축복의 꽃 ‘포인세티아’…예수님 십자가 성혈처럼 붉은잎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12. 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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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원산인 교목… 국산 품종 비중도 절반으로 확산
미국장관 지낸 외교관 출신 조엘 로버츠 포인세트 이름 딴 것
붉은 잎은 가짜꽃… 꽃말은 ‘축복’‘ 행복’ ‘제 마음은 불타오르고 있어요’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성탄절을 앞두고 꽃가게에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함께 전시된 포인세티아. 12월3일 서울 여의도백화점 더현대서울 꽃집 풍경.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사랑하는 그대에게/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오래 전부터/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우정과 기쁨의 평화인 것을.//슬픈 이를 위로하고/미운 이를 용서하며/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먼 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죄가 많아 숨고 싶은/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기도로 봉헌하며/하얀 성탄절을 맞이해야겠지요?//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일상의 삶 안에서/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우리도 성모님처럼/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 그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함께 부르기로 해요.//친구여, 알고 계시지요?/아기 예수의 탄생과 함께/갓 태어난 기쁨과 희망이/제가 그대에게 드리는/아름다운 새해 선물인 것을...>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시집에 소개된 이해인 수녀의 시 ‘성탄 편지’다.

붉은 보호잎의 포인세티아와 갈랑코에 꽃 화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12월3일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꽃집에서 촬영.

성탄절 앞두고, 크리스마스 장식으로도 많이 쓰이는 관상용 식물 포인세티아(Poinsettia)의 멕시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대극과 식물이다.

크리스마스 꽃이라고도 불리는 포인세티아는 붉은색과 초록색 잎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크리스마스 즈음에 장식으로 자주 등장한다.

멕시코에는 포인세티아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16세기 멕시코에 가난한 한 소녀가 살았다. 소녀는 예수가 탄생한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바칠 선물이 없었다.이런 소녀를 가엾게 여긴 천사는 길가에 있는 식물의 씨앗을 제단에 바칠 수 있게 건네줬다. 소녀는 이 씨앗을 제단에 바쳤다. 이것이 곧 아름다운 포인세티아가 됐다. 이후 17세기 멕시코 프란치스교회 수도사들은 포인세티아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사용했으며 붉은 덮개 잎이 마치 십자가에 피를 상징한다며 포인세티아를 귀하게 여겼다.

미국 장관을 지낸 조엘 로버츠 포인세트가 멕시코에서 외교관 활동을 하던 1825년에 미국으로 들여와 북미와 유럽 등지에 대중화시켰다. 포인세티아는 조엘 포인세트가 이름을 딴 식물이다.

포인세티아는 홍성목(紅星木)이라고도 한다.포인세티아 하면 빨간 잎이 떠오른다. 단아하고 아름다운 생김새의 꽃을 피우며, 분홍색, 흰색, 얼룩, 붉은색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크리스마스에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화사한 색이 매력적이다.

포엽인 보호잎에 흰색 반점이 있는 포인세티아 개량종. 가운데 푸른색 돌기가 암술 수술이 있는 진짜 꽃이다. 12월 5일 서울 용산 꽃집에서

그런데 꽃잎처럼 보이는 빨간색을 띠는 것은 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덮개 잎, 보호잎이다. 우리가 꽃으로 알고 있는 붉은 부분은 꽃이 아니라 포엽이다. 정작 꽃은 포엽 가운데 있는 작은 돌기들이다. 암술 수술만 있는 게 아니라 꽃잎까지 그 돌기 안에 있다.

포인세티아가 빨간 잎을 지닌 이유는 생존의 법칙 때문이다. 보통 식물의 꽃잎은 화려한 색으로 곤충을 유인한 뒤 빨리 시들기 마련이다. 덮개 잎, 보호 잎은 나뭇잎이라 훨씬 오래도록 싱싱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한달 이상 두고 감상할 수도 있다. 또 포인세티아 꽃은 정작 꽃잎과 꽃받침이 없고 암꽃 한 개를 여러 개의 수꽃이 둘러싼 ‘배상화서(杯狀花序)’ 꽃이다. 꽃차례(화서) 전체는 잎이 변형된 작은 포엽에 싸여 배상을 이루고, 그 속에 퇴화한 수꽃과 중심 1개의 암꽃이 있는 형태다.

‘홍성목’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포인세티아는 작은 화분에 기르는 경우가 많으나 원산지에서는 최대 3∼4m까지 자라는 작은 키의 교목이다. 건기에는 잎을 떨어뜨리는 낙엽수이다. 꽃이 핀 뒤에는 잎을 떨어뜨린다. 가지는 위에서 갈라지며 굵고, 30㎝까지 자란다.

고무진과 같은 유액이 나오며,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고 넓은 바소꼴이다.잎의 양끝이 좁아지며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이거나 두세 개로 얕게 갈라진다. 1개의 꽃차례는 10여개가 모여 달리고 꽃은 7∼9월에 연한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피고 6㎜ 정도의 지름에 노란색의 커다란 꿀샘이 있다. 꽃차례를 둘러싼 총포는 종 모양이며 측면벽에 1개의 큰 선점이 있다. 속에는 1개의 수꽃과 암꽃이 있으며 암꽃대는 길게 밖으로 나와 있다.

열매는 10월에 익으며 주로 관상용으로 심는다. 일장 조절에 의해 연중 출하가 가능하나 자연개화기의 출하는 12월이다.

포인세티아는 단일식물로 달빛에 반응할 정도로 빛에 민감하고 추위를 잘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실내에서 기른다. 보통 2~3주 간격으로 물을 준다. 따뜻한 실내에서 기르며 창가에 두어 햇빛을 보게 하는 것이 좋다. 꽃이 피지 않거나 색깔이 붉어지지 않을 경우엔 저녁부터 그 다음 날 아침까지 종이 박스 등을 덮어두면 색깔이 진해진다고 한다.

흰색과 붉은색이 포엽, 보호잎에 들어간 포인세티아 개량종. 과거 미국에서 들여온 포인세티아가 주종을 이루지만 국내에서 개발한 우리 품종 포인세티아 비중이 절반 정도로 늘고 있다. 12월5일 서울 용산 꽃집에서

꽃말은 ‘축복’,‘ 행복’, ‘제 마음은 불타오르고 있어요’다. 대극과 식물로 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 치명적인 독성은 없고 먹으면 경우에 따라 복통, 설사를 일으키기도 해 주의해야 한다. 아주 예민한 사람의 경우 유액이 닿거나 하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나 고양이가 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포인세티아는 미국에서 개량된 품종이다.올해 서울식물원에서는 포인세티아 특별전시회에서 특별히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하고 재배한 우리나라 포인세티아 품종들을 선보였다. 국내 육성 포인세티아 우수 품종과 새로 만든 계통을 소개하는 평가회도 열렸다. 평가회에는 총 34품종이 출품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8년 3%였던 우리나라 포인세티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49.1%가 됐고, 올해는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외래 꽃들이 들어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품종 포인세티아도 자리를 잡아가 반갑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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