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토리] 초대 발롱도르 수상자가 명예도민?
['제주스토리'는 제주의 여러 '1호'들을 찾아서 알려드리는 연재입니다. 단순히 '최초', '최고', '최대'라는 타이틀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에 얽힌 역사와 맥락을 짚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그 속에 담긴 제주의 가치에 대해서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축구계 최고 영예 '발롱도르상'의 초대 수상자 스탠리 매튜스(Stanley Mattews)가 명예제주도민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팔팔한 노익장으로 1956년 41세 늦은 나이에 발롱도르상을 거머쥐고 이후 50세까지 자국리그인 영국 리그를 주름잡았던 스탠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명예도민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올해 12월 8일 기준, 명예도민으로 등록된 사람은 모두 2,321명입니다. 이 가운데 121명이 외국인인데, 스탠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명예도민으로 등재된 사람은 누구일까요?
■ 축구계 '레전드'가 명예도민이라니
우선 스탠리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부터 마저 이어가겠습니다.
첫 발롱도르상을 수상할 당시에도 노장이었던 스탠리는 이후에도 50세까지 왕성한 선수 생활을 하며 44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세웁니다. 당시 축구선수로는 최초로 기사 작위도 받았습니다.
이 위대한 선수가 명예도민으로 등재된 시기는 2006년 10월입니다. 그가 선수생활을 은퇴한 후 41년이 흐른 시점입니다.
더욱이 그는 2000년 2월 23일 향년 85세로 생을 마감했는데, 등재 시점은 이보다 늦습니다. 사후 등재가 이뤄졌다는 얘기인데 조금 더 알아보니 다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스탠리가 명예도민으로 이름을 올린 2006년은 제주자치도가 기존 시·군지역을 통폐합하는 시기였습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기존 제주시와 서귀포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 등 4개 행정구역을 통폐합하고 그 권한을 제주자치도로 이관하는 작업이 벌어지던 시기였던 것입니다.
스탠리는 앞서 어떤 시기에 시 또는 군의 명예 시·군민으로 등록됐었다가, 이 당시 명예 시·군민이 명예도민으로 편입되는과정에서 새롭게 명예도민으로 등재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기 명예도민으로 편입된 명예 시·군민만 당시에 282명에 달했습니다.
명예 시·군민 관련 자료가 제주자치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자료는 말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문에 스탠리가 어떤 경위로 명예도민(시·군민)으로 등재됐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행정기록상 명예도민 등재 당시 스탠리의 직책이 '영국 축구계 원로'였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외 스탠리와 제주도간 연고, 심지어 스탠리와 한국간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최초의 명예도민은 누구?

바로 첫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지낸 현 하롤드(Harold henry) 주교였습니다.
1909년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2천여 명 명예도민 가운데 최고령자이기도 합니다. 1934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주로 전남과 제주도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지역 발전에 이바지했습니다.
광주대교구장 봉직 중 제주교구가 광주대교구로부터 분리되자 1971년 6월 초대 제주 교구장으로 부임했고, 같은 달 9일 제1호 명예도민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1976년 3월 1일 미사 도중 선종했는데, 현재 제주시 화북동 황사평에는 그의 묘역이 조성돼 있습니다.
사진은 초대 제주도교육감을 지낸 최정숙 당시 신성여학교 교장이 로마 교황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이튿날인 1955년 7월 5일 촬영된 것입니다. 사진엔 현 주교(사진 맨 앞줄 오른쪽에서 4번째)와 최정숙 여사(바로 옆), 신성여학교 동창생 등이 담겼습니다.
참고로 두 번째 명예도민은 6·25한국전쟁 직후 아일랜드에서 제주로 건너와 당시 축산 신기술을 들여와 제주도민들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앞장섰던 임피제(P. J. McGlinchey) 신부입니다.
임피제 신부의 헌신과 당시 주민들의 노력을 씨앗으로 현재 제주시 한림읍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축산단지가 들어섰습니다.
명예도민 1, 2호가 모두 천주교인인 셈입니다.
■ 내국인 최초 명예도민은?

명예도민은 처음 관련 조례가 제정될 당시(1969년)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 9월 조례를 개정해 내국인도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가장 먼저 명예도민으로 등재된 내국인은 의사인 민병일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였습니다.
그는 1979년 8월 제주를 방문해 구순구개열 기형을 가진 어린이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는 등 1975부터 1980년까지 어린이 73명을 치료해 새 삶을 선물했습니다. 민 교수는 이 공로로 1981년 4월 2일 명예도민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연소 명예도민은 바로 올해 12월 6일 등재된 신흥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조사관입니다. 1994년생인 그는 제주특별법 개정안 안건 심사를 지원한 공로로 명예도민이 됐습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각본을 맡은 노희경 작가와, 극중 실감 나는 제주어를 구사며 열연한 이정은 배우도 제주와 제주어를 알린 공로로 올해 5월 명예도민으로 등재됐습니다.
재심 재판을 통해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렸던 4·3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장찬수 판사도 올해 5월 명예도민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만화 '식객' 등으로 유명한 허영만 작가도 2021년 명예도민이 됐습니다.

한편, 명예도민은 행정 부처가 후보를 추천하고 제주자치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부여되는 자격입니다.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를 거친 만큼 명예도민은 제주도민들이 드리는 자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명예도민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모든 지역이 의회 동의를 거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예도민과 그 배우자에겐 제주도민이 받는 혜택에 준하는 여러 혜택이 제공됩니다. 대표적으로 항공권과 관광지 할인 등이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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