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사촌 등판·3세 약진… 오너 경영 힘주는 SK

이한듬 기자 2023. 12.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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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 사진=뉴스1 DB
최근 단행된 SK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특징은 오너일가가 전진 배치됐다는 점이다. 그룹의 2인자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 선임됐고 최 회장의 장녀는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 확대로 위기 극복에 나서는 한편 3세 시대를 대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SK그룹은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최창원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며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명실상부 그룹 내 '2인자' 자리로 꼽힌다. 직전까지 의장을 맡았던 조대식 부회장은 SK㈜로 자리를 옮겨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하며 그룹 성장에 기여할 예정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 의장을 맡게되면서 SK그룹의 사촌 경영은 한층 두터워지게 됐다. SK룹은 사촌끼리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형제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신원·최창원 형제는 고(故)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과 삼남이며 최태원·최재원 형제는 창업주의 동생이자 SK그룹 2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다.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한 이후 협의를 통해 최태원 회장이 3대 회장에 올라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다.

(왼쪽부터)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 사진=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그동안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지만 SK그룹 내에서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최 부회장은 2000년대들어 SK케미칼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세력을 갖춰왔다. 2017년 SK케미칼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인 SK디스커버리와 신설 사업법인인 SK케미칼로 회사를 나눈 뒤 SK디스커버리를 중심으로 한 중간지주사 형태를 만들었다. 현재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가스, SK플라즈마, 한국거래소시스템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SK케미칼 산하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가스 산하 SK디앤디가 손자회사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들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사실상 SK그룹 내 소그룹을 완성해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촌 간 계열분리가 이뤄질 경우 최 부회장이 가장 유력한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따로 또 같이' 경영체제가 한층 굳건해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오너 리더십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이미 검증된 데다 사촌간 우애가 두터운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윤정 SK바이오팜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 / 사진=SK
SK그룹의 이번 인사에서 최 회장 장녀가 임원에 오른 점도 눈에 띈다. 최윤정 SK바이오팜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은 사업 개발 관련 조직을 책임지는 임원(부사장급)으로 승진했다. 최 회장 슬하 삼남매 가운데 임원에 오른 것은 최 팀장이 처음이다. 최 팀장은 올해 34세로 SK그룹의 최연소 임원이 됐다.

사촌 집안에서는 이미 오너 3세가 경영전면에서 나섰다. 최 회장의 5촌 조카이자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현재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그룹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최 사장은 1981년생으로 올해 42세다.

이번 최 팀장의 승진으로 SK그룹 1980년대생 오너 3세의 경영참여가 한층 활발해지게 됐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3세 경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승계 계획에 대해 "정말 고민 중이고 승계를 준비해야 한다"며 "내가 어떤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그룹 전체를 이끌 것인가.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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