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민주당 전멸해도 간다” 험지 도전 수방사령관 [금배지 원정대]
9·19 군사합의 이끈 김도균 前수방사령관
‘접경지역’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출마
외갓집 흥남철수때 빅토리호 타고 철수
통일후 고향 돌아가려 속초에 터 잡아
“속초, 런던까지 가는 철도 연결시킬 것”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해 임관한 뒤 전·후방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수도방위사령관까지 지내고 3성 장군으로 전역한 한 엘리트 군인. 그의 최대 관심사는 역설적이게도 ‘평화’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로 9·19군사합의를 주도한 김도균 전 수방사령관 얘기다.
김 전 사령관이 군인으로서 소임을 마치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국방부 대북정책관,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수석대표. 당에서 남북 군사전문가로 비례대표 후보로 모셔갈 정도의 이력이다.
그러나 김 전 사령관은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정치인으로 내년 총선에 도전한다. 그것도 최근 20년 간 민주당이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에 도전장을 냈다. 주변 사람 모두가 비례대표로 나가라고 했지만 앞에서는 “알았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무조건 내 고향 속초 출마’를 외쳤다고 한다.
김 전 사령관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할지 말지 고민했을 때 한다면 무조건 지역구에서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제가 정치인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들이 모두 속초·인제·고성·양양이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이양수 의원이 52.56%를 득표해 44.19%를 얻은 이동기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20대 총선에서도 이양수 의원(62%)이 김주학 더불어민주당 후보(37.99%)를 가볍게 따돌리고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속초·인제·고성·양양은 민주당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고 총력을 쏟기에는 쉽지 않은 지역이었다. 김 전 사령관은 “우리 지역의 민주당 지지자분들께서 드디어 경쟁할만한, 내세울 만한 그런 인재가 왔다고 좋아한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21대 총선 기준 속초·인제·고성·양양의 선거인 수는 14만6577명이다. 이 중 절반인 7만명이 속초시이며 고성군(2만4504명), 양양군(2만4916명), 인제군(2만7135명)에 나머지 유권자들이 거주한다. 선거인 수만 보더라도 속초가 승부처인 것은 자명하다.
내년 22대 총선에서는 강원 지역의 선거구 조정으로 지역구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최근 선거구를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으로 구역을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내 고향이기 때문에 정치할 결심”
함경도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통일이 되면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정착했던 속초가 바로 김 전 사령관의 고향이다. 초·중·고교를 모두 속초에서 나왔다.
이 지역은 6·25 전쟁으로 수복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휴전 이후 본인들이 ‘빨갱이’가 아니라는 증명을 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김 전 사령관이 평화가 최대 관심사인 이유다. 김 전 사령관은 “그 지역에 살면서 느꼈던 것은 다시는 대한민국 한반도에 6·25 전쟁 같은 참혹한 과거가 되풀이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김 전 사령관은 군인으로서 대북 업무만 20년을 수행했다. 그에 따르면 대미(對美) 업무는 ‘주류’고 대북 업무는 ‘비주류’다. 김 전 사령관은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은 적을 가차 없이 응징할 수 있는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과 대화와 협상, 군비통제로 전쟁 위협을 꾸준히 감소시키는 노력 두 가지가 있다”며 “나는 후자에 대한 부분을 20년 동안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사령관은 “현실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평화 문제였고, 우리 지역 자체가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들의 보고”라며 “다른 지역이었다면 아마 정치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사령관의 배우자 역시 간호장교로 30년간 군 생활을 한 군인 출신으로 이미 7년 전부터 속초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김 전 사령관 역시 군 생활을 마친 이후 줄곧 속초에서 생활했다.
평화열차 달리는 ‘제2의 제네바’ 구상
김 전 사령관은 “규제 수위가 상당히 높아서 지역 주민들이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데 가장 큰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며 “지난 70년간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기본권까지 제약을 받아가면서 희생했던 부분들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지역이 관광지로서 좀 더 나은 곳이 되기 위해 도약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인프라스트럭처를 비롯해 모든 것을 재정비하는 게 주요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사령관은 속초·인제·양양·고성 지역을 ‘제2의 제네바’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우리 지역이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런던까지 가는 길에서 유일하게 차단된 곳”이라며 “설악·금강 지역을 누구도 흠집낼 수 없는 평화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보증하는 평화지역으로 만들어 평화관광열차가 지나가게 할 수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한반도가 살아있는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사령관은 지역구 현역 의원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과 대결이 성사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우리 지역은 관광지이면서 접경지역의 특성도 있고, 자연환경 자체가 다른 지역이 흉내 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콘텐츠”라며 “이런 지역을 더욱 새롭고 국제사회가 주목하게끔 하려면 정치 리더십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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