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드라큘라' 김준수, 400년을 기다려온 다정·처연한 사랑[TEN스타필드]

강민경 2023. 12. 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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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의 인서트》
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기념 공연 개막
김준수, 다정하고 섬세해진 빨간 머리 백작
[텐아시아=강민경 기자]
/사진제공=오디컴퍼니

《강민경의 인서트》
드라마 속 중요 장면을 확대하는 인서트처럼,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방송가 이슈를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드라큘라'가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그 중심에는 핏빛의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하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있다. 다섯 번째 시즌, 다섯 번째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준수. 그는 과거 연기했던 모습과 비교해 다정하지만 처연하고, 더욱더 섬세해진 드라큘라 백작으로 돌아왔다.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 기반으로 탄생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이야기를 담았다. 2014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 2020년, 2021년에 이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극 중 김준수는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았다. 드라큘라 백작은 400여년간 한 여인을 사랑한 인물이다.

김준수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한결같이 빨간색으로 염색한 드라큘라 백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빨간 머리 드라큘라는 김준수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이는 피를 마시고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드라큘라와 딱 맞아떨어진다. 드라큘라가 마신 피가 머리로 전이되는 걸 상상했다. 빨간 머리는 김준수가 그리는 '드라큘라'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드라큘라'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부터 강렬하다. 십자가 형상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관객은 피가 흘러내리는 십자가 형상을 보며 점점 드라큘라의 내면으로 빠져들게 된다. 스모그 효과를 더해 스산한 분위기에서 '드라큘라' 이야기가 흘러간다.

트란실바니아의 영주인 드라큘라 백작은 가본 적 없는 영국에 토지를 사고 싶어한다. 전임자 렌필드(김도현, 김도하 분)를 대신해 조나단(박은석, 임준혁 분)이 드라큘라 백작의 토지 구입과 관련한 업무를 배당받게 됐다. 조나단은 약혼녀 미나(정선아, 임혜영, 아이비 분)를 두고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도착한다. 미나는 늦은 밤 마차를 타고 조나단 뒤를 따라 입성했다.

드라큘라 백작은 미나를 보고 400년을 기다려 온 자기의 영원한 사랑 엘리자벳사를 떠올린다. 그는 엘리자벳사를 잃고 신의 저주를 받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채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엘리자벳사와 닮은 미나에게 영원한 삶을 주고 싶어 한다. 미나를 본 순간부터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 그리고 집착이 시작된다.

드라큘라 백작은 조나단의 피를 마시고 회춘한다. 김준수는 넘버 '프레시 블러드(Fresh Blood)'를 부르며 다시 힘을 되찾은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얼굴에 붙여진 특수 분장과 가발을 벗어 던지고 핏빛을 머금은 빨간 머리로 나타나 시선을 집중시킨다. 젊어진 드라큘라 백작은 미나가 있는 곳에서 서성인다. 김준수는 미나에게 천천히 다가가려는 드라큘라 백작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미나 역시 어디서 본 듯한 드라큘라 백작을 지나칠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약혼자 조나단이 있기에 드라큘라 백작이 주고 싶어 하는 영생을 거절한다. 드라큘라 백작은 미나가 아닌 그의 친구 루시에게 영생을 준다. 미나는 조나단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가려고 한다. 이때 미나는 드라큘라 백작과 기차역에서 만나 넘버 'She(쉬)'를 통해 그의 위대한 러브 스토리를 듣게 된다.

이 과정에서 1막과 2막 통틀어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구간이 등장한다. 미나를 웃게 하고 싶은 드라큘라 백작의 애드리브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김준수는 매 공연 애드리브를 다르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유일하게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구간이기에 자신 있게 애드리브를 선보인다. 김준수가 넘버 'She'를 부를 때 무대 왼쪽 위에 있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다. 마치 시간을 돌려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넘버 'Loving You Keeps Me Alive(러빙 유 킵스 미 어라이브)', 'Whitby Bay-Reprise(위트비 베이 리프라이즈)'로 이어진다.

김준수가 부르는 넘버를 통해 드라큘라 백작이 400년 동안 간직해온 가슴 아픈 사랑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준수는 자신이 아닌 조나단을 선택한 미나를 보며 심장에 손을 대고 괴로우면서도 슬픈 표정을 짓는다. 김준수의 감정 표현은 보는 사람의 가슴이 아릴 정도다. 1막 엔딩을 장식하는 넘버 'Life After Life(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는 다른 사람의 피로 영생을 유지하는 드라큘라 백작이 가진 광기의 끝을 보여준다.

2막에서는 드라큘라 백작에게 끌리는 미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결국 미나는 드라큘라 백작의 구애에 넘어간다. 김준수는 넘버 'It's Over(잇츠 오버)'를 부르며 미나를 구하려는 반헬싱(손준호, 박은석 역)과 대결한다. 4중 턴테이블 무대 장치가 360도 회전함에 따라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하게 한다. 드라큘라 백작은 반헬싱을 죽이려 하지만, 미나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어 자신의 성이 있는 트란실바니아로 돌아간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김준수는 넘버 'The Longer I Live(더 롱거 아이 라이브)'를 부르며 미나를 생각하고, 영생을 사는 자기 삶에 회의를 느낀다. 김준수는 이 넘버를 통해 쓸쓸하면서도 고뇌하는 감정을 극대화했다. 넘버 'Finale(피날레)'에서 김준수는 드라큘라 백작과 함께하려는 미나의 선택을 거절하고 영원한 안식을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김준수가 네 번째 시즌까지 표현한 드라큘라 백작의 감정이 집착이었다면 이번 10주년 공연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차분한 톤이었다.

김준수가 그려낸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대사 하나, 가사 하나가 바뀌었을 뿐이다. 미나를 대하는 모습이 과거 공연과 비교해 살짝 부드러워졌고, 다정해진 느낌이 든다. 김준수의 부드러워진 연기 톤은 10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드라큘라 백작의 감정에 쉽게 이입하게 했다.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커튼콜도 여전했다. 김준수는 손을 흔들며 사랑의 총알을 발사한 뒤 관객들에게 이별을 고한다.

한편 김준수가 출연하는 '드라큘라'는 오는 2024년 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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