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계속 걸어가야만 하는, 김정현에게[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2. 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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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현,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삶의 한가운데 감당하기 어려운 변수가 발생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아만 있을 순 없다.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걸어야 한다. 그래, 그럼에도 계속 걸어가야만 하지 않을까. 배우 김정현에게도 그렇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생활 관련 구설에 휘말렸던 과거를 딛고, 이제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제가 봐도 제가 한참 모자르고 어리석고 불완전한데 그럼에도 절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이유로 날 계속 지켜봐주는 걸까. 그런 의문을 오랫동안 품고만 있었어요. 자책이 심했을 때니까요. 나의 가족, 팬들, 주위 사람들 모두 제겐 그런 존재들이었죠. 그러다가 ‘나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겠다. 날 지탱해준 사람들이 더 떳떳해질 수 있게 살아가야겠구나’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들이 힘 나게끔 즐거운 일을 보여주고 싶고, 다시금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김정현은 모든 걸 내려놓은 듯 담담하면서도 조금은 후련한 표정이었다. 사력을 다해 깊은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해탈감도 엿보였다. 그에게서 신작 ‘비밀’(감독 임경호 소준범)에 대한 이야기와 연기의 소중함,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 등을 있는 그대로 들려줬다.

배우 김정현,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내 아역으로 나온 SF9 다원,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반짝거려”

‘비밀’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김정현)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대본을 봤는데 극 중 중요단서인 수첩에 쓰인 문장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어요.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는 문구였는데 왜 굳이 이 문장이 여기에 쓰였을까 싶더라고요. 호기심으로 대본을 읽었고 몰입도 있게 한번에 완독했죠. 연기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저 이거 할래요’라고 말했죠.”

형사인 ‘동근’ 캐릭터를 위해 살을 9kg까지 찌웠다. 이유는 단순했다.

배우 김정현,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처음엔 감독도 ‘살을 더 빼서 차별성을 살리자’고 했는데, 첫 리딩날 가보니 출연 배우들이 다 말랐더라고요. 살을 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차라리 살을 찌울까요?’라고 했죠. 감독도 오케이 했고요. 그날부터 보이는 대로 다 먹어치웠어요. 한달도 안 걸려서 9kg을 찌웠고요. 고열량으로 치킨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급격하게 찌웠죠. 지금이요? 급하게 찌운 살이라 금방 뺄 수 있었어요. 굶는 게 디톡스가 되더라고요.”

극 중 ‘어린 동근’으로 나온 다원에 대한 애정도 내비쳤다.

“다원이가 크면 저로 변하는 거잖아요? 괜히 역변하는 느낌인 것 같아서 다원 팬들에게 미안하고 다원에게도 미안하더라고요. 하하. 다원인 항상 에너지가 좋았어요. ‘선배,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나중에 같이 사진도 찍어요’라면서 눈을 반짝거리는데, 진짜 연기를 즐기고 있구나 싶었죠. 그런 얘기를 들으니 ‘아, 난 혹시나 연기를 즐기지 못하고 있나?’라고 돌아보게 되기도 했고요. 열정적인 친구였어요.”

배우 김정현,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대중의 신뢰를 되찾는 해법? 정답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하고 싶지만”

연기는 그에게 인기와 관심을 가져다줬지만, 반대로 그 인기가 독이 되어 그를 짓누르기도 했다. 과거 이슈도 유명하지 않았다면 크게 관심가질 만한 사안이기도 했다. 혹여 연기가 밉진 않았을까.

“아뇨. 연기는 제게 좋은 것만 줬어요. 제가 행동하게끔 만들었고 어떤 걸 목표로 삼아 달려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줬고요. 원망한 적도 없고, 오히려 그 와중에 보람을 찾게 해준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직도 정말 재밌거든요. 정답이 없다는 것, 그게 흥미로워요.”

지금은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주짓수 훈련에 오전, 오후를 쓴다고 했다.

“관장이 ‘너 대회 나갈거야?’라고 할 정도로 매진하고 있어요. 심신을 치료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생각이 많아지면 무작정 집을 나가서 운동하곤 하는데요.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안 나니까요. 상황에만 집중하고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남녀노소 주짓수 경기를 끝내면 눈이 반짝거려지더라고요. 이 맛에 주짓수를 하는구나 느끼는 요즘이죠.”

생각이 많이 정리된 그였지만, 그럼에도 ‘대중’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한다는 숙제는 여전히 유효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되찾겠느냐’는 질문엔 어렵게 입술을 뗐다.

“글쎄요. 정답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걸 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거든요. 부정적인 이슈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대중의 마음은 신의 영역인 것 같아요. 다만 절 응원해주는 사람들, 친구들을 위해서 그들의 응원을 받아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도망치지 않고 머무르지도 않고, 꺾이면 다시 일어나고 주짓수처럼 다시 시작하다보면 언젠가는 한걸음 한걸음 더 나아가지 않을까요? 대중이 연기력으로 절 선택하는 날까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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