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상상도 못하고 밥 먹듯 야근"…혹사당하는 섬마을 공중보건의

강승지 기자 2023. 12.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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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 공중보건의보다 연가 제한 2.04배, 병가 제한 4.49배 경험
"인권침해 논란도…제도 폐지·근무 일정 유연화 모색해야"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외딴섬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이 24시간 공백 없는 근무를 요구받는 등 기본권조차 지키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대한공공의학회에 따르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협의회) 임원진(김민수·김태훈·허성재·한석문·신정환)은 지난해 공중보건의사들을 상대로 근무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분석 결과를 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었다.

1979년부터 시행된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군 복무 대신 보건의료 취약지역인 농어촌 등에서 3년간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토록 한 병역대체복무제도 가운데 하나다.

협의회가 실태조사를 한 지난해 전체 공중보건의사는 1732명이었다. 그중 93명(5.37%)이 비연륙도(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는 섬) 의료기관 46곳에 배치돼 있었다.

협의회는 실태조사에 응한 비연륙도 공중보건의 52명과 그 외 지역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130명을 대조군으로 근무 환경을 비교 분석했다.

비연륙도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는 운영 지침상 야간과 주말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근무지 이탈금지 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상시 근무를 해야한다. 한마디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복무기간인 3년 내내 섬을 떠날 수 없는 여건이다.

비연륙도 근무지에는 2명 또는 3명의 공중보건의가 배치되는데, 그 수에 따라 초과근무 시간과 당직근무일이 달랐다. 분석 결과 비연륙도 공중보건의는 그 외 지역 공중보건의보다 연가 제한을 2.04배, 병가 제한을 4.49배, 학회 공가 제한을 2.58배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는 또 비연륙도 공중보건의가 동일 의료기관 내 타 직군과의 형평성 및 박탈감을 느끼는지를 알아봤다. 5점 척도로 비교한 결과 52명의 박탈감 점수 평균은 3.15점으로 측정됐다. 박탈감을 느끼는 주요 원인으로는 응급상황, 휴일 진료 등의 업무 특성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야간 당직을 서는 비연륙도 공중보건의의 긴장감 정도는 절반(45.7%) 가까이가 '높다 또는 매우 높다'고 답했다. 야간 응급의료 관련 필요한 지원 유형으로는 의료인력 지원 및 의료기관 대응 핫라인 지원 등이 거론됐다.

비연륙도 공중보건의의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14.8시간이었던 반면 지급된 수당 내역으로 역산한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1.3시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섬 외 지역 공중보건의의 평균 초과근무 시간 2시간에 비해 10배 넘게 많은 편이다.

협의회는 "공중보건의사에게 도서지역 의료를 모두 책임지게 하는 것보다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민간의료기관과의 협력 방안 등 중장기적 고민과 의료취약지 인력들에 대한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도서지역 주민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방향"이라고 했다.

이어 "처우 개선 문제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연가, 병가 사용 제한 같은 기본적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협조 요청이 필요하며 근무지 이탈금지 명령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제도의 폐지 및 근무 일정 유연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협의회는 "근무 일정 유연화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확보가 가장 먼저 요구된다"며 "진료 및 보건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들을 통폐합해 기능확장형 보건의료기관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협의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 공중보건의사 제도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순회진료 출장 명시화 △업무 활동 장려금 인상 △운영 지침에 특별휴가 개념 포함 △처우 개선 등을 논의했다.

신정환 협의회장은 뉴스1에 "취약지에 단순히 의료인력을 배치한다고 의료공백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며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복지부 및 지자체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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