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박싱]'마카로니 치즈'라는 데뷔곡, 영파씨의 우연 혹은 운명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3. 12.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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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씨 미니 1집 '마카로니 치즈' 제작기 ① 타이틀곡 '마카로니 치즈' 편
EN:박싱
상품 개봉을 뜻하는 '언박싱'(unboxing)에서 착안한 'EN:박싱'은 한 마디로 '앨범 탐구' 코너입니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을 알아보는 '왓츠 인 마이 백'처럼, 앨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살펴보는 '왓츠 인 디스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편집자주]
올해 10월 18일 데뷔한 5인조 신인 여성 아이돌 그룹 영파씨. 영파씨 공식 트위터
데뷔를 앞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다이어트에 지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카로니 치즈 먹고 싶다!' 멤버들의 참여로 차차 발전됐고, 하나의 곡으로 완성됐다. 아마도 이 소재로 된 K팝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 '마카로니 치즈'(MACARONI CHEESE)가 신인 걸그룹 영파씨(YOUNG POSSE)의 데뷔곡이 된 배경이다.

DSP미디어와 비츠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영파씨는 올해 10월 18일 첫 번째 미니앨범 '마카로니 치즈'(MACARONI CHEESE)를 내고 가요계에 데뷔했다.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온 영파씨는 동명의 데뷔곡 제작에 상당 부분 참여했다. 일단 마카로니 치즈라는 주제부터 멤버들에게서 나왔다. 정선혜, 위연정, 지아나, 도은이 작사가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음원에 들어간 효과음도 멤버들의 아이디어다.

대중에게 첫인상을 심어주는 데뷔곡을, 마카로니 치즈라는 일상적이면서도 그간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주제로 돌파한 영파씨. CBS노컷뉴스는 영파씨의 데뷔곡 '마카로니 치즈'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이번 서면 인터뷰 첫 번째 편에서는 영파씨 멤버 전원과 키겐 총괄 프로듀서, 신준호 기획총괄이 답변했다.

키겐 총괄 프로듀서에 따르면, 영파씨는 데뷔 전부터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드는 연습을 했다. 영파씨라는 그룹명이 정해지기도 전이었다. 그는 "회사에서 매주 다양한 비트를 만들어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타입 비트나 샘플을 적극 활용해, 가능한 다양한 장르 음악을 자연스럽게 노출했다"라며 "연습생들만의 송 캠프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캠프란, 여러 작곡가가 모여 작곡하는 방식으로 K팝 제작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나른한 오후, 창작 시간에 "사소하게 탄생한 곡"인 '마카로니 치즈'를 두고 키겐 프로듀서는 "지난한 트레이닝 기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멤버들의 식탐이 반영된, 멤버들이 노랫말 창작에 100% 기여한 곡"이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는 있었으나, "대중을 위한 타이틀곡을 쓰자고 작정하고 작업한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강조한 키겐 프로듀서는 "'마카로니 치즈'는 '매우 사소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곡'으로 데뷔해 보자는 철학을 유지하며 멤버들과 함께 작업실에서 자주 소통을 한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영파씨의 미니 1집 '마카로니 치즈'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총 4곡이 담겼다. 영파씨 공식 트위터

다른 곡을 제치고 '마카로니 치즈'가 타이틀곡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 정선혜는 "타이틀로서 재미 요소가 많고, '음식'이라는 콘셉트가 계속 다양한 이미지와 콘텐츠를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데뷔 앨범으로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보자마자 '기억에 남는' 곡이라는 점도 주효했다. 정선혜는 "우리가 진짜 즐기면서 만들어낸 노래이기 때문에, 대중분들께서도 같이 즐겨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도은은 "'마카로니 치즈'를 주제로 한 K팝은 저희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다. 주제에서부터 저희만의 엉뚱한 상상력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곡의 주제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저희 멤버들이 모두 의견을 내고 참여하다 보니, 애정이 더 많이 가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위연정은 "반복되는 가사로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찾아 듣게 된다는 점이 데뷔곡으로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은 후, "저희 이야기를 직접 녹였기에 팀의 색깔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반 애드리브 부분 안무도 멤버들이 짜 보았다. 저희 영파씨가 직접 생각해서 만든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서 이 곡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지아나는 "다른 곡도 다 좋지만 '마카로니 치즈'가 각 멤버 개성을 보여줄 디테일이 많아, 저희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곡만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중독성 있는 훅 덕분에 노래 자체가 기억에 잘 남고, 영파씨를 각인하기 좋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막내 한지은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반복적인 후렴 구간이 많은 대중분들 기억에 잘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중독성이 강해서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고, 부르게 되고, 찾게 되는 게 '마카로니 치즈'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파씨 데뷔 트레일러. 영파씨 공식 유튜브 캡처

정선혜, 위연정, 지아나, 도은은 '마카로니 치즈' 작사에도 참여했다. "잘하려고 하기보단 정말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작업하면서 정말 다양하고 말도 안 되는 주제들을 던졌다"라는 정선혜는 "'이런 걸 가사로 쓸 수 있을까?' 싶은 것들도 '영파씨스러움'으로 다듬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부족함과는 별개로 지금 이 시점에 우리만 써낼 수 있는 이야기로 데뷔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위연정은 "이 곡이 완벽하게 완성되기 전까지 작업이나 연습과는 별개로 그냥 틀어놓고 뛰어놀면서 많이 들었다. 많은 노력과 추억이 담긴 노래를 다른 분들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요즘 소셜미디어에 '마카로니 치즈'를 커버해 주신 팬분들 영상이 많이 올라오던데 그런 걸 볼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마카로니 치즈'를 통해 처음 작사에 도전해 보았다는 도은은 "제가 쓴 가사가 데뷔 앨범에 들어가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신기하다. 제 생각과 마음을 수많은 팬과 나눌 수 있다는 게 감동적이기도 하고, 덕분에 곡을 만드는 것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겨서 요즘 작곡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아나는 "저희가 이 곡을 쓰면서 수정을 수십 번도 더 했다. 수정할 때마다 곡 퀄리티(질)가 올라가고 또 거기에 맞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재미있고 뿌듯했다. 처음으로 내는 곡이라 미숙한 부분이 있겠지만, 저희가 직접 만든 노래라는 것에 만족도가 높다"라고 답했다.

2분 25초 동안 '마카로니 치즈'라는 단어가 18번 반복되는 중독성 강한 이 노래는, 비행기와 전자레인지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리가 담기기도 했다. 키겐 프로듀서는 "비행기 소리는 영파씨 멤버들의 아이디어"라며 "편곡하면서 다양한 버전의 '마카로니 치즈'가 있었는데 어느 날 멤버들이 비행기 효과음을 넣어서 들어보고 싶다고 하여 프로듀서인 릭 브릿지스(Rick Bridges)와 여러 샘플을 찾아봤다"라고 운을 뗐다.

제61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뮤직비디오 후보에 오른 벤 프렉 감독이 연출한 타이틀곡 '마카로니 치즈' 뮤직비디오 캡처

그러면서 "비행기 착륙 후 문이 개방되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보여주는 효과음이 영파씨의 지금 처지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트레이닝 기간(비행)을 거쳐서 마침내 비행기 밖(K팝 신)에 나가기 직전까지의 상황이 '마카로니 치즈'라는 데뷔곡이 가진 운명과 비슷하다"라고 밝혔다.

전자레인지 소리는 키겐 프로듀서가 넣었다. 벤 프루(Ben Proulx) 감독과 신준호 기획총괄이 만든 뮤직비디오 콘티를 본 후 필요하다고 생각해, 뮤직비디오 촬영 직전 삽입했다. 키겐 프로듀서는 "뮤직비디오에서 전자레인지는 구심점 역할을 하며 다양한 함의가 있다. 리더 정선혜의 캐릭터 아이덴티티가 전자레인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본인은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쳐 데뷔했는데 결국 전자레인지가 되었다며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편곡만 20여 개 버전이 있다는 '마카로니 치즈'는 최종적으로 '슈퍼 미니멀'해졌다. 키겐 프로듀서는 "기존 히트곡들의 공식을 끝까지 역행하는 구성이 청개구리처럼 통통 튀는 영파씨의 보이스와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권재승 디렉터가 만든 안무가 정말 멋지게 나왔다. 꼭 무대를 보며 감상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 후보가 된 벤 프루 감독이 영파씨의 데뷔곡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벤 프루 감독이 만든 미국 힙합 아티스트 TOKEN과 J.I.D의 '붐'(Boom) 뮤직비디오를 보고 "신선한 영감을 받았다"라는 신준호 기획총괄은 "K팝 아이돌 신에서 보기 드문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었고, 그때 벤 감독이 떠올랐다. 의도된 B급 감성, 코믹 요소, 엉뚱한 트랜지션 조합이 영파씨와 결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신 총괄은 "너무 뜬금없었는지, 감독님은 처음에는 저를 사기꾼이라고 확신했다고 하더라. 이후 영파씨에 대한 소개와 함께 '마카로니 치즈' 곡, 안무 영상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저를 신뢰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마카로니 치즈' 뮤직비디오 캡처

영파씨의 데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신 기획총괄이 뮤직비디오 스토리 트리트먼트를 써서 보냈고, 벤 감독이 이를 구체화했다. 신 기획총괄은 "수년간 멤버들이 겪었던 많은 기쁨과 슬픔, 업 & 다운으로 요동치는 감정을 뮤직비디오 속 엉뚱하고 코믹한 장면에 녹이려고 노력했다"라며 "미국에 있는 벤 감독과 소통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화상 미팅을 했고,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와 기뻤다"라고 밝혔다.

'마카로니 치즈' 뮤직비디오의 매력을 묻자, 정선혜는 "한 가지 음식에서 시작된 스토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나왔다는 것이 가장 흥미롭다. 멤버들이 '마카로니 치즈'를 매개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그 모습이 데뷔를 앞두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웠던 저희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크게 보면 '마카로니 치즈'의 이야기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뮤직비디오마저도 영파씨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재밌고 매력적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위연정은 "통통 튀는 색깔로 가득한 뮤직비디오라서, 한 번 보고 나면 잔상처럼 눈과 머리에 맴도는 느낌이 들더라. 저희 멤버 뇌 속을 보여드리는 것 같은 엉뚱한 지점이 매력"이라고, 도은은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다. 지금까지 봤던 뮤직비디오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약간은 기괴하면서도 독특하지만, 은근 귀여운 포인트도 많다. 딱 저희 영파씨를 제대로 표현한 이미지 같다"라고 말했다.

도은과 마찬가지로 뮤직비디오 첫 감상이 "정말 특이하다"였다던 지아나는 "뮤직비디오 속 장소가 계속 바뀌면서 멤버들이 다양한 모험을 하는 내용인데, 워낙 화려하고 독특한 배경과 다양한 색감 때문에 한 번 보고 나면 궁금증이 배가돼 다시 재생할 수밖에 없었다. 대중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실 것 같다. 또 보고 싶어지는 특이함. 이게 저희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았다.

한지은은 "독특한 배경이 대부분 CG(컴퓨터 그래픽)로 구현됐다. 그래서 그린 월(green wall)에서 촬영을 많이 했다. 유튜브에 No CG 버전 뮤직비디오도 올라가 있다. CG 전후 영상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과 그린 월에서의 저희의 연기력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답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마카로니 치즈' 무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영파씨 뮤직비디오 스포일러 영상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알비더블유(RBW), DSP미디어 제공

"'마카로니 치즈'라는 가볍고 유쾌한 주제에 진심을 담아 랩하고 안무를 함으로써 결과물로써 그것을 '멋있어 보이게 만들었다'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밌고 신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멤버별로 각자의 개성이 강해서 반복되는 후렴이어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 안무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포인트를 즐겨주시기를 바라요." (정선혜)

"마지막 '마카로니 치즈' 후렴 파트에 눈을 반복적으로 깜빡이는 표정이 있는데 무대에서 가장 신경 쓰는 포인트입니다. 이 디테일 덕분에 무대에 확 몰입된다는 피드백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저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표정이라고 생각해서 그 포인트를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연정)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 역시 마지막 후렴에서 연정 언니 파트 눈썹 연기입니다. 그 디테일 하나로 곡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마카로니 치즈'는 사실 안무에 정말 재미있는 요소들이 깨알같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요. 음원만 들으면 즐길 수 없는 매력을 무대에서 많이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도은)

"저희 안무는 노래나 랩을 하는 주인공에게 맞춰져 있지 않고, 각자 안무적으로 역할이 있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카로니 치즈' 무대의 가장 큰 매력은 디테일입니다. 디테일을 발견하면 할수록 말 그대로 '맛있는 무대'로 보일 거예요. 예를 들면, 제 파트에 '팝 미 섬 소다'(Pop me some soda)라는 구절이 있는데 제 역할은 힘을 주며 소다의 뚜껑을 따는 것이에요. 그때 멤버들은 소다를 땄을 때 올라오는 기포를 표현해 주거든요. 그리고 뚜껑을 따기 위해 힘을 준다는 걸 윙크로 표현하구요. 각자 맡은 디테일을 표현하면서 저희에게 주어진 무대라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어요." (지아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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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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