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대란에···고심 늘어나는 농촌[뒷북경제]

세종=우영탁 기자 입력 2023. 12. 9. 11:04 수정 2023. 12. 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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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요소수 쇼크···경남 거창 농촌 르포]
2년 전 요소수 악몽 재현 우려
봄 농번기 앞둔 농민들 발동동
정부는 비료 수급 문제 없다지만
운송비 부담에 비료값 상승 우려
농기계 요소수 사용량도 많아
농산물 물가 급등세에 불 붙일 수도
8일 오전 경남 거창군 김흥식 한국쌀전업농경상남도연합회 사무처장 논에 농기계들이 쌓여 있다. 비료 뿐 아니라 이들 농기계 역시 많은 양의 요소수를 필요로 한다. 거창=우영탁기자
[서울경제]

중국 정부가 요소에 이어 화학비료의 주원료인 인산암모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본격화하자 농촌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농가는 봄철 작물을 심기 전 비료를 뿌립니다. 이에 비료 제조 업체들은 12월부터 공장 가동을 최대한으로 늘립니다. 비료 공장이 가장 바쁠 시기에 중국이 원재료 수출을 제한하면서 농민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비료의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평년 톤당 300달러 수준이던 비료용 요소 가격은 최근 400달러를 웃돌았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이 인산암모늄 수출까지 규제하면서 비료 가격의 급등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인산암모늄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95%에 달합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짜며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불안정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분의 대부분을 보조해줬습니다. 올해도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내년에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일선에선 “농촌에 줄 1000억 원이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전국 농가는 2년 전 ‘요소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벼농사를 짓는 김광수(가명) 씨는 “2년 전에도 가을 타작을 앞두고 농기계용 요소가 없어 고생했다”며 “중국이 내년 1분기까지 수출제한을 유지한다는데 그때까지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농민들은 더 어려워진다”고 호소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이날 “중국의 인산암모늄 수출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비료 수급에 미칠 영향은 내년 1분기까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인산암모늄 재고는 약 4만 톤으로, 내년 5월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 농가가 중국의 요소 수출통제에 타격을 받는 이유는 비료와 농기구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요소는 산업계보다 농업에 더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요소 공급이 제한되면 비료뿐 아니라 트랙터·콤바인·경운기 등 농기계가 모두 멈출 수 있어 우리 ‘식량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산업 중 요소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농업입니다. 지난해 전체 요소 수입 물량 87만 9000톤 중 절반이 넘는 47만 톤이 비료 생산을 위한 농업용 요소였습니다. 산업용 요소 물량은 8만여 톤 수준으로 전체 수입 물량의 10% 수준에 그칩니다. ‘요소 대란’이 벌어질 경우 농업이 가장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난해 비료용 요소 전체 수입량(약 47만 톤) 중 55%가 1~3월과 12월에 수입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비료용 요소의 중국산 비중이 22% 수준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2021년까지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65%로 높았으나 당시 ‘요소 대란 사태’ 이후로 카타르·사우디 등 중동 국가의 비중을 16%에서 42%로 끌어올리며 중국의 비중을 낮췄습니다. 중국이 요소와 함께 수출을 제한한 인산암모늄은 요소와 달리 국내 생산이 가능합니다. 농협이 운영하는 비료 회사인 남해화학의 한 관계자는 “비료용 요소는 수출선을 카타르·사우디·말레이시아로 다양화했고 인산암모늄은 생산시설을 가진 만큼 비료 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8일 오전 경남 거창군의 추수가 끝난 논 전경. 이 논에서는 2월 조사료(동물 사료용 곡물), 5~6월 벼를 이모작하는데, 비료 대란이 본격화할 조짐에 농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거창=우영탁기자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용 요소수 부족만으로도 농촌은 타격입니다. 트랙터 등 주요 농기계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대형 차량인 만큼 요소수 사용량도 막대합니다. 김홍식 쌀전업농경상남도연합회 사무처장은 “일반 경유 차가 요소수를 한 번 넣으면 1년은 가는 반면 농기계는 2~3일마다 요소수를 한 통씩 넣어줘야 한다”며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도 판매업자가 한 달 반가량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겨울 작업을 앞두고 트랙터로 땅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고민”이라며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 6000~7000원 하던 요소수를 3만 원에도 못 구해서 안달이었는데 지금은 또 어떨지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업용 요소수는 농업용 요소수와 달리 중국 의존도가 91%를 넘습니다.

값이 싼 중국산 요소 대신 운송비가 많이 드는 중동·동남아산 요소를 활용할 경우 비료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됩니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비료 생산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원가 차이가 아무래도 나는 만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한 해에 드는 농사 비용 가운데 비료와 요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40%는 될 것”이라며 “비료 가격이 뛰면 투입 비용이 더 증가하는 것이라 농가의 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전기요금이 급등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줘야 하는 인건비도 크게 늘었다”며 “요소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농가는 ‘요소수 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벼농사를 짓는 강우석(가명) 씨는 “우리는 벼를 잘 재배해서 파는 역할인데 비료 수급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요소 수출제한 우려는 대비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농가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9월 요소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인도에서 중국산 요소를 대량으로 수입하며 중국 내 요소 가격이 치솟자 중국 당국이 일부 비료 생산 업체들에 비료용 요소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의 공식적인 수출규제가 없고 만약 중국이 수출을 제한해도 국내 재고 등을 고려할 때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요소 대란이 국내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관측하면서도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재영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은 “요소 비축분이 3개월치 이상인 만큼 긴급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공공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이날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정부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안보를위한공급망안정화지원기본법안(공급망기본법)’이 통과됐습니다. 지난해 10월 법안을 발의한 지 1년 2개월 만입니다.

이 와중에 비료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애타는 農心

내년 정부의 무기질 비료 가격 보조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요소·인산암모늄 수출통제 등 비료 값 인상 요인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은 줄게 돼 농가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한국비료협회와 국회 등에 따르면 무기질 비료 값 인상분 지원 예산이 정부 원안대로 전액 삭감되면 농가의 부담 금액은 203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정부는 그간 비료 원료 수급 불안 등의 이유로 비료 가격이 크게 오르자 무기질 비료 가격 상승분을 보조해줬습니다. 정부 30%, 지자체 20%, 농협 30%, 자부담 20% 등으로 80%를 국·도비로 지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1801억 원을 지원하고 올해는 예산을 1000억 원 편성했지만 내년에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농가의 반발이 커지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576억 8100만 원을 다시 반영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없는 한 증액 예산은 편성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여야가 20일까지 예산 처리를 합의했지만 여야 ‘2+2협의체(여야 각 원내대표와 여야 예결위 간사)’에서 증액 편성이 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약 정부 원안대로 지원 예산이 삭감되면 농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해수위에 따르면 현재 정부 지원 사업으로 비료 1톤당 농가가 실제 지불하는 가격은 65만 1000원이지만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87만 8000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더구나 비료 원재료 값이 중국의 수출통제 전부터 오름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 예산 삭감은 부당하다는 게 농민 단체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입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등을 보면 비료 요소 수입 가격은 1월 1톤당 542달러에서 7월 357달러로 내렸다가 10월 425달러로 다시 반등했습니다. 비료 값 농가구입가격지수도 2021년 말 88.8에서 2022년 2분기 196으로 정점을 찍고 올 2분기에도 147.4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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