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보툴리눔 균이 뭐길래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보톡스'란 특정 상품명으로 더 익숙한 보툴리눔 톡신은 미간 주름 개선과 편두통 치료 등에 쓰여온 유용한 균주다. 하지만 균주의 출처 논란과 악용 가능성 등 그림자도 존재했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벤처 제테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균주 'NCTC13319'로 만든 제제에 대한 품목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제테마는 2017년 영국 균주관리위원회(NCTC)로부터 해당 균주를 도입했다. 제테마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 의뢰 결과, 프랑스 제약사 입센의 보툴리눔 톡신 '디스포트', 독일 제약사 멀츠의 '제오민' 등에 사용된 'ATCC3502' 균주와 NCTC13319가 99.97% 유사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미국 제약사 엘러간(현 애브비 계열)의 제품 '보톡스'는 '홀 A 하이퍼' 균주로 만들어졌다. ATCC3502와 홀 A 하이퍼는 모두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동정한 균주에서 유래했다.
홀 A 하이퍼는 중국 란저우연구소의 'BTX-A', 국내에선 메디톡스의 전 제품에 사용됐다.
홀 박사는 1945년 식품 매개 식중독인 '보툴리즘'을 유발하는 보툴리눔 독소 A·B·E형 가운데 A형과 B형 균주를 분리·동정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이후 미국 안과 의사 앨런 스콧이 보툴리눔 톡신을 사시 치료에 적용해 의료용 효과를 입증했으며, 1989년 세계 최초 보툴리눔 톡신 A형 치료제를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안과용 약품 제조사였던 엘러간이 해당 치료제 제조사인 오큘리넘을 인수하며 제품명이 '보톡스'로 바뀌었다. 2002년 FDA는 보톡스에 대한 미용 목적의 적응증(치료 범위)을 승인하며 보툴리눔 톡신이 본격적으로 미용 시술에 활용돼왔다.
하지만 보툴리눔 균은 생물 테러 등 악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보툴리눔 균은 1g의 독소만으로 100만 명 정도를 살상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며, 의료·미용 목적에는 극히 미세한 양이 사용된다.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 논란도 있다.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에서 발견한 보툴리눔 균주로 나보타를 개발했으나,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며 소송을 벌여왔다.
바이오 기업 칸젠은 설산·바닷가 등에서 발견한 보툴리눔 균주 7개를 활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개발하는 중이며, 전임상을 마쳤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보툴리눔 균주를 발굴해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9곳으로, 보툴리눔 균을 발굴한 기업은 질병관리청에 고위험 병원체 분리 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상업화한 보툴리눔 균주가 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출처가 불분명한 균주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한다는 주장과, 자체적으로 균주를 발굴해서 질병관리청에 정식 등록해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대립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균주 발굴 경위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보툴리눔 균이 지역 시민 등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보툴리눔 균에 대한 안전 관리를 위해 생물테러 감염병 병원체로 지정해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균주의 유전자 염기 서열에 대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강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효과 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달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미국·유럽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제품에 대한 고용량 임상 2상에서 6개월 장기 지속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휴온스바이오파마도 내성 발현 가능성을 낮춘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제 'HU-045' 임상 3상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미간 주름 개선에 대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표준 임상 시험 계획서를 마련하는 등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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