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카오산로드'`에 지친다면 조용한 뒷골목 '람부뜨리'는 어때

이민주 기자 2023. 12.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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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천국 태국]③카오산로드, 쌀시장에서 여행자 성지로
현지인·관광객에 인기인 '뒷골목' 람부뜨리로드에서 여유를

[편집자주] 태국은 집에서 직접 요리하기보다 길에서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간단히 음식을 먹고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다. 거리가 식당이고 주방이면서 재료공급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이 발달했다. 특히 태국의 시장은 지역의 특색과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카오산로드 초입에 과일 노점상이 보인다. 전봇대 위에 카오산로드라고 적힌 간판이 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방콕=뉴스1) 이민주 기자 = 길가를 가득 메운 노점상에 켜진 밝은 불빛이 늦은 밤이라는 사실을 잊게한다. 현란한 밤거리에 정신을 빼앗긴 채로 이리저리 걷다 보면 금새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에게 붙들린다. 헤나 염색을 하고 가라는 한 상인의 손길을 뿌리치기가 무섭게 꼬치에 끼운 전갈을 들어 보이는 이와 맞닥뜨려 화들짝 놀란다. 외향적인 여행자들에게는 가히 성지라 불릴만한 곳이다. 그런데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조용히 커피 한잔할 수 있는 골목은 없을까?

태국 음식 중에는 유난히 '카오'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요리가 많다. 태국식 볶음밥인 '카오팟', 족발 덮밥 '카오 카 무', 돼지고기 덮밥 '카오 팟 무쌉', 게살볶음밥 '카오 팟 뿌'까지.

과거 쌀 시장이었던 카오산로드는 배낭여행객의 성지라고 불린다. ⓒ News1 이민주 기자

카오라는 단어는 태국어로 태국 국민생활의 기초이자 주산업인 '쌀'을 의미한다. 쌀은 태국 국민의 주식인 동시에 제1의 수출품이다. 태국은 세계적인 쌀 수출국이며 국토의 절반 이상이 쌀 경작지로 돼 있다.

이런 태국의 수도 방콕에 일찍부터 쌀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 주요 거래품목의 이름을 따 '가공된 쌀', 카오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말로 하면 '생쌀 거리'라는 이름을 가진 셈이다.

방콕 쌀 거래의 중심지였던 카오산은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점차 배낭여행자들의 거리로 모습을 바꿔나갔다. 농업 중심이었던 산업 구조가 관광업으로까지 확장하면서 쌀을 판매하던 거리는 세계 여행자들에게 정보와 먹을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진화했다.

카오산로드에서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오감을 자극하는' 태국 여행객의 베이스캠프 '카오산로드'

카오산로드는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오산로드는 프라나콘 지구(district)에 있는 방콕 왕궁으로부터 남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은 구시가지였던 곳이다.

400m 남짓한 도로 위에 길거리 식당, 기념품 가게, 클럽, 마사지 숍, 숙박업소, 유흥업소가 줄지어 섰다. 빠른 걸음으로 길을 따라 걸으면 10분이면 길 끝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거리를 이루는 2차선 도로는 실제로는 꽤 넓은 편이지만 북적이는 인파 때문에 좁게 느껴진다. 거리 초입에는 꼬치구이, 과일주스, 조각 과일, 로띠 등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상이 몰려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내부에 좌석을 갖춘 레스토랑이나 술집, 바 등이 있다.

카오산로드에는 클럽, 술집 등도 즐비하다. ⓒ News1 이민주 기자

배낭여행자들은 태국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기 위해 카오산로드를 찾는다. 흥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무질서가 뒤섞인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의 '정'도 느낄 수 있다. 서로 안면이 없는 여행객이라 할지라도 이 거리에서 마주치면 '사와디 캅'(안녕하세요) 또는 'Hi'(안녕)라고 인사를 건넨다.

◇"악어 고기나 전갈은 어때요?"…이국적인 요리를 맛보는 곳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음식들을 맛볼 수도 있는 점도 이 거리의 매력 중 하나다.

카오산로드에서는 태국의 이국적인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사진은 악어고기를 파는 노점상. ⓒ News1 이민주 기자

시장 초입에는 악어 한마리가 통째로 걸린 노점상이 있다. 노점은 악어고기로 만든 꼬치구이를 판매한다.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상인이 즉석에서 악어고기를 해체해 꼬치에 끼워 구워준다.

전갈 꼬치를 파는 상인도 있다. 전갈이나 벌레를 파는 상인은 판매대를 몸에 지고 다니는 형태의 간이 노점을 운영한다.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진을 찍지 말라'(No photo)라는 말을 연신 외치며 행인들에 전갈 꼬치 구매를 권유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인 만큼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도 많은 편이지만 이 또한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카오산로드의 뒷골목인 람부뜨리로드에는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가 많다. ⓒ News1 이민주 기자

◇"분위기가 극과 극이네?"…뒷골목 '람부뜨리로드'

술과 유흥을 즐기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에 부담이 없는 외향적인 관광객이라면 카오산로드의 분위기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다소 내향적이거나 시끄러운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면 카오산로드의 뒷골목 '람부뜨리로드'로 향하면 된다.

람부뜨리로드는 카오산로드의 '옆길'이다. 남동쪽에서부터 북서쪽으로 뻗은 카오산로드를 걸어 올라오다 보면 오른편에 '수지 워킹 스트리트'(susie walking street)이라는 녹색 간판이 보인다.

간판을 따라 나오면 나무가 우거진 좁은 골목 '람부뜨리로드'가 나온다. 카오산로드의 끝에서 오른쪽(북동쪽)으로 한 블을 이동해서 가능 방법도 있다.

람부뜨리로드는 카오산로드보다 좁은 골목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바가 몰려있는 골목이다. 카오산로드보다 노점상이 적은 대신 좌석을 구비한 식당이 많다.

카오산로드에서 람부뜨리로 가는 수지 워킹 스트리트 입구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람부뜨리는 골목이 좁고 나무가 우거진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 News1 이민주 기자

카오산로드가 한국의 홍대 클럽 거리나 이태원 거리를 연상케 한다면 람부뜨리는 흡사 경리단길이나 '보정동 카페거리' 같은 분위기다.

나무가 많은 지형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특징적이다. 우거진 잎 사이에 조명을 달아 내부를 밝힌 상점이 많다.

이곳에는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나 술집이 많다. 가게 안쪽에서부터 골목까지 이어져 있는 바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는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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