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호구 만든 2023 텐트폴 영화, 초스피드 OTT행 무엇이 문제일까 [TEN스타필드]

최지예 2023. 12.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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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의 에필로그≫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올해 텐트폴 대전 참패의 고배를 마신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이 개봉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가장 먼저 각종 OTT에 제목 걸렸다.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를 손쉽게 볼 수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염두에 둔다면 두 작품의 초스피드 OTT행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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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최지예 기자]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이른바 텐트폴이라 불린 2023 여름 대작 영화 네 편이 모두 OTT 플랫폼에 풀렸다. 지난 여름만 해도 극장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영화들이 짧게는 개봉 후 3주, 길게는 약 4개월 만에 언제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텐트폴 대전 참패의 고배를 마신 영화 '더 문'(감독 김용화)이 개봉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가장 먼저 각종 OTT에 제목 걸렸다. 개봉 이후 불과 23일 만의 일이었다. 지난 8월 2일 개봉한 '더 문'은 손익분기점에서 턱없이 모자라는 5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더 문'과 같은날 개봉한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역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성적 105만 성적표로 약 한달 만에 안방으로 향했다.

손해가 막심한 장사를 메워야 하는 '더 문'과 '비공식작전'의 OTT행은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라고 이해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나름 흥행했다 평가받는 '밀수'(감독 류승완)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초스피드 OTT 안착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 두 영화는 개봉 후 불과 서너 달이 지나지 않은 이달 초 각각 넷플릭스와 디즈니+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를 손쉽게 볼 수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염두에 둔다면 두 작품의 초스피드 OTT행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좀 더 가감 없이 말하면 지난 여름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호구 만드는 행위다.

15000원의 티켓값을 지불하고 그 이상의 가치인 시간을 할애해 영화관을 찾았던 관객들을 허탈할 수 밖에 없다. 4달만 참고 기다렸다면 거의 무료에 가까운 투자로 볼 수 있는 영화였다는 인상이 남는다. 극장 개봉과 OTT 공개 시점이 가까울수록 이같은 박탈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조금이라도 신선할 때 팔아 이윤 좀 더 남겨보려는 욕심은 결국 영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는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제공=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일 한국에서 정식 론칭한다. / 사진제공=디즈니
이를 경험한 관객들은 단숨에 학습한다. 관람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영화가 개봉해도 조금 기다리면 구독 중인 OTT에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극장 문턱을 높이게 된다. 웬만한 기대작이 아니면 영화관 관람을 지양하게 될 것이다.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의 발길이 끊긴 현실에서 한국영화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숫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업영화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 OTT 공개를 결정하는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다. 게다가 막대한 자본이 오가는 OTT 플랫폼의 무한경쟁 속 영화는 OTT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영화 개봉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2차 판권 시장 판매를 홀딩시키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정도는 공개를 홀딩해 영화의 가치를 높이고 관객들에 대한 예우도 지키자는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1년 정도는 홀딩하는 것이 암묵적인 관행이었으나, 심각한 수준의 적자 탓에 어쩔 수 없는 생존 전략으로 2차 공개까지 기간이 짧아지게 됐다"며 "이같은 행위가 제 살 깎아 먹기라는 것을 모르지 않겠으나 살아야 하니 어쩌겠나"라고 털어놨다.

팬데믹 이후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영화계지만, 현실과 타협만 해서는 반등을 꾀하기 어렵다. 당장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좇느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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