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박싱]영파씨 데뷔 앨범에 곱창 머리끈이 들어 있는 이유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3. 12. 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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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씨 미니 1집 '마카로니 치즈' 제작기 ② '마카로니 치즈' 앨범 편
EN:박싱
상품 개봉을 뜻하는 '언박싱'(unboxing)에서 착안한 'EN:박싱'은 한 마디로 '앨범 탐구' 코너입니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을 알아보는 '왓츠 인 마이 백'처럼, 앨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살펴보는 '왓츠 인 디스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편집자주]
올해 10월 18일 발매된 영파씨의 데뷔 앨범이자 첫 번째 미니앨범인 '마카로니 치즈' 표지. 알비더블유(RBW), DSP미디어 제공
데뷔 앨범 발매까지 홍보 일정을 나타난 스케줄러는 마트 전단으로, 트랙 리스트는 영수증으로, 하이라이트 메들리는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장바구니로. 실물 음반엔 배달 음식 포장에 쓰일 법한 PP(폴리프로필렌) 용기와 비닐을 제거할 수 있는 작은 칼, 왜 들어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곱창 머리끈.

지난 10월 18일 첫 번째 미니앨범 '마카로니 치즈'(MACARONI CHEESE)로 데뷔한 5인조 신인 여성 아이돌 그룹 영파씨(YOUNG POSSE)는 그 시작이 예사롭지 않았다. 미니앨범 제목, 타이틀곡 주제뿐 아니라 앨범 디자인과 각종 홍보 콘텐츠에도 마카로니 치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EN:박싱의 네 번째 주인공은 영파씨의 데뷔 앨범 '마카로니 치즈'다. 1편에서는 동명의 타이틀곡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편에서는 실물 음반의 구성, 수록곡 면면, 홍보 내용과 방식 등을 두루 살펴본다. CBS노컷뉴스가 요청한 서면 인터뷰에는 영파씨 멤버 전원과 키겐 총괄 프로듀서, 신준호 기획총괄이 답변했다.

먼저, 신준호 기획총괄은 '마카로니 치즈'가 영파씨 멤버들의 실제 경험에서 시작된 곡이라는 점을 짚었다. 연습실에 가던 길, 우연히 마카로니 치즈 버거가 담긴 포스터를 본 멤버들은 '그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마카로니 치즈 버거가 머릿속에 맴돌았다'라고 털어놨다.

신 기획총괄은 "너무나도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 중이라 먹을 수 없었던 멤버들이 간절한 심정을 담아 가사를 쓰게 되었고, 이것이 타이틀곡 '마카로니 치즈'가 되었다"라며 "'마카로니 치즈'가 타이틀곡으로 그치지 않고 앨범 콘셉트 전면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영파씨를 표현하기에 '마카로니 치즈'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영파씨는 데뷔 앨범 홍보 콘텐츠에서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파씨 공식 트위터 캡처

이어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떠나, 영파씨는 평균 나이 만 16세의 소녀들이고, 이들이 가장 즐거운 순간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다. 누구나 좋아하는 '마카로니 치즈'라는 음식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영파씨 또래인 Z세대(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 출생자)는 물론, 남녀노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실물 음반이 담긴 상자는 마카로니 치즈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노란색이다. CD에도 흘러내리는 치즈가 표현돼 있다. 흔히 배달 음식에서 쓰는 PP 용기가 등장한 게 특히 눈에 띈다. 신 기획총괄은 로버트 로렌스 스타인의 '구스범스'라는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소장하고 싶었"고, "책을 소장하니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왠지 갖고 싶은 앨범'을 목표로 영파씨 데뷔 앨범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마카로니 치즈' 앨범을 보았을 때, 첫 번째로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들게 하고 더 나아가 영파씨가 궁금해지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구성품에도 하나하나 의미를 담았다. 배달 음식을 연상케 하는 PP 용기 포장은 영파씨 멤버들에게도 친숙한 아이템이다. 신 기획총괄은 "수년간의 연습생 시절 멤버들이 가장 많이 먹은 도시락이 항상 이런 PP 용기에 담겨 있었다. 덕분에 앨범 제작비는 커졌지만,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싶었다. 해외 팬들에게 우리나라의 간편하고도 멋진 배달 포장 방식을 소개해 주고도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존재 이유가 가장 궁금했던 구성품은 앨범 초판에만 포함된 곱창 머리끈이다. 신 기획총괄은 "'마카로니 치즈'를 먹을 때 머리가 음식에 닿지 않게 묶는 용도다. 팬들을 위한 영파씨의 귀여운 배려"라고 귀띔했다.

이어 "포토북에 흐르는 회색 치즈는 영파씨가 손꼽아 기다려온 재킷 촬영 당일에 내렸던 비로 인해 암울했던 멤버들의 기분을 재미있게 표현해 본 것이다. 이처럼 앨범 곳곳에 멤버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이들만의 스토리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데뷔하기 위해 영파씨가 달려온 여정을 팬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많이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마카로니 치즈라는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펼쳐낸 스케줄러. 알비더블유(RBW), DSP미디어 제공

앨범 표지를 비롯해 초반 홍보 콘텐츠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유도 물었다. 키겐 프로듀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 연습생이었고 그 이전에는 그저 학생에 불과했던 소녀들을 영파씨란 이름으로 데뷔시키기까지의 과정은 영화를 개봉시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종종 생각해 왔다.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개봉할 저희 영화에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서 가장 영화적이지 않은 것들로 첫걸음을 내딛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취향이 있고, 이를 타인이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애니메이션에는 마음을 쉽게 연다고 생각했다. 애니 세상 속에서는 쉽게 우주로 떠날 수 있는 등 제작비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에, 추후에 공개할 실물 뮤직비디오와 대척점에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줄 프로덕션을 찾아 헤맸다. 코인러쉬라는 이상적인 팀을 만났고, 재미있는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타이틀곡 '마카로니 치즈'를 비롯해 '파씨 업!'(POSSE UP!) '오티비'(OTB) '쿠잉'(Cooing)까지 총 4곡이 담긴 미니앨범 소개 글은 멤버들이 직접 썼다. 보통 곡의 장르와 특징, 가사 내용을 요약한 일반적인 소개 글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동갑내기 친구가 옆에서 설명해 주는 것처럼 평어체로 돼 있고 'ㅋㅋㅋ' 'ㅎㅎ' 'ㅠㅠ' 등의 표현도 있다.

키겐 총괄 프로듀서는 "음원 사이트에서 영파씨를 찾아 앨범 소개 글을 꼼꼼히 읽어줄 정도면, 팬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매일 수백 개의 음원이 발매되는데, 수많은 앨범 소개 글과 크레딧들을 볼 때마다 괴리감을 느끼곤 했다"라고 운을 뗐다.

멤버들에게 앨범 소개 글을 맡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키겐 프로듀서는 "첫째로 팬들에게 1인칭 시점으로 보다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고, 둘째로 이 앨범의 화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파씨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멤버들에게 친구들과 DM(다이렉트 메시지)하듯이 편하게 앨범 글을 써달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앨범에서도 이런 경향이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트랙 리스트는 영수증처럼 만들었다. 알비더블유(RBW), DSP미디어 제공

도은은 "데뷔 전 저희 멤버들이 다 같이 곡 소개를 만들어 봤다. 함께 모여서 곡에 대해 얘기도 많이 나눠보고 생각나는 걸 다 썼다. 그렇게 저희가 수록곡을 들으며 느꼈던 감상이 그대로 앨범의 소개 글로 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들어간 걸 보니까 재미있는 것 같다"라며 "팬분들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했다.

프로듀서 입장에서의 감상 포인트도 궁금했다. 키겐 프로듀서는 '목적을 갖고 모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뜻의 '파씨 업!'에 걸맞은 가사를 주문했더니, 멤버들은 각기 다른 결과물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그 덕에 가사 쓰기가 너무 어렵다는 토로, 먹고 싶은 음식 나열 등 언뜻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한 곡 안에 들어갔다. "조금 머리가 아팠지만", 이런 점마저도 "가장 영파씨답다"라는 그의 생각이다.

비트는 힙합 신에서 유행하는 '두 개의 장르 혼합'에 중점을 두었다. "GRRR같은 추임새라든가 피비오(Fivio)나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아이돌 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어들을 곱씹으며 감상해 주신다면 묘한 쾌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오티비'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준비했어" 같은 곡이다. 키겐 프로듀서는 "파트별 분위기가 매우 달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영파씨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고, 도리어 '제각각이기에 조화롭다'를 강조하고 싶었다. 조금 강해지고 싶다면 첫 후렴구나 도입의 연정과 선혜 파트를,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면 지아나, 지은, 도은의 파트를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르 특성적인 강한 리듬과 뒤집히고 전환되는 에너지 속에 느껴지는 각 멤버의 매력을 짚으며 감상해 보신다면 한층 더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곡 '쿠잉'에 관해 키겐 프로듀서는 "날짜 압박 속에서 타이트하게 만든 곡"이라며 곡 작업과 녹음, 포스트 프로덕션에 각 하루씩 소요한 후 바로 마스터를 넘겼다고 밝혔다. 그래서 실물 음반과 음원 사이트 음원에 차이가 있다. 키겐 프로듀서는 "믹스 질감과 후반부 구성이 약간 다르다. 그 차이를 비교하며 감상하시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앨범을 구매해달라는 얘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파씨는 수록곡 4곡의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목소리(아카펠라) 버전인 '걸스 온리'와 비트만 뽑은 '비츠 온리' 두 버전으로 공개했다. 영파씨 공식 유튜브 캡처

수록곡을 선정하면서 멤버가 가진 어떤 장점을 부각하고자 했는지 묻자, 키겐 총괄 프로듀서는 "매일 성장하는 나이여서 아직은 멤버별로 장단점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멤버별로 가장 좋은 점들을 모아서 파트를 나누고 레코딩(녹음)을 했다기보다는, 최초 데모(임시 곡)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기억이 난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멤버들이 가진 고유의 목소리는 연습생을 캐스팅하는 단계에서부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본인 레인지(범위) 안에서 가장 어색하지 않은 지점을 여러 가지 미션을 통해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멤버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단계라고는 했지만, 영파씨는 앨범 정식 발매 전 '걸스 온리'(GIRLS ONLY)와 '비츠 온리'(BEATS ONLY) 두 버전으로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공개했다. 전자는 멤버들 목소리에, 후자는 비트에 집중하게끔 했다. 가수의 목소리와 프로듀서가 만든 비트라는 두 가지 재료를, "하나로 섞인 결과물로만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늘 하던 차였다.

키겐 프로듀서는 "아티스트가 가진 감성을 녹음실에서 한숨 한숨 최고의 테이크로 끌어내 그것만을 따로 날것으로 공개했을 때, 대중들이 조금 더 영파씨의 실력과 매력을 느껴주고 데뷔를 기다려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라고 밝혔다.

"'걸스 온리'라는 워드플레이는 이중적인 뜻을 품고 있으며, 영파씨 다섯 소녀가 비트에서 온전히 자유롭게 벗어나서 단독으로 가장 날것의 감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후에 공개될 프로듀서들의 이성으로 단단히 무장된 결과물 '비츠 온리'에의 기대감을 부스팅 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중은 아티스트가 녹음실 부스 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레코딩을 하는 모습은 수천 번도 더 보아왔기에, 목소리와 비트를 공개하면서 동시에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도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싶었습니다. 뉴미디어팀의 이승재, 김윤정 팀원이 본 적 없는 비디오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밤을 갈아 넣었습니다." (키겐 프로듀서)

데뷔 쇼케이스 당시 멤버 도은은 미니 1집 '마카로니 치즈'를 '치팅데이'에 비유했다. 도은은 "다이어트 중 '치팅데이'처럼 저희의 노래와 앞으로의 활동을 기다려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부연했다. 정선혜도 "저에게 이 데뷔가 '치팅데이'처럼 오래 기다려 왔던 순간이기도 하고, 대중분들에게는 영파씨가 다음이 기다려지는 팀이 됐으면 해서 '치팅데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고 동조했다.

영파씨 공식 트위터

위연정 역시 "식단 관리를 하던 저희에게 '마카로니 치즈'는 일탈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먹고 싶던 '마카로니 치즈'를 먹게 됐을 때 느낄 행복과 데뷔를 맞이했을 때의 행복이 '기다림'이라는 부분에서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서 좋은 표현이라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지아나와 한지은은 이번 앨범을 '영파씨'로 정리했다. 지아나는 "특이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콘셉트와 저희의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매력 뿐만 아니라, 소녀스러운 감성까지 풍부한 저희의 다양한 모습을 마음껏 표현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지은은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멤버들은 정말 톡톡 튀고, 가끔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엉뚱하지만, 이런 모습이 다른 그룹과는 다른 차별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중분들을 설득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솔직한 영파씨 모습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영파씨'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영파씨는 데뷔 앨범에서 타이틀곡을 비롯해 총 2곡 작사에 참여했다. 앞으로도 이런 '참여'는 계속될까. 키겐 프로듀서는 "설득력 있는 창작물을 보여줬을 때 참여하게 하고 있다"라며 "작사와 탑라인 창작을 오래전부터 적극 독려하고 있으며, 미디 프로그램과 악기들을 제공하여 편곡에까지 보폭을 넓힐 수 있게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파씨도 성장을 할 테고, 앞으로 지금보다 계속 생각이나 표현이 성숙해질 거라고 기대하는데요. 그 순간에만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영파씨의 앨범을 하나의 성장기처럼 아카이빙 해가고 싶습니다." (위연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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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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