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묵묵히 법률사각지대 메우는 ‘마을변호사’

법적 분쟁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모든 국민은 공평하게 사법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죠. 하지만 도시와 떨어진 지역이라는 이유로 선임할 변호사를 찾을 수 없다면 많은 불편함이 따를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전체 개업 변호사의 80%는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데요.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53개 시·군은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마을인 ‘무변촌(無辯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충북의 경우 11개 시·군 중 청주시, 충주시, 제천시, 영동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변호사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1~2명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2013년부터 대한변호사협회·안전행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마을변호사’ 제도를 시행 중에 있습니다. 법률서비스 접근이 취약한 지역에 ‘마을변호사’를 배정해 법률문제를 쉽고 편리하게 상의하고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건데요. 변호사 사무실 하나 없는 무변촌에선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마을변호사’, 어떻게 이용할 수 있고, 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박재성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Q. ‘마을변호사’ 제도가 생긴 지 10년이 넘었는데요. 아직 이 서비스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소개를 좀 해주신다면요? 마을변호사는 쉽게 말하면 변호사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주민들이 변호사와 무료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상담은 메일이나 전화 등 유선상담을 원칙으로 하지만, 통화가 어려운 경우라면 마을변호사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Q. 충북만 해도 11개 시·군 중 변호사 사무실이 없는 지역이 꽤 많습니다. 마을변호사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먼저, 마을변호사는 공익활동으로 보수가 없고, 자원하는 변호사에 한해 활동을 합니다. 충북에서 활동하는 마을변호사는 약 40명 정도되고요, 저는 현재 4개 면의 마을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희망 지역에 따라 배정 지역이 1곳인 분도 있고, 3~4곳인 분도 있습니다. Q. 네, 자원하는 분이 많아야 법률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게 좀 더 촘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네요. 마을변호사로 활동할 경우 지원되는 부분은 좀 있나요? 네, 마을변호사 서비스를 받으려는 분들이 매일매일 있는 건 아니고요. 저 같은 경우는 분기당 3~4건 정도 해왔던 것 같아요. 무변촌이더라도 일부 지역은 법률구조공단 지소가 있는 곳들이 몇 군데 있어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무부에서 마을변호사 지원은 방문상담을 했을 때 소정의 교통비를 주고요. 판례 검색, 법률 서적을 찾아볼 수 있는 유료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해줍니다. 또, 변호사들은 공익 활동 의무 시간이 있는데요. 대한변협에서 마을변호사 활동을 공익 시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Q. 요즘은 법률 정보나 지식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지만, 농촌 지역의 어르신들은 그것도 쉽지 않으신 경우가 많거든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보통 상담을 받으신 분들은 굉장히 만족해하세요. 일단은 ‘이거 가지고 며칠 동안 고민을 했었는데 속이 후련하다’ 그러세요. 상담을 하고 나니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 것 같다 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거죠. 다만, 가시적으로 어떤 문제가 해결됐다, 안 됐다 라는 걸 말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가 서면작성이나 소송대리까지 서비스해드리는 게 아니다 보니, 상담으로 궁금증이 해소된 이후에 저희한테 따로 어떻게 해결됐습니다 따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거든요.

Q. 네, 그래도 법률적인 지식이 없어서 답답할 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 수 있는 누군가 있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어떤 사건들을 상담받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임대차보증금 관련 분쟁, 토지소유권·경계 관련 분쟁, 산업재해, 범죄피해, 형사사건 등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모든 법률문제에 대해 상담 가능합니다. Q. 마을변호사 제도가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계신데요. 자원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도가 시행될 당시에 제가 변호사로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요. 변호사로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법률 서비스를 못 받는 분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있었고요. 마을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저에게도 도움되는 부분도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판례들이 나오고 있고, 우리 법을 해석하는 판례가 바뀌기도 하는데요. 본업을 하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은데 상담이 들어오면 최신의 관련 자료까지 다 검토를 해서 말씀드리다 보니까 저도 공부가 되더라고요. Q. 마을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통역인과 함께 3자통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마을변호사 제도가 별도로 있는데요. 그분 입장에서는 타국에 와서 고생하는데 억울한 일을 당하신 거예요. 그래서 상담을 해드렸는데 나를 무시해서 내가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는구나 생각했다가 같은 한국 사람인데 나를 이렇게 도와주네 라고 생각을 하셨는지 많이 고마워 하시더라고요. 또 제가 배정된 면에 한 번은 현장 방문상담을 간 일이 있는데, 상담 이후 감사하다며 농산물을 주신 적도 있었습니다. Q. 마을변호사로 활동해나가면서 바라는 점 있으시다면요? 대부분 송사가 있을 때 무작정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오시기 보다 ‘주변에 아는 변호사 있어?’라고 물어보시잖아요. 어떤 분쟁이 생기면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법률사각지역에 계신 법률소비자분들에게는 마을 변호사를 좀 더 친근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법률사각지역이 아닌데도 무료 상담을 받고자 연락을 주시는 경우가 있어요. 공익적 차원에서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하시면 마을변호사 지원 지역인지 확인이 가능하거든요. 거기서 배정된 마을변호사를 확인하고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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