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안은진·이다인 고생 미안해"…'연인' PD 못다한 이야기
"남궁민, 내게는 최고의 파트너이자 영혼의 동반자"
"안은진 미스캐스팅 논란 미안…이다인도 임신 중 고생"
"4부 '서방님' 엔딩 애정하는 장면…이야기 힘 믿고 갔다"
베테랑 김성용 PD에게도 '연인'은 최고난도의 작품이었다. 일단 서사가 방대했고, 역사적 고증도 면밀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제목 그대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들' 장현(남궁민 분)과 길채(안은진 분)의 로맨스를 어떻게 역사적 배경 안에 잘 녹여낼 것인가도 과제였다. 그럼에도 김 PD는 이 실타래를 성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사실 4부 전까지 '연인'의 시청률은 좀처럼 5%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후반부터 그려질 성장 서사를 위해 자존심 강한 '애기씨' 설정의 길채를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가 하면, 전개가 늘어져서 지루하단 평도 있었다. 최종 결과물의 책임이 있는 김 PD로서는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4부 엔딩에서 길채가 장현을 향해 '서방님'이라며 당차게 마음을 내비친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이 장면이 뜨거운 화제가 되면서 시청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그 결과 연인 5부는 무려 3%가 넘는 시청률 반등을 이뤄내며 8%에 안착했고, 7부엔 10%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잠깐의 하락은 있었지만 고정 시청층이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결국 최고 시청률 12.9%로 종영했다. 로맨스도 시원하고 빠른 전개가 트렌드인 지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김 PD는 1년 동안 '연인'과 동고동락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해왔다. '연인'을 통해 '검은태양'과 완전히 달랐던 사극 로맨스까지 섭렵, 충실하고 두터운 서사 쌓기에 강한 연출자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그간 드라마 침체기를 겪은 MBC에도 '연인'은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연인'을 작업하는 동안 김 PD는 언제나 마음과 두 귀를 늘 열어두고 있었다. 연출자 입장에서 다소 가혹했을 시청자 반응들은 전부 '자신의 탓' 같았다. 그러나 '연인'의 성공은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분명히 못 박았다. 다음은 김성용 PD와의 종영 인터뷰 일문일답.
Q 1부 연장까지 하면서 끝까지 촬영이 강행군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쉬고 있을 것 같다
A 보통 빠져나오기까지 두세 달이 걸린다. 사실 꿈에 남궁민 선배가 계속 나오고, 어젯밤에도 촬영하는 꿈을 꿨다. 장현이 계속 다시 (카메라에) 들어오고, 길채를 만나는 장면이 끝나지 않더라. (웃음) 깨어 있는 동안은 내일 촬영에 대한 고민과 걱정 없이 지낸다는 게 행복하다. 이제 심적 부담이 없다. 꿈에 남궁민, 안은진 두 배우들이 그만 나오기 전까지 쉬려고 한다.
Q 사실 파트1 끝나고 5주 간의 여유가 있긴 했는데 어쩌다 실시간 제작이 됐나
A 원래는 24부작, 30부작 기획을 했던 건데, 요즘 시청 패턴이 짧고 강한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나. 그래서 20부로 줄이자고 합의를 했다. 그조차도 길게 느껴지니까 10부씩 파트를 쪼갰다. 막상 파트1은 크게 문제가 안됐는데 이 완성도를 지키려면 후반 작업에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니까 그 5주 동안에 촬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 후반 작업이 거의 동시 진행처럼 가게 됐다. 파트1이 MBC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완성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파트2는 연기력과 표현력에 더 방점을 찍고 효율을 추구했다. 원래 속환되어서 손가락질 받는, 주인공과 엮인 캐릭터들 서사가 차별점이었다. 이게 잘 마무리되어야 했는데 시간 제약에 덜 표현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Q 일단 드라마 서사가 방대했고, 사극이면 늘 그렇듯이 병자호란 등 역사 고증 문제에 왜곡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고민이 많았겠다
A 작가님 대본이 워낙 방대하시다. 스펙터클하고, 감정 장면은 절절하다. 작가님의 글을 너무 존경하는데 이 대본을 어떻게 내가 읽은 만큼의 감상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막상 영상으로 구현했는데 임팩트가 덜하거나, 감정이 덜할가봐 걱정과 염려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현장에서 다 해결이 됐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다 같이 의논해서 대본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자는 합의를 하니까 멋들어지게 계획하고 촬영하게 됐다. 1년의 시간 동안 불안과 해결이 계속 반복됐다.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는 고증을 절대 외면하지 말고,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현실감 있게 그려내자고 생각했다.
Q 파트1 엔딩에 청나라 공주 각화(이청아 분)가 새롭게 등장하고, 장현과 길채는 헤어져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시청자들의 반응들이 있었다. 여주인공 교체설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A 5주 동안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드려야 되니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새로운 챕터를 알리는 심양과 포로 이야기, 장현에게 새로운 인물이 엮이는 이야기 등 많은 요소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예상 밖으로 너무 지탄 받았고 후폭풍이 컸다. 당연히 드라마에 대한 사랑이지만 분노이기도 해서 뜨끔했다. (웃음) 저희가 이런 걸 전혀 의도하진 않았지만 생각이 짧았던 거 같다. 이청아 배우가 각화 캐스팅을 매우 기분 좋게 수락해줘서 그 덕분에 파트2가 풍성한 재미를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지금 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텐데 수위는 조금 다르게 갈 것 같다. 각화가 나오는 엔딩은 당연히 작가님과 합의한 내용이다.
Q 기억상실까지 거쳐가며 정말 우여곡절 끝에 장현과 길채의 로맨스가 이뤄진 것 같다. 주인공들이 너무 고생해서 해피엔딩이 아닐 거란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어땠나
A 사실 로맨스가 빨리 이뤄지면 재미 없지 않나. (웃음) 해피엔딩도 작가님이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고민하신 결과다. 저에게 결말 의견을 구하시긴 했다.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소소하지만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는 사랑을 길채가 꿈꾼다는 게 와 닿았고, 멋져 보였다. 영화 '노트북'을 정말 좋아하는데 길채와 장현이 그런 엔딩이면 좋겠다고 얘기 드렸다. 기억상실이란 설정은 사실 잘 쓰면 득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는 거였다. 저도 대본에 기억상실이 나오기에 '아뿔싸' 하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염려했는데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엔딩까지 활용되면서 울컥했다. 어떻게 쓰이느냐가 문제이지, 기억상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란 생각을 했다.
Q 4부 엔딩에서 자신을 구하러 온 장현을 길채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소위 '터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후 시청률이 5%대에서 8%대로 반등하면서 결국 10%에 안착하는 결과를 낳았는데 연출자로서 가장 아끼는 장면이 있다면
A 당연히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해 준 4부 엔딩이다. 찍기도 어려웠지만, 편집도 어려웠고,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본이 워낙 임팩트가 커서 영상을 잘 구현하겠단 생각이었다. 그 엔딩을 너무 재미있게 봐주시니까 3부까지 겪었던 부담과 부침이 싹 씻겨 내려가더라. 4부가 절 살려준 것 같은 느낌이다. 찍고 나서 배우와 이야기를 해보면 잘 나올 거 같은 느낌 정도는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터질 줄은 생각 못했다. 그냥 다 맞아 떨어진 것 같아서 어안이 벙벙했다. 8부까지 대본을 받아 들고 제작했는데 이야기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앞에 사건이 덜하더라도 서사를 쌓는 목적의 회차이니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자꾸 초반에 지루하단 반응이 나오니까 '아차' 싶었다. 4부를 지나면서는 이야기의 힘대로 가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Q 초반의 부침에는 여주인공인 안은진을 향한 미스캐스팅 논란을 빼놓을 수가 없다. 물론 파트2를 지나면서 그런 이야기는 모두 사라졌지만, 연출자로서 고심이 됐겠다
A 제가 너무 미안했다. 안은진 배우는 의지와 욕심도 있었지만 사극이 처음이었고, 제 디렉션에 충실했다. 어찌 됐든 그 결과물이 비난의 대상이 되니까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길채는 초반 밖에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 있고, 이를 보완한 모습이 중후반에 포진되어 있었다. 그게 제 나름의 계산이었는데 붕 떠있고 다소 불편하게 다가온 것 같다. '조금 더 섬세하게 연출했어야 했나'라고 생각했다. 배우가 이를 고스란히 감내했는데 의기소침해 하거나 그러지 않고 '결국 캐릭터는 빛날 거고, 이야기는 승리할 거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비난 받다, 사랑 받다, 많이 힘들었을 거다. 파트2는 안은진 배우가 길채에 빙의를 했다. 디렉션 없이도 본인의 내면이 차오르면서 깊이 있는 연기를 해냈다. 단단한 내공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준 게 고맙다.
Q 남궁민과는 '검은태양' 이후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아무래도 사이가 더 돈독해졌겠다
A 저에게는 최고의 파트너이고 영혼의 동반자 같은 느낌이다. 눈빛만 봐도 서로 안다. 저를 성장 시켜주는 배우이고, 상호 존중의 태도가 가장 크다. 저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한다. 제가 받지 않는다 해도, 그렇다면 제 해석을 믿고 가겠다고 해준다. 우리 아이디어를 반영해 작업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일단 그 열정과 의지가 사람을 자극시킨다. '이 정도면 됐다'고 했다가도 다시 달리게 된다. 선배가 지쳤을 때 저한테 전화를 해서 에너지를 받기도 한다. 시너지가 나오는 관계다. 이번에는 끝나면서 서로 지긋지긋하니까 다시 만나지 말자고 했다. (웃음) 선배도 나한테 더 보여줄 연기가 없다더라. 그런데 최근에 또 밥을 먹다가 다음 작품 같이 뭘 할까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다.
Q '연인' 촬영 도중에 경은애 역의 이다인이 이승기와 결혼을 하고, 임신 소식까지 알렸다. 사극 촬영 상 힘든 장면이 많았을텐데 현장에서는 괜찮았는지
A 본인이 이 작품에 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결혼식 준비를 거의 못하고, 결혼을 한 다음에 바로 촬영장에 올 정도였다. 임신 사실을 추석 때 알았다. 그 전에 구르고, 고생하고, 추위에 떨고, 뛰고, 넘어지고 극성 강한 장면들을 많이 찍었다. 저나 작가님에게 이야기를 하면 작품에 해가 된다고 판단해서 막바지 작업을 마칠 때에 말을 한 거다. 좋은 결실로 아이가 생긴 거니까 너무 기쁜 마음이 컸는데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이후 스케줄에서도 본인 위주로 굴러갈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건) 철저히 배제해 달라고 했다.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중후반부에서는 은애 서사가 동적인 촬영이 덜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고마웠고, 마무리까지 안 다치고 촬영이 잘 끝난 것에 감사했다.
Q '놀면 뭐하니?' 멤버들의 출연을 두고도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 몰입이 깨진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연출자로서 어떤 생각이었는지
A 제가 좋지 않았는데 방송에 낼 리가 없다. (웃음) 유재석 선배나 하하 선배는 저에게 꿈 같은 존재이고, 함께 작업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다만 책임감을 갖고 연출자를 하고 있으니 연기가 되지 않으면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내용에 지장이 없으면 충분히 편집도 가능했다. 이분들의 경우, 너무 유명인이라 몰입이 방해가 된 거지, 연기력엔 문제가 없었다. 그럴 법한 내용은 편집을 해서 가지치기를 이미 했고, 다시 작업을 한다 해도 동일한 결과일 거다. 이야기가 너무 강하게만 가다가 숨 쉴 수 있는 활력을 더해준 것 같아서 좋았다. 작품에도 도움이 됐고, '놀면 뭐하니?'도 그렇다고 하니 '윈윈'의 좋은 예시였다.
Q '연인'이 2023 그리메상 시상식에서 5관왕에 올랐다. 이제 '2023 MBC 연기대상'에서도 유력한 대상 및 작품상 후보가 될텐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A '검은태양'이 끝나고 나서 어떤 작품이 와도 무섭지 않고, 두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더한 게 왔다. 그게 '연인'이다. (웃음) 사실 상을 쫓아서 작업을 하지 말자는 생각이 큰 편이다. 그렇게 되면 연출자가 너무 보이는 작품을 하게 된다. 작품이 잘 되면 상은 뒤따라 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막상 상을 받으니 너무 행복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또 '연인'이 수상을 하게 되면 너무나 큰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MBC 드라마가 제대로 부활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으니까 '연인'을 계기로 다시 회자되거나, 내년 드라마에 대한 기대도 올라왔으면 한다. 물론 '연인'이 넷플릭스 같은 OTT에 노출이 돼서 전세계에서 사랑 받아 우리 노력이 넓게 빛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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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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