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모는 누구인가 [박준우 특파원의 차이나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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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중국의 한 여성 웨이보(微博) 이용자가 화제가 됐다.
해당 여성은 순수한 의도로 감사를 전했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SNS 유저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중국 네티즌들이 찾는 '작은 고모'는 특권을 행사한 한 개인이 아니라, 중국 내부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중국 내 기득권층 전체를 의미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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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속에도 중국 내 불만 증폭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지난 11월 29일, 중국의 한 여성 웨이보(微博) 이용자가 화제가 됐다. 상하이(上海) 출신으로 알려진 유(余) 씨는 자신이 최근 남편과 티베트 자치구로 신혼 여행을 떠났다가 아리(阿里)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고, 현지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남편이 아는 상하이의 ‘작은 고모(小姑姑)’가 현지에 연락을 해 지역 내 군인과 공무원 전원이 헌혈에 나섰고, 3000㎖의 수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아버지가 120만 위안(2억3000만 원)이나 드는 비용으로 전세기를 동원해 현지로 날아와 자신을 쓰촨(四川) 성의 병원으로 이송해줬으며, 무사히 치료를 받았다고 적었다. 이 여성은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애써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몇몇 현지의 관공서와 병원들은 관련 사실을 공개해 이는 사실로 알려졌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후시진(胡錫根) 전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총편집인은 “좋은 뉴스”라며 많은 중국인들의 헌신을 칭송했다.
해당 여성은 순수한 의도로 감사를 전했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SNS 유저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사람들은 ‘작은 고모’가 누구이길래 멀리 떨어진 지역의 공무원들을 움직일 수 있었으며, 도대체 아버지가 뭐 하는 사람이길래 수억 원이나 되는 자금을 동원해 비행기를 수배하고 현지 비행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하며 ‘황제 구조’ 논란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갑작스레 별세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보다도 나은 대접을 받았다”고 비꼬았다. 특히 수혈의 경우 중국 전역에 혈액 부족이 거론되며 전국적으로 ‘헌혈 독려’ 운동이 벌어졌음에도 사람들의 호응이 거의 없던 가운데 발생한 일이어서 사람들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위 중국 기득권의 ‘특전’에 따른 진료 및 구조활동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고 사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작은 고모’가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중국 내 많은 네티즌들의 추측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여성의 남편은 ‘작은 고모’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며, 아버지 또한 아는 사람들 여럿에게 돈을 빌려 전세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과 다르게 중국 내에서의 의혹과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이 여성에게는 ‘수혈 언니’(血槽姐)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어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황제 구조 논란은 결국 지도부 및 특권층에 대한 불신이 터져 나온 사례로 보인다. 사실 여부를 떠나 중국 내 기득권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국가를 움직이고 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불신은 단순히 유 씨와 그 일가만을 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이 찾는 ‘작은 고모’는 특권을 행사한 한 개인이 아니라, 중국 내부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중국 내 기득권층 전체를 의미하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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