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하사는 왜 3m 계곡에서 다이빙을 했을까? [세상에 이런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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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은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용어다.
평소 물이 무서워서 물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조재윤 하사는 왜 수심 3m 계곡에서 다이빙한 것일까? 유족들은 선임 부사관들의 억압적 강요, 즉 가스라이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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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은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용어다. 이 연극은 한 남성이 자기 아내를 억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수직적 권력관계, 특히 한국의 경우 상하관계가 뚜렷한 군대, 회사 등에서 이런 가스라이팅이 자주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해석한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인들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D.P.〉는 군조직의 규칙, 질서, 악습을 따르지 않으면 무능하고 쓸모없는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집단적 가스라이팅 실태를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바로 그 군대에서, 수영할 줄 모르는 사람을 ‘물에 빠지면 구해주겠다’고 안심시킨 뒤 수심이 깊은 계곡에서 스스로 뛰어내리게 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2021년 9월 벌어졌다. 평소 물이 무서워서 물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조재윤 하사는 왜 수심 3m 계곡에서 다이빙한 것일까? 유족들은 선임 부사관들의 억압적 강요, 즉 가스라이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채 상병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수사 주체’ 논란
코로나19 장기화로 전투 휴무가 주어진 날, 선임 부사관들은 “남자답게 놀자”라며 계곡에 가자고 했고 “빠지면 구해주겠다”라며 다이빙을 유도했다. 다이빙 직후 구조를 시도했으나 실패해, 조 하사는 익사했다. 최초 변사 사건을 담당한 군검찰은 단순 사고사로 판단했다. 강요와 위력이 아니라 물을 두려워하는 조 하사에 대한 선임 부사관의 ‘동기 부여’만 있었다는 것이다.
은폐·봐주기 수사라는 언론의 비판이 일자 군검찰은 돌연 태도를 바꿔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2022년 10월, 선임 부사관 2명을 과실치사와 위력행사 가혹행위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군사법원은 과실치사만 유죄로 판단해 금고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1월10일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군검찰의 상고로 대법원 판단만 남았다.
‘조 하사는 왜 3m 계곡에서 다이빙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는 변사 사건 절차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초 단순 사고사라고 덮은 군검찰의 판단이, 조 하사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스라이팅의 존재를 확인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에서 군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군 수사기관의 사실 은폐·봐주기 수사를 막기 위해 군사법원법이 개정되어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군내 성폭력 범죄, 군인 등 사망의 원인이 된 범죄, 입대 전 범죄는 민간법원의 재판 대상이 되면서 수사권도 일괄해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수해 복구 현장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채 상병 사건으로 ‘수사 주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변사 사건 처리의 구체적 절차를 규정한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은 아직도 최초 사망사건 발생 시 변사 사건은 군검사에게 맡겨져 있다.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인지(認知) 후에나 민간으로 인계하게 되어 있어서 군의 사실 은폐·봐주기 수사가 가능한 구조다. 조 하사 사건처럼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최초 변사 사건부터 민간 수사기관에 맡겨져야 한다. 관련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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