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 "스타 번역가? 전 츄리닝 입고 방에서 치열하게 작업하는 사람"[신재우의 작가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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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는 사람은 현상(phenomenon)보다는 해프닝(happening)에 가까워요."
번역가 황석희(44)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어있는 '스타 번역가'라는 수식어를 한사코 거절한다.
최근 18년 간 번역가로 살아온 자신의 일상을 담은 첫 에세이 '번역: 황석희'를 출간했다.
망망대해에서 떠내려가지 않도록 닻을 놓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번역가의 정체성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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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에세이 '번역: 황석희' 출간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저라는 사람은 현상(phenomenon)보다는 해프닝(happening)에 가까워요."
번역가 황석희(44)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어있는 '스타 번역가'라는 수식어를 한사코 거절한다. 영화 '데드풀'의 자막 번역을 통해 영화 번역가로는 이례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츄리닝을 입고 방에서 치열하게 작업하는 사람"이 "나의 본질" 이라고 말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무작정 번역 알바를 시작해 케이블TV에서 상영 영화에 이어 최근에는 책과 드라마 '파친코'의 대본 번역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 18년 간 번역가로 살아온 자신의 일상을 담은 첫 에세이 '번역: 황석희'를 출간했다. "가족과의 개인적인 삶까지 풀어어낸 한 번역가의 삶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반신반의 했다"는 그를 경기 고양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출판 번역가 꿈…지금은 스크린으로 이름까지 '번역: 황석희'
"많이도 아니었어요. 딱 책 한권에만 내 이름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출판 번역가가 되는 방법을 몰라 말 그대로 '맨땅에 헤'했다. 번역 회사에 전화해 일을 구했고 짧은 문서 번역에서 시작해 케이블TV 영화 자막 번역을 하게 됐다. "사실 시작부터 잘못됐어요. 출판 번역을 하려면 출판사에 전화를 해야했는데 말이죠."
'데드풀', '캐롤', '작은 아씨들', '보헤미안 랩소디', '아바타: 물의 길'에 이르기까지 블록버스터 영화의 자막을 맡는 일에 지름길은 없었다.
"사디리가 전혀 없는 영역을 옮겨 다닌 것 같은 험난한 길을 건너왔어요."
황석희가 스스로 만든 사다리는 '자기 어필'이었다.
"번역가뿐만 아니라 프리랜서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 자기 어필입니다. 사방에 '나 잘해요', 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나 잘해요' 하고 외칠 수밖에 없었죠. 당시에 제가 한국에 있는 모든 수입사의 실무자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몇 년에 걸쳐 수집했어요. 당시 업계에 계셨던 실무자 중에 제 전화나 이메일을 안 받아보신 분이 아마 없었을걸요?"
번역은 제2의 창작이 아닌 '번역이라는 작업'
황 번역가는 "케이블TV는 영화 한편을 2일 안에 번역해야 하는데 상영 영화의 경우 대략 일주일 정도를 준다"며 "작업할 시간이 늘어난 만큼 그 안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다"고 했다.
원작을 풍성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자막을 만드는 그는 "번역은 제2의 창작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번역이 창작보다 열등하다거나 같다는 의미가 아닌, 별개의 작업이고 영역인 만큼 '제2의'라는 표현이 이상하다"는 뜻이다.
"번역관의 차이지만 좀 이해가 안돼요. 가령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뮤지션이 있고 뒤에서 커다란 콘솔을 만지는 엔지니어가 있는데 공연의 소리를 잘 잡아내고 성공적으로 이끈 엔지니어한테 '제2의 뮤지션'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원작자는 창작을 한 거고 번역가는 그 원작을 잘 '번역'한 거죠."
그는 "번역가는 원문이라는 '닻'을 바탕으로 밧줄을 잡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망망대해에서 떠내려가지 않도록 닻을 놓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번역가의 정체성이라는 것.
황석희는 오늘도 밧줄을 더듬 더듬 잡아내고 있다. "내 밧줄, 내 밧줄 이러면서 모니터 앞에 앉아서 또 번역을 해나가는 거, 그게 제 일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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