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중립 화장실이 불법촬영 온상? 직접 써보니 '아닌데요'?

최보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입력 2023. 12. 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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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바람]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향한 호들갑의 역사…"저흰 잘 지냅니다"

내 대학 생활은 모두의 화장실과 함께한 것이었다. 지난 2022년 3월 16일 성공회대학교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하 모두의 화장실)이 준공되었다. 내가 성공회대에 입학한 지 2주 조금 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모두의 화장실 설치 과정에서 교내에서 진행된 치열한 토론은 언론 등을 통해 '논란'으로 비춰졌다. 설치 이후인 지금도 언론에선 모두의 화장실에 대해 '논란이 있다', '시기상조다', '뜨거운 감자다'라는 등의 표현을 쓰곤 한다. 일부 언론은 명백히 혐오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논란 어디에도 성공회대 학생의 의견을 찾아볼 수는 없다. 한 명의 성공회대 학생으로서 이런 보도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이 뭔데"라는 말이 떠오를 때도 있다. 모두의 화장실을 사용하며 1년 9개월간 학교를 다닌 한 명의 성공회대학교 학생의 경험을 듣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외부인 탐방까지 오는 화장실

모두의 화장실은 분명 성소수자, 장애인, 아동과 양육자 등이 화장실 이용에 있어 받는 차별을 공론화하고 이 이야기들을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냈다. 이는 매우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의 화장실은 성공회대학교 곳곳에 있는 수많은 화장실 중 하나일 뿐이다. 간혹 기존의 화장실 이용이 불편한 친구들이 일부러 찾기도 하고, 학교에 모두의 화장실을 탐방하러 오는 사람도 있는 신기한 공간이다.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기 전 학교 안팎에서는 많은 공격이 있었다. 설치 직후 어떤 보수단체는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불법촬영 등 범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 '학교에 돈도 없는데 굳이'라며 근거도 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모두가 위험한 화장실이라는 주장과 달리 성공회대학교 학생들과 모두의 화장실은 잘 지낸다.

나는 2년간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소속으로 활동을 했다.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는 정말 많은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불법촬영탐지 사업이다. 원래는 총학생회가 해오던 일이었는데 학생사회의 위기로 총학생회가 서지 않아서, 중앙운영위원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건물을 나눠 불법촬영탐지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성공회대학교의 모두의 화장실에선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다. 혐오 선동세력은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막상 인권위원회가 불법촬영탐지 사업을 확대하려 했을 때 지자체는 불법촬영탐지에 소극적이었다. 더욱 치밀한 탐지를 위해 지자체의 불법촬영탐지 지원사업을 활용하고자 했는데, 정작 자치구별로 실시되던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는 이미 2020년에 폐지된 상태였다.

▲성공회대학교 '모두의 화장실' 안내판. ⓒ필자제공

구청을 통한 민원 제기

지난 2023년 6월, 한 혐오선동단체는 서울 구로구청과 대전 유성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성공회대학교와 카이스트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이 '불법촬영의 위험이 크고 공중화장실법을 위반한다'는 취지였다. 우리로서는 평범하게 모두의 화장실에서 볼일이나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처음 보는 단체가 우리 화장실을 뺏겠다는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1년 반 동안 불법촬영 없이 안전했으니 더 그랬다.

모두의 화장실은 이미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이 잘 이용하고 있다. 응급월경대도 주기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면 필자도 이용할 때가 많다. 도저히, 제기된 민원의 취지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모두의 화장실을 제외한 학교 내 화장실은 전부 성별 분리 화장실이라, 학생들은 굳이 모두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화장실을 쓸 수 있다. 오히려 모두의 화장실 설치로 차별받던 소수자들은 화장실 이용이 편리해졌다.

성공회대학교 학보사에서 인터뷰한 휠체어 이용자 대학원생은 모두의 화장실에 대해 '볼일을 보러 비나 눈을 맞으며 다른 건물 화장실로 가지 않고 모두의 화장실 옆에 있는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별이 다른 활동 보조인과 함께할 수 있는 장점도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이인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학부생도 '기존 이분법적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고 모두의 화장실 존재 자체가 자신 존재가 포용 받는 느낌'이라고 답변했다. 이렇듯 모두의 화장실은 취지에 맞게 잘 이용되고 있다.

더구나 모두의 화장실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 화장실이다. 학생들은 이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다른 곳에 먼저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에 탐방을 가고, 시위를 하고 문화제를 열었다.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한 예산 대부분은 학생참여예산을 이용하기도 했다. 학교 구성원들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참여한 결과가 모두의 화장실이다. 올해 신입생 중에는 모두의 화장실 하나를 보고 성공회대를 지원했다는 친구도 있을 정도로 모두의 화장실은 학생들의 것이다. 외부 단체의 악성 민원 한 번에 이를 빼앗길 수 없다. 혐오선동단체는 평등한 교육권, 학생자치와 대학 민주주의를 뒤집으려 해서는 안 된다.

성공회대학교는 '열림, 나눔, 섬김'의 가치를 내걸고 있다. 이 중 '열림'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열린 캠퍼스이다. 성공회대학교에 있다 보면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지역주민, 유아차를 끌고 온 양육자들, 킥보드와 배드민턴을 치는 아동들을 볼 수 있다.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엔 국내 최고령 박사가 나올 정도로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한다. 학위수여식 때는 종종 양육자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졸업하기도 한다. 모두의 화장실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거울, 기저귀 교환대,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아동과 양육자에게 친화적이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공회대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학풍에 부합하는 편의시설이다.

▲성공회대학교 '모두의 화장실' 모습.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 있다. ⓒ필자제공
▲성공회대학교 '모두의 화장실' 모습. 장애인 및 노약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 높이 조절이 가능한 거울 등이 설치 돼있다. ⓒ필자제공

'성중립'에 대한 호들갑의 역사

혐오선동세력은 지금까지 성중립 요소가 있는 화장실에 대한 과장과 가짜뉴스를 전파해왔다. 그들은 모두의 화장실이 마치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외국의 성중립화장실에서 성소수자들이 범죄를 일으키고, 성중립화장실을 폐쇄하는 추세라는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하지만 정작 미국 내에선 성중립화장실 등을 의무화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범죄율 차이가 없었다.

이런 호들갑의 연표 아래 성공회대학교도 표적이 된 것이다. 그들은 '불법촬영이 일어날 것이다', '학생들이 위험에 빠지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학생들은 지속해서 불법촬영을 감시했고, 그 결과 아무 문제도 나타난 게 없었다. 가짜뉴스는 현실과 다르다. 가짜뉴스 생산자들이 오히려 성범죄 발생을 바라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실 모두의 화장실은 오히려 다른 화장실에 비해 안전한 편이다. 화장실에서 넘어지거나, 모두의 화장실엔 여타 변고가 생겼을 때 상황을 알릴 수 있는 비상벨이 존재한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만 아니라 넘어져서 일어날 수 없을 때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에도 비상벨이 있다. 변기 칸마다 휴지도 없는 다른 화장실과 비교했을 때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다.

▲성공회대학교 '모두의 화장실' 모습.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비상벨이 곳곳에 설치돼있다. ⓒ필자제공

미흡하다고 모두의 화장실을 다 폐쇄해야 하나

모두의 화장실에도 분명 미흡한 부분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화장실을 폐쇄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 혐오선동단체는 카이스트 모두의 화장실을 방문하면서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혹은 더럽고 냄새난다고 말하며 폐쇄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관리상의 문제다. 위치가 외지다면 접근성이 더 좋은 곳에 설치하면 되는 일이다.

성공회대학교의 모두의 화장실도 미흡한 부분은 많다. 아직 아동용 변기 커버도 없고, 외상 장애인 등을 위한 간이침대도 없다. 아직 모두의 화장실의 위치를 모르는 학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개선사항이나 시행착오의 성격을 가질 뿐이다. 오히려 폐쇄가 아닌 확대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근거들이고, 동시에 우리가 모두의 화장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근거들이다. '더럽다'는 이유로 성소수자, 장애인, 아동과 양육자 등의 편의와 복리를 후퇴시키자는 것은 억지 주장에 가깝다.

모두의 화장실을 향한 수많은 우려와 논란은 너무 큰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화장실은 민원을 제기하고 법의 적용을 다툴 정도로 영향력이 큰 공간도 아니다. 1년 9개월을 살아보니, 그저 학교에 있는 수많은 화장실일 뿐이다. 심하게 낡거나 위험한 화장실도 아니고 특별히 많이 쓰거나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도 아니다. 그저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든 평등하고 평범한 화장실이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 활동을 시작했던 2017년부터 시작된 '호들갑의 역사'에 2023년 혐오선동단체가 다시 한 획을 그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는 '모두의 화장실'과 나름 잘 지내고 있으니!

[최보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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